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독후감】
반갑고 고마운 두 권의 귀한 ‘책 선물’
― 동촌 지교헌 교수 님이 보내 주신 신간 저서를 받고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전국의 문인들로부터 증정본 책을 자주 받는다. 책을 받으면 ‘선물’로 느껴지는 반갑고 고마운 책이 있는가 하면, 부담스러운 책이나 실망스러운 책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독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기호(嗜好)에 따른 구분이요, 지식의 정도에 따른 판단이다. 일상적으로 글을 쓰고, 책을 펴내고, 때로는 남의 글을 심사 평가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증정본 책을 분석하는 나름의 안목이다.
책을 받으면 먼저 저자의 ‘친필 글씨’를 본다. ‘저자의 체취’를 느끼기 위해서다. 인쇄물인 책 내용에서 풍기는 저자의 인품과는 별개로 인간적인 체취를 저자의 친필 글씨에서 맡는다. 저자의 체취는 겉봉 글씨에서도 배어난다.
인쇄되지 않은, 손수 쓴 주소와 성명, 그리고 ‘나를 불러 주는 칭호’까지 책을 보내 준 저자의 따뜻한 성의와 사랑을 느낀다.
동촌 교수 님이 보내 주신 책은 단순히 지인들에게 일괄 보내는 증정본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특별한 ‘선물’로 느꼈다.
평소 존경하는 원로 학자님. 인터넷 카페에서 거의 매일 뵙는 교수 님 아호, 어쩌다 카페에서 안 보이실 때는 여기저기 검색으로 찾아서라도 읽고 싶은 글이 동촌 교수 님 옥고이다. 이 정도라면 단순한 일반 독자가 아니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 ‘팬(fan)’이다.
국어사전에는 ‘운동 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팬’이라고 해석해 놨는데, 특정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애독자’도 ‘팬의 영역’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동촌 교수 님의 ‘팬’이 되기까지 이런저런 사연과 인연의 고리를 글로 푼다면 한두 편의 수필이나 감상문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동촌 교수 님의 사랑을 남달리 많이 받은 독자 중의 한 사람이다.
동촌 교수 님은 나의 졸고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동촌 교수 님으로부터 댓글 또는 서평 형식으로 칭찬을 들을 때마다 나는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어느 때는 집안 큰 어르신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처럼 자애로움을 느꼈고, 어느 때는 서당에서 공맹(孔孟)을 가르치는 훈장님으로부터 특별히 글씨 잘 쓴다고 머리 쓰다듬어 주시는 영광도 누렸다.
이렇게 평소 존경하는 원로 학자님으로부터 연초에 선물로 받은 책이니, 보통 증정본 책과는 구별돼야 한다. 그 어떤 금은보화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이 담긴 책이다.
헤아리기 어려운 학문의 깊이를 느낀다. 구십 평생 글을 써오셨지만 늘 자신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겸허한 인품을 느낀다. 어떻게 살아가야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인지, 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지혜가 가득 담긴 책이다.
어떤 철학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글을 쓰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자상하게 제시한 책이다.
《글쓰기가 겁난다》라는 책 제목은 파격적이다. 동양 철학을 전공한 노학자의 권위와 고매한 인품에서 잠시 벗어난 책 제목이다. 배우고 깨달음에 있어서는 목에 힘을 주는 그 어떤 권위도 필요 없음을 보여주는 겸손한 책이다.
구십 평생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가르치며 수많은 문학작품을 창작해 오신 원로 문인이 ‘글쓰기 겁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누굴 향한 외침인가.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인가, 저자 자신의 성찰을 위한 독백인가, 책을 읽다 보면 그 답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나도 언젠가 일간지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정민 교수의 ‘문유십기(文有十忌)’를 읽고 소중한 가르침이기에 글쓰기 ‘각성’의 의미로 스크랩해 둔 적이 있다.
명나라 원황(袁黃)의 독서보(讀書譜)에 나오는 ‘문유십기(文有十忌)’를 동촌 교수 님도 열거하고 있다.
①진부한 글[두건기(頭巾氣)], ②뜻이 용렬하고 견문이 조잡한 글[학당기(學堂氣)], ③남의 글을 끌어댄 글[훈고기(訓誥氣)], ④노파심이 많은 글[파자기(婆子氣)], ⑤꾸밈이 많은 글[규각기(閨閣氣)], ⑥궁상을 떠는 글[걸아기(乞兒氣)], ⑦무례한 글[무부기(武夫氣)] ⑧속된 글[시정기(市井氣)], ⑨알맹이가 없는 글[예서기(隷胥氣)], ⑩사람을 홀리는 글[야호기(野狐氣)]은 좋지 않으니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평생 ‘교본’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다.
《진리의 주체는 인간이다》 제목의 책도 역시 수필집이다. 노학자의 일상 견문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관점을 재해석하게 만드는 ‘철학 수필’이다. 어느 한 편도 일깨움과 가르침이 아닌 글이 없다. 거칠어진 정서를 순화하고 마음가짐을 가다듬게 만드는 수필 작품이 가득하다.
여기서 깜짝 놀라는 일도 벌어진다. 나의 졸저 문집도 언급하셨다. 가정에서 ‘손자 돌봄 할아버지’가 일기처럼 써온 문집 《달에서 왔니, 별에서 왔니》 서평이 들어 있는 것이다. (수필집 《글쓰기가 겁난다》 153~156쪽)
이렇게 감동적인 서평은 ‘가문의 영광’이다.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귀한 서평 옥고이다. 경험이 풍부한 원로 교육자 시각으로 분석한 ‘현대 사회의 육아법’은 저자인 필자 자신도 부족한 점이 많아 과찬이 부끄럽기만 하다.
필자의 문집 속 주인공인 손자 지환이에게는 앞으로 성장하면서 반듯한 정신적인 가르침과 자부심을 품어도 좋을 내용이다. 지환이 엄마, 아빠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은 평론이다.
또 영광스러운 글이 나온다. 필자의 졸고 독후감 『지교헌 수필 -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읽고』 - 「반어적 수필 읽기의 긴장감과 숨은 그림 찾기」이다. 원로 교수 님 귀한 수필집에서 나의 졸고 독후감을 발견한다는 것은 30여 년 문단 경력의 보람을 안겨주는 경이로운 ‘사건’이다. (수필집 《글쓰기가 겁난다》 317~321쪽)
나의 어설픈 소감이 혹여 존경하는 원로 학자님의 옥고에 흠이 되지나 않을지 조심스러웠는데, 과분하게도 책에 반영해 주셨으니 무례를 용서받은 셈이다.
원로 학자님이 ‘새해 선물’로 보내 주신 두 권의 저서. 이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바라볼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설령 이사 다니더라도 빠뜨리지 않고 꼭 챙겨야 할 귀한 책이다. ■
♧ ♧ ♧
첫댓글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에서
◆ 동촌 지교헌(수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3.01.28. 23:45
내가 늙을 대로 늙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만난 글이나 문인들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정정한 젊음을 과시하며 언제나 참되고
곧은 글을 쓰는 분들은 그다지 많다고만 말하기 어렵고,
또다시 그 가운데서도 항상 내 마음에 뜨겁게 와 닿는
글을 쓰는 분들은 더욱 많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장천 윤승원 선생은 모범적인 국가공무원으로 봉직하면서도 끊임없이
개인 생활이나 사회생활이나 국가 생활에 마땅한
알차고 아름다운 글을 쓰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것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나는 장천 윤승원 선생에게 허물없이 글을 보여드리고
공감도 받고 칭찬과 격려도 들으며
따뜻한 인간관계를 느끼게 되어
변변치 못하나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두 권의 수필집을 보내드리게 되었다.
역시 반갑게 받아들이고 따뜻하고 과분한 칭찬으로
되돌리며 반겨주시니 황송하기만 하다.
바라옵기는 앞으로 오자나 탈자나 잘못된 표현이나
판단이나 중요한 쟁점에 대하여,
기탄없이 지적하고 질정해주시기를 기대한다. (지교헌)
이번에 보내주신 두 권의 귀한 저서는 그 흔한 문예 지원금이나
누구의 물적, 정신적 도움 없이 순전히 동촌 교수님 열정으로 만들어내신
순수 창작물입니다.
구순 연세에 참으로 놀랍고 존경스러워 무어라 감동을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저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글을 써보지만
글을 한 편 쓰려면 많은 공력이 들어갑니다.
이것을 발표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책으로 만드는 일은 농부가 쌀농사 짓는 것 이상으로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추수하여 방아를 찧더라도 ‘뉘’가 있는지 가려내야 하는 게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일입니다.
이렇게 남모르는 공력과 정성이 들어간 저서를
한 권도 아니고 두 권이나 제게 보내주셨습니다.
원로 학자님의 그 땀이 밴 노고와 지극한 정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로서는 저서를 받고 그냥 있기 어려웠습니다.
졸고나마 소감 한마디 쓰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엎드려 큰절하고 저서를 받고
무엇으로라도 보답을 해야 마땅한 도리입니다.
죄송합니다.
보답은커녕 졸고 소감으로 답장을 대신하는 무례와 무성의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윤승원 올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에서
◆ 동촌 지교헌(수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3.01.29. 12:30
장천 윤승원 선생께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시고 칭찬해주시기 때문에
허물없이 대하게 되고 졸렬한 작품집이나마 구경하시라고 보내드렸는데 또다시
과분한 칭찬을 보내주시니 너무나 감사하기만 합니다.
실은 퇴고도 충분치 못한 채 인쇄하게 되어 벌써 몇 군데나 허물이 노출되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이모저모 잘못된 것은 발견하시는 대로 기탄없이 지적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새봄을 맞이하여 온 집안이 더욱 행복한 웃음으로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분당에서 지교헌)
▲ 답글 / 윤승원(작성자)
저의 졸고 소감은 ‘올사모’ 카페 <책 읽기> 코너에 가장 먼저 올리고 나서
제가 참여하는 몇 군데 인터넷 공간에 소개하였습니다.
‘올사모’ 카페를 방문하시는 독자분들도 상당히 증가하였으나
<신간 정보>는 더 많은 독자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해도 좋다는
생각에서지요.
가령 검색창에서 저자의 서명 삼자만 쳐도 <관련 책 정보>가 노출되면
북 마케팅을 하는 출판사는 물론 독자들도 반가워할 일입니다.
수필 문학을 사랑하고 <좋은 책>에 목말라하는 전국의 독자를 위해
관련 <책 정보>는 널리 소개하여 공유해도 좋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대전수필문학회 카페 <초대 수필> 코너에 올렸습니다. 전국의 유명 수필가들이
방문하여 읽게 됩니다. ▲ 대전문인총연합회 카페 <명작감상> 코너에도 올렸습니다.
충청지역 문인들이 관심 있게 읽고 있습니다.
▲ 페이스북, ▲ 네이버 블로그, ▲ 다음 블로그에도 동시에 졸고 소감을 올렸습니다.
동촌 교수님을 아시는 독자나 제자들이 <책 정보>를 접하게 되면 크게 반가워할 것이며
동촌 교수님을 잘 모르시는 독자라면 <새로운 책 정보>를 얻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승원 올림)
♧ 대전수필문학회 단톡방에서
◇박영진(수필가, 전 대신고 교장)
귀한 어른의 저서를 받고 그 속에서 윤 회장님의 글에 대한 평까지 찾아
읽으신 뒤에 옥고를 잘 보존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뭉클함을 느낍니다.
저자들이 애써 출간한 분신을 받고는 보내주신 작품집을 귀히 간직하지 못하고
한 두 편 읽고는 책장에 꽂아두는 생활을 반성하면서 큰 가르치심에 감사드립니다. (박영진)
◇답글 / 윤승원
구순 어르신이 컴퓨터로 글을 쓰고, 책을 펴내고, 우편으로 부치는 일까지
손수 힘드신 일련의 작업을 하신 것을 생각하면 어느 한 편도 소중하지 않은 옥고가 없습니다.
한 권도 아니고 두 권의 저서를 한꺼번에 받고 크게 감탄, 감동했습니다.
책 내용도 참다운 삶의 본이 되고, 수필문학이 지향하는 정서와 철학이 담긴
지혜의 보고입니다.
그래도 저자는 글쓰기가 "겁난다"고 하시면서 오류를 지적해 달라고
주문하십니다. 고매한 인품의 원로 학자 님으로부터 실로 배우는 게 많습니다.
박 교장선생님 따뜻한 응원의 말씀에 지 교수님 귀한 저서를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윤승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