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에 있는 자동차 전자장치용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생산업체인 세일전자는 얼마 전 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공정상 반드시 필요한 필름 공정과 레이저 플로터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때문에 고충이 말이 아니었다. 생산 초입 공정인 필름 공정은 파트별로 서로 요구가 많아 작업자 간에 잦은 시비가 일어나고 기존 레이저 플로터는 진공 펌프 소음이 심해 직무 기피에 따른 구인난 발생으로 품질 저하, 생산량 감소 등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불량 제품이 늘어나면서 납품기일을 못 맞추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 때문에 세일전자로서는 필름 공정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레이저 플로터 개발 필요성이 절실한 과제였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청이 운용하는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사업을 알게 되면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다. 결국 필름 제조공정 생산환경 개선을 위한 인쇄회로 제조용 레이저 노광기(Laser Plotter Machine) 공정 과제를 수행하면서 이그터널 드럼공법으로 레이저 플로터 설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단위시간당 생산량이 3배로 늘었고 공정 부피가 작아 설치공간이 50% 축소되었으며 필름을 고정ㆍ탈착(LoadingㆍUnloading)하기 쉽고 간단해 해당 공정 불량률 제로(0)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안재화 세일전자 대표는 "레이저 플로터 설비 개발로 출력 정밀도가 5배 이상 향상되고 처리속도도 해상도에 따라 5~10분 이상 높아짐으로써 생산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 같은 중소기업청 지원은 회사 성장에 기폭제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에 있는 냉장고ㆍ에어컨 부품 제조기업인
위닉스 역시 비슷한 사례다.
이 회사는 냉장고용 냉각기 제조 핵심공정인 용접 과정 중 발생하는 아르곤 유해가스, 용접분진, 유해광선 등 유해요소 관리가 국제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대부분 수작업을 통해 공정이 이뤄지고 유해가스 등으로 인해 해당 공정근무를 기피하기 일쑤여서 자동화 공정에 따른 직무기피 요인을 완전 해소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위닉스는 중기청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사업을 통해 한동안 안고 있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결국 이 회사는 작업자가 제품을 실어 올리거나 내리는 작업만 관리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은 물론 발생가스 관리를 위한 현장 환기 시스템을 개발ㆍ구축할 수 있게 됐다.
윤희종
위닉스 대표는 "냉장고용 냉각기 알루미늄 파이프 아르곤 용접 자동화 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함으로써 관련 제품 생산단가가 10% 감축되는 등 생산효율 증대와 불량 감소를 통한 원가 절감에도 큰 효과가 발생했다"며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외국시장에서 10% 이상 수출 증대를 이뤄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운용하는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사업`이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냄새 분진 소음 등 열악한 작업환경 등 직무 기피요인을 해소하는 장비와 공정혁신 개발 지원을 통해 작업환경 개선으로 종사자 이직률을 줄이고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당초 3D 업종 인력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2년 `중소기업 생산현장 직무 기피요인 해소지원사업`으로 시작해 중소기업 작업환경 개선장비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2007년부터 중소기업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중소기업 공정혁신 지원사업`과 통합해 시행하고 있다.
황성원 중기청 사무관은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으나 여전히 노동집약적 생산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점차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인식하고 시작한 사업이 중소기업청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사업이며 해마다 지원 과제에 신청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는 등 호응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사업은 200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632억6400만원을 투입해 총 1005개 과제 1691개 업체에 지원했다. 올해에는 총 247억원을 투입해 200개 과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만족도도 높다. 실제로 중기청이 지난해 말 전문 조사기관인 리서치랩을 통해 3248개 기업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89.5%가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한 중소기업연구원이 841개 지원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 성과를 분석 한 결과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시간당 생산성(82.9%)과 품질(45.2%)이 향상됐고 제품 불량률이 31.5% 감소했다.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사업 수행 전 54.4에서 수행 후 73.3으로 대폭 높아졌으며 기술자립도는 55.3에서 75.8로 크게 향상됐다. 기술격차 역시 6.67년에서 3.20년으로 줄어들었다.
중기청은 기술수요 조사를 통해 유망 기술 분야를 추가로 발굴해 사업 활성화를 꾀하고 중소기업과 연구기관ㆍ대학 간 정보교환, 만남의 장 활성화로 생산환경혁신기술개발사업 과제 발굴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