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랑 팔랑~ 부채를 부칠 때마다 코가 죽죽~ 늘어났다 솩솩~ 줄어들었다 하는 두 개의 요술 부채 이야기~. 이상교씨가 글을 쓰고, <우리 아빠는 내 친구>, <밤똥 참기> 등의 그림을 그린 심은숙씨가 이 그림책을 그림을 맡았다. 먹물과 오일 파스텔이 조화를 이뤄 그림의 해학적인 맛을 풍부하게 살려주고 있는데 자세한 배경 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하여 하얀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먹물로 그린 굵직한 테두리 선으로 인물과 풍경, 사물 등을 돋보이게 하고, 옅은 색채를 가미하여 그림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본문 뒤에 실린 글을 읽어보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부채'가 옛날에는 주술적인 기능이 있다고 믿어 신을 초청하거나 잡귀를 ?는 굿을 할 때 꼭 사용하였다고 한다. 조상들의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탄생한 "빨간 부채 파란 부채"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도리어 화를 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담은 옛이야기이다.
가난한 김 서방이 길에서 주운 두 개의 부채. 날도 더운 김에 그늘에 앉아 먼저 빨간 부채로 부채질을 하고 있자니 느낌이 요상하다. 두 눈을 내리깔고 내 코를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한 번 부쳐서 코가 죽~ 늘어났을 때는 잘 몰랐을 게다. 두 번, 세 번 부쳐서 죽~죽~ 늘어난 코가 눈에 들어오니 아이고, 작대기 마냥 늘어난 이 코를 어쩌지!! 다행히 파란 부채를 부치니 코가 솩~ 솩~ 들어간다!
김 서방은 요 신기한 부채로 부자가 될 궁리를 하고는 건넛마을 부자 영감을 찾아가 일을 벌인다. 어찌어찌하여 부자가 된 김 서방은 호기심이 과해서 그만 일을 당하고 만다. 그래서 아직도 떨어지고 있대나 뭐래나~. 부, 권력, 명예, 인기 등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있다고 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를 세우는 사람들은 이 옛이야기의 결말과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