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몇 가지 좀 제 생각을 정리도 좀 할 겸 끄적여보겠습니다.
1. 과연 현행 역사교육을 좌편향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금 보면 교육 현장에서의 역사 교육이 좌편향이라는 글들이 꽤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이해가 안 되던게 제가 중,고등학생일때 딱히 좌편향으로 가르친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육학 관련 강좌도 들어본지라... 그 점도 있고 해서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조사를 해봤는데...
일단 2012년 기준 전국의 교사들 중 전교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만 5천명으로 15% 정도. 2008년 18%에서 3% 감소한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20대 교사의 참여율은 2011년 기준이지만 2%대... 교총은 역시 2012년 기준 15만명으로 32.5%. 뭐 교총도 20대 교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해서 문제라고는 합니다. 그리고 기타 다른 교원단체들은 듣보잡이니 무시하고 교원노조에 가입 안 한 일반 교사들이 50%를 넘는 상황이더군요. 그와 별도로 역사교사는 대충 만여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수를 기준으로 할 때입니다.)
이렇게 통계로 내린 결론은 분명 전교조의 비중이 10%를 넘는 만큼 이념에 편향된 교육을 하는 교사가 미미하다고 하기는 곤란하나(즉 의미는 있는 비중이나), 최소 과반수 이상의 일선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 좌편향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전교조 소속이라고 모두 좌편향 교육을 한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말입니다. 그냥 이름만 전교조에 올려놓은 일선 교사들도 꽤 많습니다.
이렇다면 일선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이념 편향 교육을 하지 않게 지침을 정한다든지, 교사들의 재교육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이게 가장 나아보입니다. 현재 교육 추세가 교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추세라) 더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과서를 바꿀게 아니라요.
2. 편향성 문제.
일단 교과서 관련 파동에서 현재 국사 교과서들이 꽤 편향적이라는 주장들이 보이는데... 일단 키케로님 블로그에 올라온 사안들과 중앙일보에서 보도한 '여권에서 문제삼는 교과서 서술들'만 보면 오히려 지적한 쪽 의견들이 편향적인게 아닌가 싶군요.
사회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을 서술한 부분 거의 전체에 대한 문제 제기, 6.25전쟁과 관련한 문제제기 등등 현재 알려진 지적사항 다수는 정작 알고 보니 크게 문제 없는 서술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것들을 지적할 수 있는지 의문이더군요. 거기다 주제사상을 언급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제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현수막까지... 더군다나 알고보니 교육방침에 주체사상, 세습체제 등을 언급하라고 한 부분이 있군요.
북한의 대남도발이 삭제된 부분들에 대한 지적은 그래도 일리는 있는데... 사실 이것도 내막을 살펴봐야됩니다.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2009년 기준으로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는 대남도발에 대한 부분들이 어느정도 실려있었습니다. 그 말 많던 금성사 교과서도 북한 관련 부분에서 푸에블로나 김신조 등 중요한 사건들은 다 적어뒀습니다. 근데 이후 정부 관심사가 학습부담 줄이기가 되었는데(이 학습부담 줄이기는 다른 과목들에서도 꽤 나타났습니다. 수학은 수능 난이도 하락, 영어도 꽤나 많이 바꾸고요.) 이 과정에서 역사쪽에서 국사와 근현대사를 통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때 과거 7차교육과정 시 악명 높았던(서울대 지망생들과 역덕들의 전쟁판이 되어버려서) 국사의 학습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칼질을 대대적으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날아가버렸습니다. 행정과 교육 분량의 문제로 보는게 타당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문제제기가 다수를 이루는 판인데 국정화 교과서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참 궁금해집니다.
3. 집필진 및 집필 기간.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집필진. 지금 새누리당 등에서 교과서 참여한 인사들(교사, 교수)을 싸그리 좌빨 전교조, 학계 90% 좌빨 드립을 쳤더군요. 스스로 집필진 숫자를 줄여버리는 자충수를 두는 셈입니다.
물론 학계는 좀 진보적 성향이 강한 감이 있고 이게 좀 지나쳐서 문제인 감은 있는데 현 상황에서 식근론 관련 문제를 제외하고 그나마 현재 학계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이 있는지는 전 꽤나 회의적입니다. 그나마도 식근론쪽의 이영훈 교수도 요즘 맛이 간 티를 팍팍 내고 있고...
실제로 지금 화가 단단히 난 교수진들이 집단적으로 교과서 집필 참여를 거부하는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말기에 문화부 장관을 지낸 최광식 고려대 교수까지 포함되어있고요. 전문성을 가진 교수들이 집단으로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 가능할까요?
이런 상황이면 근현대사 집필진에 김대령 같은 말 많은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문제제기한 부분 다수가 침소봉대나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 많다는 점에서 편향성이 우려되네요. 뭐 사실 이건 다음 부분에서 다루겠지만 집필진을 구하기 힘들다는 부분은 근현대보다도 고대사쪽이 더 걱정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집필기간. 2017년도부터 사용할 예정이고 내년 12월에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데... 집필진 구하는 기간을 제외하면 대충 1년이군요. 지나치게 빠듯합니다. 인원을 20~40명으로 잡는다고 하지만 교과서는 교육적 목적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물건이라 만드는데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그런데 이걸 고작 1년안에 하겠다는 건.... 당장 비교용으로 검인정으로 전환할때 이야기를 하자면 노무현정부에서 2004년부터 도덕, 국어, 역사의 검인정화를 논의하기 시작, 2007년에 검인정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명박 정부에서 이를 세부적인 것만 수정한 뒤(노무현때 분리됬던 근현대사를 다시 국사로 통합)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검인정화했습니다. 세부 수정이 가해진 걸 감안해도 3~4년이 걸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정화는 꼴랑 1년이라... 이거 제대로 될 리가 없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검인정 교과서로도 온갖 논쟁 다 터졌던 마당에... 아마 볼만한 꼴 벌어질 겁니다.
4. 유사역사학 그리고 이덕일
개인적으로 굉장히 우려하는 것!
괜히 강조하는게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우려하는 겁니다. 일단 이덕일은 원래부터가 정치권과 이래저래 연줄이 많습니다. 여야를 안 가리고요. 이덕일은 예전부터 국회에서 강연 같은 것도 그랬고 그래서 의원들과 연줄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덕일이 다뤄본 적이 있는 이회영(다만 이 책은 대중용으로는 꽤 괜찮다는 평입니다. 이덕일 답지 않게요.)의 후손 이종걸 새민련 의원이 이덕일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검찰총장에게 호통을 쳤답니다. 거기다 이덕일이 동북아재단의 지도, 한사군등을 공격하자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다음달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예정되어버렸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라 이덕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 의원 한 명이 동북아재단 해체론까지 주장하는 중입니다. 이게 모두 요 몇달간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 이 교과서 파동이 너무 커져서 이 건이 묻혀버리기는 했는데 이덕일이 요즘 활개를 치는 것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뭐 사실 이덕일이 명예훼손 재판에 걸려버리는 바람에 커진 감도 조금 있기는 하지만요.
뭐 세간에는 이덕일이 국정교과서에는 반대한다면서 내일신문 인터뷰를 예로 들기는 합니다. 사실 이 사설 보면 대충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도 같습니다만... 문제는 이 인터뷰, 그리고 제가 이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영화 사도를 비난하던 칼럼을 보니 의미심장한 부분들이 좀 보입니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거의 0에 달하자 식민사관 학자들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냐, 검인정으로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역사 교과서를 누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나가느냐 하는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주문대로 ‘균형 잡힌 교과서’ ‘믿을 수 있는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나. 정통성과 객관성을 담보한 역사책이라면 국정화로 하다가 검인정으로 가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우리역사의 관점의 차이를 얼마나 좁히고 팩트에 근거해 정확하게 기술해 내느냐의 문제다.'
'지금의 국정 국사교과서 논쟁처럼 역사 왜곡이나 조작에는 반드시 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득이 있는데 이 영화는 무엇을 위해 역사왜곡의 길을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단 소위 '식민사학'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잠시 국정화를 해도 된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밑의 한국일보 천고사설에 쓴 글귀의 경우 왜곡과 조작으로 이득을 얻는 주체도 좀 애매합니다(정부, 여권, 뉴라이트를 가리키는 여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 국정교과서 논쟁이 정부, 여권 vs 학계, 교사(주로 전교조지만)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이덕일이 학계를 무지하게 깐다는 걸 고려할 때 학계를 가리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덕일은 학계를 노론 친일파들이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내일신문 인터뷰에서 뉴라이트 계열등이 관련된 걸로 보이는 교학사 교과서에 비판적이기는 합니다만... 이 쯤에서 언급하고 싶은게 이덕일은 일단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도 않고 있고 과거에 시국선언 같은 게 나올때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에 칼럼 연재하던 적도 있고요. 새누리당이나 뉴라이트와도 척을 안 진 상태입니다. 당장 동북아재단 지도건도 이덕일이 지도에 문제 있다고 주장하자 폐기에 동의하는 사람 중에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안 그래도 집필진 구하기가 힘든 이 상황에서 이덕일이 영향력, 명성을 얻는 것은 확실한 교과서 집필 작업에 참여하지 말란 보장이 없습니다. 설령 이덕일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덕일 계열의 인사, 즉 한가람 연구소쪽 사람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덕일계열 인사가 2011년경에 이덕일과 사이가 좋지 않은 오항녕, 정병설 교수를 비난한 책을 쓴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책의 배후에 이덕일이 있다는 게 거의 정설이니 휘하 사람을 부릴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5. 국정화 및 검인정의 역사 및 몇몇 입장들
이 문제의 경우 저도 정보가 좀 단편적으로 입수한 상태입니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로 종합을 좀 해보겠습니다. 일단 원래 한국 역사 교과서는 검정 시스템에 속해있었지만 유신시대 이후 국정화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검인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다만 어찌된건지 김대중 정부때까지는 이런 조치들이 지지부진했습니다.(외환위기 극복이나 월드컵 문제가 연관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만 확실한 건 아닙니다.) 다만 97년에 고시된 7차교육과정에서 근현대사를 분리시키고 이를 검정으로 한 것을 볼 때 이 때부터 어느정도는 역사교과서를 검정화 하는 문제를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2004년부터 교육부가 도덕, 국어, 국사 교과서의 검인정화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7년에는 검인정화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정권이 바뀐 이명박 정부에서도 검인정화는 계속 추진되어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검인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뭐 이 과정에서 분리되었던 근현대사가 다시 국사에 합쳐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교육계의 문제 정도로만 다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보는게 타당하고요.
그러다 2013년 말엽 교학사 파동 이후 국정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국정화가 유신시대의 유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합니다. 이런 인식은 비단 진보쪽만의 인식은 아닌 것이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국정화는 유신시대에서나 하던 것이라던 식으로 강하게 비판하였고, 당장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교육감들의 선언에는 보수로 분류되는 설동호 대전 교육감까지 동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당초에는 대구 교육감도 국정화 반대 입장이었습니다만 현재는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그 외에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특히 동아일보는 꽤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좀 의아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현재 국정 교과서에 대한 반대는 대충 친일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우려하는 것은 광복 이후의 묘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도 주로 5.16 군사정변에 대한 부분 등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일단 제가 찾아본 범위 내에서 보이는 반대쪽의 레파토리는 주로 유신 시대로의 회귀, 독재 옹호 등을 경계하는 성향이 많이 보입니다. 혹은 경제 발전 당시의 어두운 면을 가리는 것에 대한 반대도 꽤 보이기는 합니다.
6. 개인적 입장.
뭐 간단하게 말해서 반대입니다. 이건 미친 짓이고 퇴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도 세부사항을 수정은 했지만(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이념 보다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 차이로 봐야 될 문제) 그대로 검인정으로 진행한 것을 돌리겠다는 것부터가... 더군다나 국정화 교과서의 기간도 짧은데다가 집필진을 구하는 문제 등에서 그 질이 어떨지 꽤나 걱정됩니다.
더군다나 지금 자세히 보니 원균을 어떻게든 띄우려고 하는 사람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더군요. 이 원내대표가 나름 이번 국정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정교과서에서 원균명장설 같은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이덕일에 원균명장설에 뉴라이트의 이승만 옹호... 생각하기도 싫네요.
그리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이 동일한 역사관을 갖게 한다는 건 전체주의적 발상입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게 기본 가치입니다. 다양성을 일찍부터 경험할 수 있게 해주어야지 그렇게 주입식으로 하나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북한 같은 곳에서나 할 짓입니다. 거기다가 억지로 하나의 가치관을 가지게 한 것으로 인해 정반대의 극단으로 바뀔 가능성도 고려해볼 요소입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교과서의 자유발행제를 지지하는 편입니다만... 굳이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일거라면 타협안으로 검인정제 강화 수준으로 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것도 국가의 입김이 굉장히 강하게 들어가는 겁니다만 적어도 어느정도는 다양한 가치를 존중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검인정 강화를 검토하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글
Real 2015/10/15 18:34 #
로자노프 2015/10/15 21:21 #
그리고 정치편향의 문제는 좀 애매한게... 교사들의 자율권이 강화된게 생각보다 얼마 안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들의 자율권 침해가 될 소지가 다분해서.. 더군다나 이게 편향이 또 생각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전에 누친님 스승님이었던 분 좌편향이라고 공격당했는데 알고보니 별 이상 없는 것들 수업한 걸 트집잡은 걸로 드러난 사례도 있어서요.
네비아찌 2015/10/15 18: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