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총재비서실장의 그리움의 서신]
아버님! 그리운 아버님
아버님 성화하신 후 “그립다”라는 그 평범한 말조차 제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습니다. “그립다”라는 그 말을 하는 순간, 가슴 깊이 채워두었던 눈물의 빗장이 풀려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드는 아버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질 때면, 오히려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애써 즐거운 생각을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그리움을 피하려고 했던 그 즐거운 생각에도 늘 아버님께서 계셨습니다. 아버님의 환한 눈웃음, 아버님의 눈물, 아버님의 땀방울, 아버님의 그리운 음성, 제 삶의 모든 것에 아버님, 당신께서 계셨습니다. 아버님 정말 그립습니다.
아버님! 그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눈이 유난히도 많이 내렸던 겨울, 꽃다운 어린 시절 이스트가든에서 모심의 생활을 시작할 때, 아버님께서 제게 통일세계를 읽어보라고 하셨죠! 너무나 두렵고 떨려서 어떻게 읽어 올렸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그때 아버님께서는 “좀 더 크게 읽으라우”하시며 환하게 웃어주셨습니다. 그 때부터 저의 훈독인생이 시작되었지요.
그리고 첫 아이를 낳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힘들었지만, 아버님께서 가자시면 저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겁도 없이 부모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오히려 아버님을 놓칠까봐, 아버님께서 저를 떼어내실까 불안한 마음에, 맨발로 따라나서듯 뒤따라 나왔습니다. 아버님, 되돌아보니 그것이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참사랑, 참심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그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뜨거운 여름나라 하와이에서 겨울옷을 준비하라시며 북경으로 향하실 때까지 저는 어디로 향하시는지를 몰랐습니다. 함흥 영빈관에서 칠흙같이 어두운 한 겨울밤에 아버님 어머님 함께 손에 손을 잡고 그 주변을 도시며 기도하셨지요. 그때 제게 원주야 노래불러봐라 하셔서 얼마나 추운지 입이 얼어 발음도 안 되면서 계속 노래를 부르며 걸었습니다.
아버님께선 그 다음날이면 만나실 김일성 주석을 위해 기도정성 들이신 거지요. 남북통일을 위해 목숨을 내건 사투를 벌이신거지요. 잊을 수 없는 귀한 추억으로 제게 남아있답니다.
아버님! 그 때를 기억하시는지요? 인류의 보고, 남미를 살리시고 하늘부모님께서 소망하셨던 에덴동산을 만드시기 위해 남미섭리를 시작하시던 때를요, 숨쉬기조차 어려운 뜨거운 뙤약볕 아래, 흙먼지 뒤집어쓰시고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 닦으시며, 지독한 모기에 온 몸을 뜯겨 가시며, 지옥을 경험해야 천국을 만들 수 있다시며, 쉼 없이 남미 땅 가꾸시던 아버님,
악어 떼와 식인고기가 우글거리는 그 강에 몸을 담그시고 목만 내놓으신 채, 샌드위치 하나로 끼니를 떼우시며, 남미에 새소망 에덴을 만드시고자 했던 아버님의 검게 그을린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을리다 못해 새까매진 얼굴은 인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얼굴, 성자의 얼굴이었습니다.
아버님 육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님께 편지를 올리려니 드릴 말씀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병상에 계시면서 심각한 수술을 하시고 마취에서 깨어나시자마자 아버님께선 어머님을 찾으시며 손을 잡고 기도하셨지요. 육신의 고통가운데에서도 하늘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신 우리 아버님! 잠시도 개인의 삶은 없으셨던 우리의 아버님! 앉아계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정좌하시고 훈독하시던 아버님! 병원으로 이송되시는 그 순간에도 아버님, 말씀선집 56권을 훈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가쁜 숨 몰아쉬시며 말씀선집에 손을 대시고 하늘과 인류를 위해 기도하셨던 우리 아버님
아버님 저는 그 순간순간들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버님 아버님께서 영원한 나라로 가신 후 어머님께서는 전 인류를 대신하여 몸소 삼년 시묘정성을 드리셨지요. 저녁이면 떠오르는 달님을 찾으시고 맞이하시며, 그리움에 쉼없이 아버님과 대화하시는 어머님, 그 모습을 뵈오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참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아버님을 한없이 그리워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는 아버님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아버님에 대한 저의 슬픔만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아버님에 대한 저의 그리움만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을 누구보다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분은 어머님이셨습니다.
그러하셨기에 아버님 하늘 가신 후, 누구보다 아프고 슬프셨을 어머님이시지만, 어머님께서는 눈물 한 번 제대로 흘리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아프다는 말씀 한 번도 제대로 하시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잃은 슬픔으로, 아버지 잃은 아픔으로 어깨 축쳐져 실의에 빠져있는 저희들을 품으시고, “내가 있으니 나와 함께 아버님의 유업을 완성하자”하시며, 애써 눈물 참으시며 저희들에게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아버님 성화 후, “생이 다하는 날까지 천일국을 안착시키시겠다”는 어머님의 말씀은 아버님에 대한 사랑이고 그리움이셨습니다. 저희들은 저희들의 슬픔과 아픔만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님의 아픔과 슬픔을 저희는 살피지 못했습니다.
오늘 그 죄송함과 미안함이 제 가슴을 억누릅니다.
천일국을 개문하시고, 아버님께서 반복하여 말씀하셨던 독생녀를 당당하게 선포하시고, 아버님 남기신 유업을 차곡차곡 정리하시는 어머님, 아버님 성화하신 후 어머님께서 하셨던 모든 섭리는 아버님에 대한 사랑이요 약속이셨습니다. 그 단순한 사실을 6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참으로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아버님 오늘 아버님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이 그리움의 마음을 펼친다면, 지구를 다 덮고도 남을 만큼 아버님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지금도 뒤돌아서면 “원주야”라고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저를 부르실 것만 같습니다.
아버님 이생에 주셨던 사랑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버님을 모셨던 제 삶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어떠한 고난과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지상에 계신 어머님 잘 모시고 당당히 승리하겠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영원히 영원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