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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송이 말했다.
“아줌마! 당신네 술이 너무 싱거워. 다른 좋은 술이 있으면 우리가 몇 잔 더 마실 건데.”
“향이 아주 좋은 술이 있는데, 아직 거르지 않은 탁주입니다.”
“좋지! 탁할수록 더 좋지!”
여인은 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안에 들어가 탁주를 한 병 들고 왔다. 무송이 보고 말했다.
“이건 좋은 술인 것 같은데, 데워서 마셔야 더 좋지.”
여인이 말했다.
“손님이 잘 아시네. 제가 데워 올 테니 맛보세요.”
여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유배 온 도적놈이 진짜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데워서 마시면 약효가 더 빠르거든. 네놈은 이제 내 손아귀에 들어온 물건이다!”
여인은 술을 데워 와서 세 주발에 따르고 말했다.
“손님! 술맛 좀 보세요.”
두 관원은 갈증을 참지 못하고 다짜고짜 마셨다. 무송이 말했다.
“아줌마! 나는 본래 안주 없이는 술을 마시지 못해. 고기를 좀 더 썰어 오시오.”
여인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 무송은 술을 안 보이는 곳에 몰래 쏟아 버리고는 거짓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좋은 술이군! 아주 사람을 감동시키는데…”
여인은 고기를 써는 척 시늉만 하다가 나와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쓰러져라! 쓰러져!”
두 관원은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 같더니 말도 못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무송은 거짓으로 눈을 감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로 의자 옆에 쓰러졌다.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걸려들었다! 너 귀신 같이 간사한 놈! 어디 아줌마 발 씻은 물이나 처먹어 봐라!”
여인이 소리쳤다.
“둘째야! 셋째야! 빨리 나오너라!”
안에서 버러지 같은 놈 둘이 나오더니 먼저 두 관원을 끌고 들어갔다. 여인은 탁자로 와서 무송의 보따리와 관원들의 전대를 집어 들었다. 이리저리 만져보고 안에 든 금은을 짐작해 보더니, 좋아하며 말했다.
“오늘 세 놈이나 잡았으니 이틀은 만두를 만들어 팔 수 있겠구나. 거기다 약간의 재물도 얻었고.”
여인은 보따리와 전대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두 놈이 무송을 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두 놈이 들려고 했지만, 땅바닥에 뻣뻣하게 누워 있는 것이 마치 천근이나 되는 것처럼 무거웠다. 두 놈이 끙끙거리면서 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여인이 소리쳤다.
“너 이 좆같은 놈들아! 밥이나 술만 처먹을 줄 알았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이 아줌마가 친히 손을 써야 한단 말이냐? 이 좆같은 덩치가 이 아줌마를 희롱했겠다? 살이 통통하게 쪘으니, 황소고기로 팔아먹으면 좋겠다. 그 삐쩍 마른 두 놈은 물소고기로 팔아먹어야겠다. 이놈을 들고 들어가서 먼저 껍질부터 벗겨야지.”
여인은 한바탕 설을 풀더니, 먼저 녹색 적삼을 벗어던지고 붉은 명주 치마를 풀었다. 맨 팔뚝을 드러내고는 무송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무송은 들려 올라가면서 여인을 꽉 끌어안았다. 여인의 두 손을 붙잡아 가슴팍에 꽉 누르고 두 다리로 여인의 하반신을 조였다. 여인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렀다. 두 놈이 그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오다가, 무송이 내지르는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멍하니 그 자리에 서 버렸다. 여인이 땅바닥에 넘어지자, 무송이 그 위에 올라타 눌렀다. 여인이 소리쳤다.
“호걸님! 살려주세요!”
그때 어떤 사내가 땔나무 한 짐을 지고 와서 문 앞에 내려놓고 쉬려다가, 무송이 여인 위에 올라타고 누르고 있는 것을 보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달려오며 소리쳤다.
“호걸은 잠시 노여움을 참으십시오! 용서해 주시면, 소인이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송은 일어나 왼발로 여인을 밟고서 두 주먹을 들고 그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머리에 푸른 두건을 쓰고 몸에는 흰 베적삼을 입고 있었다.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수염이 몇 가닥 났으며, 나이는 35~6세 정도 돼 보였다. 사내는 무송을 보고, 두 손을 꽉 모아 쥐고는 말했다.
“호걸의 큰 이름을 듣고 싶습니다.”
무송이 말했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이름을 감춘 적이 없다. 포교 무송이 바로 나다!”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포교 아니십니까?”
“그렇다!”
사내는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말했다.
“오래 전부터 이름을 들었습니다. 오늘 다행히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이 아줌마 남편이오?”
“예! 소인의 여편네인데 ‘눈이 있어도 태산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어찌 포교님께 이런 짓을 범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인의 체면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십시오.”
무송은 사내가 조심하는 것을 보고, 여인을 놓아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당신네 부부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소. 성명을 듣고 싶소.”
사내는 부인에게 옷을 입으라고 하고, 무송 앞으로 와서 절을 했다. 무송이 말했다.
“좀 전에 넘어뜨렸다고 형수는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여인이 말했다.
“눈이 있어도 좋은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잘못했으니, 아주버님께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앉으시지요.”
무송이 물었다.
“두 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어떻게 내 이름을 아시오?”
사내가 말했다.
“소인은 장청(張青)입니다. 원래 이곳은 광명사라는 절에서 채소를 심던 농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인이 그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일시적인 분을 참지 못하고 광명사 중들을 모두 죽이고 불을 질러 맨땅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소송할 사람도 없어서 관아에서도 물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소인은 큰 나무 아래에서 길을 가로막고 강도짓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인이 멜대를 메고 지나가길래 소인이 달려들었습니다. 20여 합을 싸우다가 소인이 노인의 멜대에 맞고 넘어졌습니다. 원래 그 노인은 젊었을 때 길을 가로막고 강도짓 하는 것이 전문이었습니다. 노인은 소인이 손발을 잘 쓰는 것을 보고, 성 안으로 데리고 가서 여러 가지 재주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딸을 소인에게 시집보내 데릴사위로 삼았습니다. 성 안에서 살기가 어려워 이곳에 예전처럼 초가를 짓고 술파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지나는 객상 중에 눈에 띄는 자가 있으면 수면제를 먹여 죽이고, 통통한 큰 고깃덩어리는 잘라서 황소고기로 팔고 자잘한 작은 고기는 만두소로 넣습니다. 소인은 매일 마을로 가서 만두를 팔면서 이렇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소인은 강호의 호걸들과 사귀기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소인이 원래 채소밭이었던 곳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채원자(菜園子) 장청이라고 부릅니다. 제 아내는 성이 손(孫)인데 부친한테서 재주를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귀신같은 여자’라고 모야차(母夜叉) 손이랑(孫二娘)이라고 부릅니다. 소인이 좀 전에 돌아와 아내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을 때 포교님을 만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소인은 항상 아내에게 이렇게 일렀습니다. ‘세 종류의 사람은 해쳐서는 안 된다. 첫째는 떠도는 중과 도사다. 그들은 일찍이 과분하게 누려 본 적이 없고 또 출가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일렀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분을 해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본래 연안부 경략상공 휘하의 무관으로서 노달이란 분이었습니다. 주먹 세 방으로 진관서란 놈을 때려죽이고 오대산으로 달아나 머리 깎고 중이 되었답니다. 등에 꽃 문신이 있어서 강호에서는 화화상(花和尚) 노지심이라고 부릅니다. 한 자루의 철선장을 사용하는데, 무게가 60근입니다.
전에 이곳을 지나갔는데, 아내가 뚱뚱한 것만 보고 술에 수면제를 타 먹이고 주방으로 끌고 갔습니다. 막 껍질을 벗기려고 할 때 마침 소인이 돌아왔습니다. 선장을 보니 범속한 것이 아니라 황망히 해독약을 먹여 구하고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근래에 소식을 들으니, 이룡산 보주사를 점거하고 청면수 양지와 함께 도적이 되었다고 합니다. 소인을 부르는 서신을 몇 번 받았는데, 아직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송이 말했다.
“그 두 사람의 이름은 나도 강호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장청이 말했다.
“애석하게 생각한 중도 하나 있었습니다. 키가 7,8척이 되는 덩치가 큰 사람이었는데, 수면제를 먹고 쓰러졌습니다. 소인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늦어서 이미 사지가 잘린 뒤였습니다. 머리에 두르는 쇠로 만든 띠와 검은 장삼 한 벌, 그리고 도첩이 지금 여기 있습니다. 다른 건 별 것 아니지만, 두 가지 물건은 참으로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나는 사람의 정수리 뼈로 만든 백팔염주이고, 또 하나는 눈처럼 하얀 철로 만든 계도 두 자루입니다. 그 중이 죽인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도 계도가 밤중에 우는 소리를 냅니다. 소인이 그 중을 구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 지금도 종종 그를 생각합니다.
제가 또 아내에게 이렇게 일렀습니다. ‘둘째는 강호를 떠도는 기녀(妓女)들이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시장에서 공연을 하여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돈을 번다. 그런데 만약 그들을 해치면, 그들이 서로 말을 전하고 또 무대 위에서 얘기함으로서 강호의 호걸들이 우리가 영웅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아내에게 이렇게 일렀습니다. ‘셋째는 각처에서 죄를 짓고 유배 가는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는 호걸들이 많으므로 결코 해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일렀는데도, 아내가 소인의 말을 듣지 않고 오늘 또 포교님을 해치려고 했습니다. 소인이 일찍 돌아왔기에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그런 마음을 먹은 거야?”
손이랑이 말했다.
“본래는 손쓸 생각이 없었는데, 첫째는 아주버님의 보따리가 무거워 보였고, 둘째는 아주버님이 나를 희롱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났어.”
무송이 말했다.
“나는 머리를 잘라 피를 흘릴지언정 양갓집 여인을 희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형수가 내 보따리를 훔쳐보는 것을 보고 의심이 들어, 일부러 희롱하는 말을 해서 손을 쓰도록 한 겁니다. 주발에 든 술은 미리 버리고 중독된 것처럼 가장했습니다. 그랬더니 과연 나를 들어올리길래 손을 쓴 겁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장청은 크게 웃으며 일어나더니 무송을 뒤편 객석 안으로 청하여 좌정했다. 무송이 말했다.
“형님! 두 관원은 풀어 주면 좋겠소.”
장청은 무송을 인육방으로 데려갔다. 무송이 들어가서 보니, 벽에 사람 가죽 몇 장이 걸려 있고 대들보에는 사람 넓적다리 대여섯 개가 매달려 있었다. 두 관원을 보니, 하나는 엎어지고 하나는 뒤집어져 껍질을 벗기는 도마 위에 놓여 있었다. 무송이 말했다.
“형님! 저 두 사람을 살려 주십시오.”
장청이 말했다.
“포교님께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무슨 죄를 지었고, 어디로 유배 가는 겁니까?”
무송은 서문경과 형수를 죽인 일을 자세히 애기했다. 장청 부부는 칭찬을 그치지 않더니, 무송에게 말했다.
“소인이 드릴 말씀이 있는데, 포교님께서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무송이 말했다.
“말씀해 보십시오.”
* 행복한 주말 되시옵소서
* 계속 59회 ~~
첫댓글 아이 궁금 합니다.
하필 이 대목에서요..ㅎ
훅님
꿀 주말 되시와요 .^
추천 꾸욱
주말 행복하소서
감사합니다
장학사가 학교시찰을 나갔는데
마침 지구본을 놓고 과학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이 눈에 띄었다.
장학사가 교실로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반장,지구본이 기울어져 있는 이유가 뭐지?"
반장이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저희가 안 그랬어요."
어이가 없어진 장학사가 이번에는 선생님에게 묻는다.
"선생님이 직접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선생님이 별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그거요? 처음에 사올때부터 그랬어요."
화가 대단히 난 장학사가 지구본을 들고 교장실로 갔다.
"교장선생님!
이 지구본이 기울어진 이유를 아무도 모르더군요"
그러자 교장이 안타깝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중국산이 다 그렇죠 뭐...".
ㅎ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학교장이나 삼위일체의 대답 ㅎ
푸하하하하하하하
학생부터 교장까지 쌤쌤 입니다
감사합니다
중국 영문도 모르고 1패
몸서리 처지는 스토리
ㅜㅜ
무서워요
오늘은 낮잠 안 주무셨나요?ㅎㅎ
감사합니다
인육..
너무나 무서워요..
저도 떨려요
감사합니다
어멋낫~
이것야말로 기절초풍할 일이네요
사람을 죽여 고기로 팔고 만두소를 만들다니
넘나 끔찍해 댓글 쓰는 손이 덜덜~
소설이잖어, 하며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맞아요
소설이잖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수호지 에서는 인육 이야기가 몇군데에서 나오는데?
그아이들 진짜로 그시절에 인육을 먹었을까요?
나는 사실이라고 봅니다만
충성 우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 뜻이 아니오니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ㅎㅎ
중국사람들 사람고기로 만두를 빗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여기서 또 나오네요 끔찍스럽습니다
옛날에
중국에서는 사람고기로
만두를 만들어 판다더니
여기서 나오는 말이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