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다 강남대로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다.
외서 코너를 둘러보다 철학 섹션에서 칸트의 책이
눈에 띄었다. 철학이야 이런 저런 읽고 싶은 책들이 꽤 있지만,
요즘 새삼스럽게 옛날에 들춰보고도 무슨 말인지
알 듯 모를 듯 해서 들었다 놓았다 했던,
그의 책, Critique of Pure Reason<순수 이성 비판>을
다시 제대로 읽고 싶었다. 집에 있긴 하지만,
2007년 Penguin classic로 출간된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나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책이라서 일까,
칠 천(7000) 원을 주었으니, 영어 원서로선
헐값에 산 셈이다.
근대의 사유 세계에 커다란 지평을 그어 놓은 그였지만,
오늘 손바닥 만한 크기의 스마트폰 시대에서, 그가 제기한
사유보다는 색의 환상에 빠져 사는 현대인들, 이미 뇌의 구조는
작은 요술상자 영상에 제 역할을 완전히 위탁했다.
칸트(Immanuel Kant)가 18세기 이 책을 썼을 때 오늘의
현대인의 모습을 상상하기나 할 수 있었을까.
어쨌거나 이 가을날 밤을 보내며
그의 생각을 함께 동행해 볼련다.
참, 책방에서 나와
영동시장에 있는 진도집에 들렀다.
순댓국집 주모는 여전한 모습이었고,
술상에도 사람들로 꽉 들어차서 좋았고,
가을날이 온 것도,
그로인해
사람들을 불러 들임이 그래서 좋았다.
주모의 기둥서방도 뚱한 모습으로
열심히 주방에서 매장을 들락거리며
주모를 거들고 있었다.
산다는 건 부단한 실행일 뿐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