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이라니! 벌써 훌쩍 커 있었구나. 청년을 지나 장년으로 진입하는 나이, 우리의 체육대회는 이렇게 성장해 있었습니다. 영남지역 8개 지방회 교역자 체육대회, 적당한 날 좋은 날씨 가운데 경산실내체육관에서 한 판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육적 대결의 향연이라고나 할까요. 아닙니다. 거기에 더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정신적이고 영적인 사랑입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영남지역을 8개의 지방회로 분할하여 지역 조건과 환경에 맞게 사역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폐쇄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만나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났습니다. 주의 종들은 이색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자체로 흥이 납니다. 때론 경기 운영 방식과 심판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주님의 사랑 앞에 쉽게 해소되어 버립니다.
300 여 명의 장수들, 왜 선수란 단어보다 장수란 말이 뛰어 나왔을까요. 예, 그렇습니다. 오늘 체육대회 나온 사람들은 선수 이전에 영적 전쟁의 장수들입니다. 그들이 한정된 공간 체육관에 모여 기량을 겨루는 것입니다. 영적 전쟁을 대비하여 가상훈련을 하듯. 이렇다 보니까 이기고 지는 것은 문제 되지 않습니다. 피아도 뚜렷하게 구분할 필요도 없습니다.
관련된 우리 지방회 이야기를 좀 해 볼까요. 영남지역 8개 지방회 중에 하나구요, 총 61개의 교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지방회에는 두 개의 교역자회가 각기 특장을 살려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역자회는 주로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일 년 중 함께 어울려 준비하고 참여하는 행사가 영남지역 체육대회인데, 오늘 33회 대회엔 많은 분들이 참여를 했더군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격려 차 방문하신 두 분의 장로님들까지 숫자에 포함시킨다면 75명이나 참석한 것으로 나옵니다. 가을은 왠지 모르게 우리 마음을 분주하게 만듭니다. 그런 시간을 잠시 정지시키고 체육대회에 참석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나게 합니다. 같은 목적을 갖고 뛰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를 내려놓고 서로 사랑하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나 할까요.
경기 종목도 단촐했습니다. 탁구, 배드민턴, 배구(남), 배구(여) 이렇게 네 종목. 운동 경기 하면 컴플렉스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조차 만만하게 보이는 종목들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각자 열심히 뛰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이번 체육대회 참석을 독려하는 입장에 있는 저를 비롯한 교역회 임원들은 좋은 성적은 애시당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더군요. 나가면 이기고 또 출전하면 승리하고…. 이렇게 해서 나온 우리 지방회 성적이 여자 배구 우승, 남자 배구 3위, 탁구 3위, 배드민턴 4위. 우승을 목표로 몇 번의 훈련을 거쳐 출전했을 때에는 성적이 저조했는데, 별로 준비하지 못하고 나온 이번 체육대회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종합성적 1위. 우승기를 받고 좌우로 휘날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주의 종들이 모여 하는 체육대회의 목적을 친목에 두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벌어지는 사랑 잔치, 하지만 성적이 쑥쑥 올라가니 기분이 좋더군요. 나약한 사람의 솔직한 속내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귀한 75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는데, 그들의 기대를 무언가로 채워드려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예기치도 않은 우승을 선물로 주신 것이 아닐런지요.
이런 자리의 유익이 또 있습니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더 알 수 있다는 것,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더 좋아하게 된다는 것. 정말 그렇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지방회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목회자들입니다.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체육대회는 서로를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소원했던 사이가 돈독해지고, 딱딱했던 관계가 말랑말랑하게 되는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우리의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심을 믿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번 체육대회엔 교회 분담금이 없었습니다. 내년 열리는 이 체육대회를 우리 지방회가 주관하게 되는데, 그 때를 위해 열과 성의 에너지를 비축해 두자는 의도였지요. 하지만 많은 교회에서 찬조금을 보내주셨고 또 물품을 후원해 주셔서 그야말로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경기에 뛴 분들, 목이 터져라 응원한 분들, 또 물품과 재원으로 찬조한 분들. 이분들이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이번 체육대회의 단합된 모습을 계기로 우리 경북서지방회가 분발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방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보인 사랑의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2015.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