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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잔디로 뒤덮힌 대웅전 앞마당에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선체조를 하고 있다. |
백련 향기가 저물어 갈 때면 공주 영평사는 구절초로 뒤덮인다. 꽃과 어우러진 산사는 자연의 투명함과 신선함을 그대로 선사한다. 그 맑음에 속세의 번뇌와 망념은 어느덧 잊혀진다. 8월까지 백련향을 머금은 산사는 9월이 되자 구절초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절 곳곳에는 싱그러운 초록의 구절초들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로 쑥쑥 자라고 있다. 한 달 동안 가을 햇살을 머금은 후 10월이면 앞 다투어 초록의 산사를 희게 물들일 것이다. 성질 급한 꽃들은 이미 한 송이 한 송이 그 하얀 자취를 드러냈다. 산사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도 그 설렘을 함께 느끼고 있다.
영평사는 8월 한 달 동안 ‘백련꽃차 만들기’로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해질녘 연꽃 속에 녹차를 넣어 놓으면 밤새 오므라진 연꽃은 녹차 향을 머금고 아침을 맞이한다. 이른 아침 연꽃이 꽃잎을 열기 전에 따서 보관해 놓았다가 먹는 것이 ‘백련꽃차’다. 그 꽃차 만들기 체험으로 영평사는 8월 한 달을 분주하게 지냈다. 이렇게 준비된 ‘백련꽃차’는 연중 영평사를 찾는 이들에게 ‘백련다회’ 체험으로 그 느낌을 일년 내내 이어간다.
올 5월부터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영평사에는 그동안 전국에서 몰려 온 개인 참가자와 함께 소년소녀가장과 62사단 군인들이 다녀갔다. 또‘부처님 뜰 살림꾼들의 모임’, ‘풍경소리 듣는 풀잎’, ‘싸이월드 산사에서의 하루’, 다음카페 ‘30대 이상 불자들의 모임’ 등 각종 동호회들이 참여했다.
9월은 ‘넉넉한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한가위를 맞아 조상 차례 지내기와 함께 송편 만들기와 다양한 전통문화행사로 채워진다. 10월은 ‘구절초 꽃 사랑’ 템플스테이다.
영평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은 수행자와의 만남이다. 바로 주지 환성스님이다. 환성스님은 발우공양과 참선은 물론 백련다회, 구절초 다회 등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자연의 향기를 머금은 수행자의 모습에서 참가자들은 속세의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간다. 평온한 삶의 여유를 자연서 배우는 것이다.
영평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환성스님은 “행복은 가시밭길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성냄을 내려놓은 지금 여러분이 그 자리”라고 강조한다. 꽃향기와 자연이 어우러진 공주 영평사는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으로 물든 속세의 사람에게 자연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배우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가르친다.
꽃향기와 푸름의 자연을 간직한 영평사에서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영평사 템플스테이의 장점이다. 예불, 참선, 발우공양, 울력, 포행은 물론 탁본, 사경, 연등만들기 등 불교문화와 백련다회, 구절초다회, 우리음악 체험, 죽염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죽염체험은 영평사가 운영하는 죽염 공장에서 직접 죽염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영평사를 찾은 사람이 다른 사찰에서 느낄 수 없는 영평사만의 ‘멋’과 ‘맛’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첫 번째가 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이다. 대부분 사찰의 대웅전 앞마당이 흙 마당이라면 영평사 대웅전 앞마당은 특이하다. 잔디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넓은 대웅전 앞마당이 모두 초록의 잔디로 깔려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편하게 앉아 ‘선체조’를 하고, 포행을 한다. 꽃은 영평사의 얼굴이다. 봄에는 진달래, 철쭉, 금낭화, 하늘매발톱, 할미꽃, 제비꽃 등이 절 곳곳에 피워있다. 여름에는 옥잠화, 나리꽃 등으로 얼굴을 바꾼다. 6월과 8월 사이에는 백련이 만개하고 10월에는 구절초가 핀다. 꽃이 있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절이 바로 영평사다.
특히 영평사는 백련과 구절초로 유명하다. 절 입구에서 만나는 연밭은 영평사만이 간직한 또 다른 특색이다. 일주문에 다다르기 전부터 오른쪽 능선을 따라 길게 늘어진 연밭은 그곳이 정토임을 알려준다. 진흙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꽃, 어떤 환경에서도 악(惡)에 물들지 않는 꽃, 한 자락 촛불이 방의 어둠을 없애듯 진흙의 연목을 향으로 정화하는 꽃, 그리고 청정함을 잃지 않는 꽃이 바로 연꽃이다. 그래서 연꽃은 부드럽고 인자하며, 유연하다. 그 연꽃으로 뒤 덮인 곳이 바로 영평사다.
연꽃과 함께 영평사는 구절초로 유명하다. 절 입구에서부터 절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 곳곳에 구절초가 피워있기 때문이다. 구절초는 화려하거나 요염하지 않다. 현모양처 같은 우아한 자태를 숨길 듯 드러내며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영평사의 또 다른 특색은 계곡위에 만들어진 찻집이다.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만들어진 찻집은 영평사에서만 찾을 수 있는 기쁨이다.
매달 첫 주 영평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대전구도회 김도수 선전부장은 “밖에서 체험하기 힘든 불교문화와 우리문화를 체험하면서 불교와 나를 가깝게 하는 것이 영평사의 템플스테이”라고 강조했다.
영평사 33척 아미타대석불 유명일주문을 지나 연밭서 피어나는 향기를 맡으며 사찰로 들어가면 곧바로 넓게 깔린 잔디마당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정면에 대웅전이 있다. 그 옆에 33척 높이의 아미타대석불을 친견할 수 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불과 아미타여래불이 모셔져 있으며,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있다.
적묵당과 설선당이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 정면 산자락에 삼명선원이 있다. 바로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참선 수행하며 머무르는 곳이다. 절 곳곳에서 큰 항아리들을 볼 수 있다. 된장과 고추장 항아리들이다. 영평사에서 직접 만든 것들이다.
이밖에도 영평사는 죽염 된장, 죽염고추장, 죽염 청국장, 죽염 간장, 구절초 차, 연꽃 차, 헛개나무 추출액 등 자연서 얻은 각종 건강식품들을 구할 수 있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시음은 물론 제작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죽염을 만들고, 연잎차를 만들거나, 구절초차를 만든다.
구절초 축전-10월1~16일 행사 다채구절초가 꽃망울을 터트려 산사가 하얗게 물들면 ‘구절초 축전’은 시작된다. 올해는 10월1일부터 16일까지다. 축전 기간에는 산사 음악회, 중양절 축제, 사진전, 제주굿, 영화제, 사진 전시회, 시음회, 염색 체험과 시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매일 템플스테이도 진행된다.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사람들은 사찰서 머물면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
영평사가 ‘구절초 축전’을 마련한 것은 꽃과의 만남으로 한국인의 순수한 정서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행사 부제도 ‘꽃 나라 가을 소리’다. 꽃으로 세상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리고 축전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효 실천도 강조한다. 지역 노인을 초청해 ‘어른 잔치’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 것도 ‘효’를 강조하기 위해서며, 각종 전통 놀이가 펼쳐진다.
축전은 10월1일 사진 시상식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진행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산사음악회는 꽃과 어우러진 국악의 향연이 장군산 전체에 메아리로 울려 퍼지면서 16일간의 대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2일 열리는 ‘중양절 축제’는 청소년들에게 세시풍속을 체험할 기회를 준다. 각종 전통놀이 시연과 체험이 이어지고, 절기 음식을 맞볼 수 있다. 3일부터 16일까지는 오세암, 봄 여름 가을 겨울, 동승, 달마야 놀자, 리틀 붓다 등 불교 영화가 하루 두 차례 공연된다. 8일 ‘어른잔치’, 9일 ‘뮤직 개그콘서트’는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지역 예술인이 마련하는 음악회도 진행된다. 축전의 마지막은 제주굿인 ‘칠머리 당굿’으로 회향된다. 축전 기간 내내 구절초 꽃차 시음회, 구절초 사진 전시회, 구절초 사진 촬영대회, 구절초 자연염색이 진행된다.
축전 기간에 진행되는 템플스테이는 하루 일정부터 1박2일, 2박3일 일정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신청은 전화와 인터넷(http://youngpyungsa.org)으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