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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11
씬1. 공장전경, 낮.
영숙 : (E, 큰소리) 남의 일에 상관들 말고, 이거 놔요, 좀!
씬2. 공장 안.
세오, 영숙을 가로막고 서서 말리고 있고,
옥희, 바닥에 주저 앉아 눈가 붉어져 넋 나간 듯 멍하니 앉아있다.
미숙, 쪼그려 앉아 그런 옥희를 걱정스레 '괜찮니, 괜찮아' 하며 달래고 있다.
소희, '영숙아, 왜 그래?'하며 거들고 있고, 화순, 옥희와 영숙을 번갈아 보며 귀찮은 듯한 표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숙, 소리치는.
영숙 : (진정하려하며, O, L) 세오씨, 비켜. 나 저 기집애랑 얘기하러 온거야, (옥희한테 가려하며 소리치는) 너, 이리 안와!
세오 : (그런 영숙 막으며) 형수, 왜 이래요!
미숙 : (옥희 보다, 영숙 보며, 속상해 말하는) 왜 이렇게 사람이 경솔해! 얘가 뭘 어쨌다고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 소란이야!
소희 : (영숙, 옥희 번갈아 보며) 그러게.
영숙 : 사정 모르면 가만히나 있어요 들!
옥희 : (넋 나간 사람처럼 머리 뜯겨져 앉아있고)
영숙 : (옥희 보며) 그래, 오늘 아주 담판 짓자, 우리. 너 요 아래 까페로 나와, (달려들듯) 알았어, 기집애야!
세오 : (영숙 안 듯이 잡으며) 형수!
옥희 : (넋 나간 채 앉아만 있는)
씬3. 도로.
공장 봉고 차, 달리는.
세오 : (E) 형, 난리 났어, 지금! 형수가 와서 옥희 누나 머릿채 잡고 나갔단 말이야, 빨리 와, 엉, 빨리!
씬4. 차안.
상우, 속상한 얼굴로 급하게 운전해 가고 있다. 클락숀 크게 울리면서.
씬5. 카페 안.
옥희, 서럽고 두려운 입다물고 눈가 붉어져 고개 떨구고 앉아있는.
그런 옥희의 얼굴 위로 영숙, 화나 소리치는(너무 크지 않게).
영숙 : 너 나이 몇이야?
옥희 : ......
영숙 : (큰소리) 너 나이 몇이냐고 묻잖어?!
차 마시던 사람들, 그 소리에 옥희, 영숙 테이블 쪽 건너다보는.
옥희 : (영숙 못보고, 두려운, 고분고분 말하는) 서른.. 셋이요.
영숙 : (기가 차고 어이가 없다, 가라앉은) 뭐? 서른 셋? 야, 나잇살 먹을 만큼 먹은 년이, 생각 없이 이 짓이니?
옥희 : (챙피하고, 속상한, 울음 나려하는) .....
영숙 : (기가 찬) 나이 먹었음 나이 값을 해.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유부남을..
너 생긴 건 어리버리하게 생겨 갖고, 너 이런 일 한 두 번 아니지? 대답해봐?
옥희 : (눈물 참는, 손바닥으로 눈물 닦고, 입 꽉 다물고) .....
영숙 : (기가 찬, 가라앉은) 울어? 울면 다야? (버럭) 남의 가정 파탄시키고, 입 꽉 다물고, 넌 울면 되는 거야?
긴말 필요 없어, 너 인나.
옥희 : (눈가 그렁해, 두렵게 영숙 보며) 어디..가게요?
영숙 : (일어나, 옥희 내려다보며, 저도 속상한, 가라앉은) 어딜 가긴 어딜 가? 서에 가야지. 나 너 간통으로 널꺼야. 일어나!
옥희 : (두려운, 영숙 올려다보며) 아줌마...
영숙 : (큰소리) 안 일어나! (하고, 옥희 옆으로 가서, 옥희 손목 잡으며) 어서 일어나, 이 기집애야!
옥희 : (두려운, 손 빼려하며, 울며) 아줌마, 이 손 놔요...
그때, 상우 뛰어들어오며 '뭐 하는 거야, 너' 하며 와선 영숙의 팔 잡으며, 화나고 속상한.
상우 : 너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영숙 : (상우 보고, 속상해 가라앉은) 보면 모르니?
상우 : 그 손 놔.
영숙 : 못놓는다면?
상우 : 놓란 말이야! (하고, 영숙의 손목을 잡아, 옥희 손 잡은 걸 풀고, 옥희에게) 가요, 나가라구요.
옥희 : (손으로 입막고, 울면서 나가고)
영숙 : (황당한 듯 상우 보면)
상우 : (화나는 맘 가라앉히고, 속상하지만) 내가 부탁했는데, 기어이 이렇게까지 해야돼?
영숙 : (속상한, 가라앉은) 그래. 이렇게 안하면 니가 꿈쩍이나 하고?
상우 : (가라앉은, 단호한) 이제 너 이러는 거 지겨워서 나두 못참겠다. 우리 이혼하자.
영숙 : (눈가 붉어지며, 어이없는) 뭘... 해?
상우 : 나 농담 아니야. 우리 이혼해. 너 술판에서 함부로 구를 때부터 내가 알아봤어야 했어.
엄마가 술병 나르던 기집애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럴 때, 그 말 들었어야 했던 거 같애.
영숙 : (가슴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상우 멍하게 보는) ?!
상우 : (나가고)
영숙 : (가는 상우 보며, 멍하고) ........
씬6. 공장 근처 골목.
옥희, 눈물 흘리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상우, 뒤에서 '옥희씨, 옥희씨' 하며 뛰어와 말없이 가기만 하는 옥희의 팔을 붙들며.
상우 : (걱정스런) 괜찮아요?
옥희 : (울음 참으며) 이거 놔요.
상우 : (미안하고, 안스런) 옥희씨...
옥희 : (팔 뿌리치며, 큰소리) 이거 놓라구요!
상우 : ?......
옥희 : (설움에 겨워 울면서 큰소리로 말하는) 나한테 다들 왜 그래요! 내가 뭘 잘못했다구! 내가 상우씨랑 살쟀어요!
싫다 그랬잖아요! 내버려두라 그랬잖아요! 제발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구요! 내버려두란 말이예요! (하고, 돌아서서 가는)
상우 : (그런 옥희 먹먹하게 보다가 작게 숨 고르고, 고개 돌리는데)
영숙 : (한쪽에서 그런 상우, 먹먹하게 보고 있다)
상우 : ......
영숙 : (상우 보다가, 말없이 돌아서서 가고)
상우 : (그런 영숙 보다가, 한쪽 벽으로 가 기대서는데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이다. 힘없이 벽에 기대 주저앉아 막막한)
씬7. 공장 안.
소희, 일하는 미숙(속상해 얼굴 굳은)에게 말을 걸고 있다.
소희 : (재밋다는듯) 옥희 왜 안오냐? 혹시 머리가 듬성듬성 뜯겨가지고, 가발가게 갔을까? (웃으며) 아이구, 증말. 우습다, 우스워.
꼴 같지 않은 놈 땜에 두 년이 머리끄뎅일 잡아 댕기고, 상우 걔가 돈이라도 있고, 배운 게 남만큼만 있어도
이렇게 우습진 않겠다. 어디, 천하 쓸데없는 놈을 사이에 두고.. 나 같으면 얼씨구나 너 가져라 할텐,
미숙 : (그때까지 일만하다, 버럭 소리지르며) 그 누무 입 안닫어!
소희 : (놀라, 황당하게 미숙 보며) 왜 그래, 너?
미숙 : 증말 해두해두 너무하네. 한 공장 사람이 괜한 오해 사갖고, 에맨 고촐 겪으면 걱정을 해야지, 호호호, 하하하
그게 무슨 짓거리야! 막 말로 언니 초상 났을 때, 누가 그런 여편네 간건 경사라고 호들갑 떨며 웃으면 언닌 좋냐?
소희 : 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미숙 : 그러니까 남의 불행을 좀 지 행복처럼 여기고 살지 말란 말이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심보가 못됐냐? 작년 여름에
건너편 불났을 때도 그 빌딩 사람들은 울며불며 난리가 났는데, 거길 가서 불 보면서 어쩜 저렇게 멋지게 활활 잘두 타냐,
소희 : (말꼬리 끊으며, 맞장구치며) 증말 그땐 불 구경 원 없이 했다. 어쩜 불이 마른 장작 타듯 활활활.
(미숙 보며) 야, 그때도 그때지만 증말 장관은 물난리 났을 때드라. 시골에 소랑 돼지들이 떠내려가면서
그 것들도 살겠다고 발버둥을 쳐대는데, (허우적대며, 흉내내는) 꽥꽥꽥,
미숙 : (그런 소희 보며, 어이없는) 어쩜 진짜 돼지처럼 저렇게 흉내를 잘 낼까. 원맨쇼가 따로 없다.
그때, 문 소리나고, 옥희 들어오고.
세오 : (일하다가, 그런 옥희 보며) 누나, 괜찮아요?
소희 : 괜찮냐! 야, 억울하게 너만 당하지 말고, 너두 뜯지 그랬어.
옥희 : (말없이, 자리로 와서 가방 챙기며, 미숙 안보고) 저 죄송하지만 오늘은 들어가 봐야겠어요.
화순 : 그래라, 언니. 힘들겠다.
미숙 : (옥희 측은하게 보다, 일 접으며) 그래, 가자. 뭐 이런 맘으로 일해야 능률도 없고, 같이 가. (하고, 가방 챙기고)
소희 : (미숙, 옥희 눈치보며) 일을 그렇게 안해서 돈을 어떻게 벌라고..
옥희 : (말없이, 신발 갈아 신는)
씬8. 공장 앞.
미숙, 나오고. 옥희, 따라나오는데.
상우, 들어가다 두 사람 보고 멈춰서고.
미숙, 상우 보고, 옥희 보면.
옥희, 고개 숙인 채 상우 앞 스쳐가고.
상우, 그런 옥희 미안하게 보는데.
미숙 : (상우에게) 걔 보지 말어.
상우 : (미숙 보면) ...
미숙 : 영숙이한테 전해. 그러는 거 아니라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막되먹은 행동을 해?
둘이 진짜 사귀는 것도 아니고, 오다가다 한 직장에서 피치 못하게 부딪히는 걸 가지고,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들 수가 있어,
옥희 쟤가 순해서 그렇지 딴 여자 같으면 이거 고소감,
상우 : (말없이 그냥 지나가고)
미숙 : (그런 상우 보며, 혼잣말) 여편네가 그렇게 극악스러우니, 남자가 바람을 피지.
남자들 바람피는 것도 이유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 (하고, 가고)
씬9. 버스 안.
미숙, 옥희 나란히 앉아있다.
미숙, 껌 씹으며 옥희에게 껌 주고.
옥희 : 안 씹을래요.
미숙 : 씹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화나고 분하다고 이 앙다물어 봤자, 이빨 밖에 더 아프냐? 그러다 이빨 상하면 나만 손해야.
단물 싫어도 잘근잘근 씹어봐, 기분이 괜찮아질거야, 어서.
옥희 : (마지못해, 받아서 씹으며, 창가 보고)
그렇게 껌 씹고 가는 두 사람.
씬10. 10부에서 나왔던 은경 만나던 카페, 전경.
씬11. 카페 안.
용배,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성냥을 잘근잘근 씹다가 시계를 보면, 5시가 다 됐다.
용배, 한숨 쉬다가 뭔가를 작심했는지, 주머니에서 돈 꺼내 놓고 나간다.
씬12. 은경의 집 앞.
용배, 대문을 꽝꽝 소리나게 두드린다.
용배 : 은경아, 은경아!
그때, 지나가던 아줌마 그런 용배 보고,
아줌마 : 누굴 찾어요?
용배 : (아줌마 한 번 보고, 아랑곳없이 문 두드리며) 은경아, 은경아..
아줌마 : (그런 용배 보며) 그 집 오늘 아침 일찍 이사 나갔는데..
용배 : (그 말에 순간 대문 두드리던 것 그만두고 아줌마 돌아보는) ?!
씬13. 미숙의 집 가는 계단.
미숙, 앞서 가고.
옥희, 뒤쳐져 가고 있다.
미숙 : (혼잣말) 오늘따라 여기 오르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냐.
씬14. 마당.
한방, 손에 커다란 비료 봉지 들고 쪼그려 앉아 꽃에 비료 주면서.
한방 : 아이구, 이뻐라. 어쩜 이렇게 이쁘냐. (비료 주며) 많이 먹고, 푹푹 커라. 집 값 오르게..아저씨가 잘 돌봐줄게.
하는데, 미숙, 옥희 마당으로 들어오고.
한방 : (놀라, 일어서며) 어쩐 일이야, 벌써 퇴근해?
옥희 : (한방 안보고, 미숙에게) 저 들어가 쉴게요.
미숙 : 그래라. 아무 생각 말고 잠 푹 자.
옥희 : (집으로 들어가고)
한방 : (들어가는 옥희 보며) 쟤 왜 저렇게 얼굴에 핏기가 없냐?
씬15. 용배의 방안.
옥희, 문 열고 들어와 가방 한쪽에 놓고, 방에 누워 눈뜨고 멍한.
씬16. 미숙의 집, 마당.
한방과 미숙 평상에 앉아있다.
한방, 미숙의 팔을 주무르며.
한방 : 몸이 재산인데, 몸이 왜 안좋을까? 새색시 될 사람이 몸 안좋으면 큰 일인데.
미숙 : (그런, 한방 보며) 새색시?
한방 : 그래. 나랑 살 맘 있다 그랬잖어, 자기가? 나 자기랑 결혼할라고 요즘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오늘도 일나가서 돈 벌고, 우리 집 가꾼다고 비료까지 사 가지고 와서 꽃에 주고,
미숙 : (가만 한방 보다가, 떠보듯) 증말 나랑 결혼할 맘 있어?
한방 : 말해 뭐 해?
미숙 : 내가 좋아?
한방 : (고개 끄덕이는) 응.
미숙 : 그럼 날은 언제로 잡을래? 다음달로 할까?
한방 : 좋지.
미숙 : (한숨쉬며, 앞만 보며) 그래, 하자. 나두 이제 미싱하기 힘들고, 어디 자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한번 해보지 뭐.
말년에 놀고 먹고 그렇게 남편 바라보고 살면 재밋겠다, (한방 보며) 식장은 자기가 잡어.
한방 : (인상 찡그리고, 미숙 보며) 일을 그만 둬?
미숙 : 그래, 신랑 버는데, 나까지 벌 거 뭐 있냐?
한방 : 야, 그건 안되지. 내가 지금 니 덕 볼라고 결혼하자 그러는 건데, 니가 지금 내 덕 볼라고 결혼하자 그럼 안되지.
너두 알겠지만, 나 제비족 하다가 그만둔 게 왜 그런데, 스테이지에서 발 부비는 것도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냐.
자기 나 게으른 거 알잖아. 그러니까 자긴 일해. 내가 살림할게.
미숙 : (어이없다) 그러니까, 내 집에서 내가 돈 버는 걸로 살라고 나랑 결혼한다 이거네.
한방 : (당연하다는 듯) 어.
미숙 : (화나는 것 참으며, 어어 하면서 머리 흔들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한방 : (그런 미숙 멍하게 보면서) 쟤 아주 웃기는 애네. 얼굴 잘난 나랑 살면 됐지, 돈까지 벌어오라고. 어림없지.
(하고, 일어나 자기 집으로 들어가고)
씬17. 공장 안.
소희, 화순 퇴근준비하고.
상우, 세오 한쪽에 앉아 서류들 보며 말하고 있다.
상우 : (사무적으로, 서류 보며 말하는) 여기, 한성, 우진어패럴, 진나라꺼는 오늘 다 했으니까, 미숙이 아줌마 주고,
(세오 보며) 오늘 일 끝낸건 낼 정씨아저씨 불러서 가져가라 그래. (서류 넘기며) 소희 아줌마, 일거린 스커트 재단이니까,
소희 : (나가려하다, 상우 눈치보며) 안가냐?
상우 : (말 않고, 서류만 넘기고)
세오 : (소희에게 눈치 주며) 먼저 가세요.
소희 : (상우 눈치보며) 일할 맘도 안날텐데, 들어가지.
화순 : (소희 팔 끌며) 가요, 빨리.
소희 : 알았다.
하고, 소희, 화순 나가고.
상우 : (세오에게, 사무적으로) 스커트 재단은 할 줄 알지?
세오 : (눈치보며) 왜 낼 안나오게?
상우 : (안보고) 안나오긴 ..일 안하면 누가 입혀주고 먹여주고 한대냐. (세오 보며) 낼 토요일인데, 야근 안할라면
오늘 일을 좀 해야되는데, 내가 기분이 영 아니라서 니가 그것 좀 해놓고 가.
세오 : 알았어.
상우 : 간다. (하고, 일어나 나가고)
세오 : (상우 보다, 심드렁하게 서류 보고)
씬18. 공장 앞 거리.
상우, 주머니에 손 꽂고 생각 많은 얼굴로 걸어가는.
씬19. 상우의 방안 + 거실.
영숙, 굳은 얼굴로 가방에 이옷 저옷 챙기고 가방 닫고 웃옷 들고 가방 들고 방문 열고 나가, 거실 지나쳐 현관문 쾅 닫고 가는.
씬20. 상우의 집 전경.
명자 : (E, 분한, 큰소리) 상우씨 어떻게 영숙이 한테 그럴 수가 있어!
씬21. 상우의 방안.
상우, 먹먹하게 앉아있고, 명자, 분한 얼굴로 울먹이며 상우한테 소리치고 있고,
정국 앉아서 굳은 얼굴로 씩씩대고 담배 뻑뻑 피고있다.
명자 : (상우 보며, 소리치는) 말해봐요,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 걔가 상우씨랑 살면서 뭘 잘못했어! 어려서부터 이날 이때껏
지지리지지리 고생만 한 앨, 어떻게 이렇게 할수 있어! 걔 힘들게 산거 상우씨가 몰라? 그거 알면서 어떻게 이럴수 있냐고!
지 친정이라면 이를 가는 애를 거기로 보내면 그게 말이 되냐고요! 말 좀 해봐요, 입이 있으면!
상우 : .......
명자 : (상우 팔 잡아, 일으켜 세우며) 빨리 일어나요, 가서 걔 데려오란 말이야! 어서, 인나라구요!
정국 : (굳은 얼굴로, 큰소리) 당신 나가!
명자 : (보면)
정국 : 나가 있어!
명자 : 나가긴 어딜 나가.
정국 : 안나가! (하고, 명자 쪽으로 가려하면)
명자 : (정국 눈치보며) 그럼 당신이 상우씨 영숙이네 가게 할거야...
정국 : 집에 가 있어!
명자 : (정국 눈치보고, 상우 보며) 빨리 일어나 나가요. 영숙이 안덱고 오기만해, 상우씨 증말 미워할테니까. (하고, 나가고)
정국 : (멍하니, 가만있는, 상우 본다)
상우 : ........
정국 : 왜 바람 폈냐?
상우 : (안보고) 그만 들 해요.
정국 : 영숙이가 술집 다닌 게 그렇게 싫었으면, (큰소리) 결혼 안했으면 됐잖아, 임마!
상우 : (정국 속상하게 노려보면) ?
정국 : 내가 니가 영숙이랑 결혼한달때 분명히 말했지? 외롭고 힘든 애니까 위해주고 살 자신 없음, 그만두라고 얘기했어, 안했어!
상우 : (외면하고, 이 앙다무는)
정국 : 내가 너랑 한 동네 살면서 그간 쭉 지켜봤는데, 너 사람 안돼. 솔직한 말로 난 너랑 영숙이랑 헤어지는 게 났다고 생각된다.
너 같은 놈 뭘 바라고 살어! 너 임마 나중에 니가 영숙이로, 영숙이가 너로 바꿔서 태어나서 한번 살아봐라.
그럼 너 영숙이 속 알거다.
상우 : (더는 못참고, 일어나 나가고)
정국 : (가는 상우 보며, 말하는) 말로 할 때 너 영숙이한테 가! 사생결단 내기 전에 알았어, 임마!
씬22. 상우의 집 앞.
상우, 속상한 얼굴로 걸어가는.
씬23. 근교의 초라한 영숙의 친정 집 전경, 밤.
씬24. 영숙의 집안.
아주 가난한 느낌의 방안.
영숙부, 기침 쿨럭이며 자리에 누워 있고, 영숙모, 영숙의 눈치보며 구슬 꿰는 부업하고 있다.
영숙, 고개 숙이고 멍하게 엄마가 하는 부업하고 있다.
씬25. 영숙의 집 문 앞.
상우, 문 앞에 서서 영숙의 초라한 슬리퍼를 서글프게 보고 있다가 돌아서 가는.
씬26. 영숙의 집안, 불꺼진.
영숙, 영숙모, 영숙부(기침하는), 차례로 누워있다.
영숙, 눈뜨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한 얼굴이다.
씬27. 거리, 일각.
상우, 서글픈 얼굴로 앉아 있다가, 핸드폰 하는. 신호음 가는, 수화기 드는 소리나고.
씬28. 연탄가게 방안.
상우모 : (속옷차림으로 전화하고 있다, 노여운, 버럭 소리지르는) 니가 내 보냈음 니가 덱고 와야지, 왜 에미더러 그래, 이놈아!
상우 : (E, 답답한) 내가 오자 그러면 걔가 순순히 와요?
상우모 : 몰라, 이놈아! 나는. 니 일 니가 알아서 해! (하고, 전화 끊고) 기어이, 기어이, 어이구..
(하고, 전화 들고 버튼 누르고, 수화기 드는 소리 나면, 미안한 표정으로 작게) 아이구, 죄송합니다. 저, 상우 에밉니다.
씬29. 영숙의 동네.
상우모, 초조한 마음으로 영숙의 집을 올려다 보고 있다.
잠시 후, 영숙 문 열고 나오고.
상우모, 그런 영숙 짠한 마음으로 보고.
상우모 : 가방은.
영숙 : (고개 숙이고, 가만있는)
상무모 : 따라와라. (하고, 앞서 가고)
영숙 : (마지못한 얼굴로 상우모 따라가고)
씬30. 연탄가게 앞.
택시 서고,
씬31. 택시 안.
상우모, 기사에게 '수고했어요' 하며 택시 값 주고.
상우모 : (영숙에게) 내려.
영숙 : (안보고, 단호한) 싫어요, 안내릴래요.
상우모 : 얘가.. 큰소리 질러야 내릴래? 어여, 내려!
영숙 : (한숨쉬고, 마지못해, 속상한 얼굴로 내리고)
상우모 : (그런 영숙 보다 내리고)
씬32. 연탄가게 앞.
택시 가고.
상우모,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상우모 : (영숙 보며) 들어와,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영숙 : (한숨쉬며, 마지못해 따라 들어가고)
씬33. 가게방안.
상우모, 이불을 깔고 있다.
영숙, 벽에 기대 앉아, 황당하게 상우모 보며.
영숙 :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상우모 : (이불 깔며, 안보고) 보면 모르냐, 이불 깔잖어.
영숙 : (외면하며) 저 여기서 안잘거예요.
상우모 : (이불 깔던 거 멈추고, 영숙 보며) 그럼 어디서 잘래?
영숙 : (안보고) 집에 도로 갈거예요.
상우모 : 집? 어느 집?
영숙 : (안보고) 친정, 우리 집이요.
상우모 : 염병..넌 아직도 니 친정 집이 니 집인 거 같냐?
영숙 : (뚱하게 보면)
상우모 : 호적에 붉은 줄긋고, 내 집에 들어앉았으면 내 집이 니 집이여. 고등학교 중퇴했다는 게 그것도 몰라.
영숙 : (심란하게 고개 돌리며) 어쨌든, 저 여기서 안자요.
상우모 : 지랄 마. 코구녕같이 비좁아 터진 집에서, 골골하는 느 아버지 병수발에 사지육신 녹아나는 느 어머니
털끝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너 그런 말 못해. 딸년 가방 싸들고 오는 거 보는 느 어머니 심정이 어떻겠냐?
영숙 : (고개 틀고 있는데, 이 앙다물어도 눈가 붉은)
상우모 : (심란하게 한숨쉬고, 옆에 자리끼 마시고, 영숙 보며) 내 니 마음 알어. (안보고) 삼년 전 내 집에 시집와서
지난 날이야 어쨌든, 그래도 열심히 살아볼거라고 젊은 년이 챙피도 무릅쓰고 커피 리어커 끌면서, 간 쓸개 다 빼놓고..
시어머니도 낙낙하지 않고, 서방은 철이라곤 죽을 때 들랑가 애두 애두 그런 애가 없고...
(영숙 측은하게 보며) 뻔 한 말이지만, 참어.
영숙 : (상우모 보고, 속상해서 대들 듯) 뭘?..뭘 더 참아요! 내가 안참았는 줄 아세요!
(하는데, 울음 왈칵 나는, 무릎에 얼굴 파묻고, 엉엉 우는)
상우모 : (그런 영숙 측은하고 안쓰럽게 보며, 달래듯) 울지 말어. 기운 떨어져.
영숙 : (고개 들고, 눈물 닦지만, 울음 계속 나는, 속상해서 하는 말) 어머니 저 맘에 안들어 하시는 거 저 알아요.
상우씨가 나하고 마지못해 사는 것도 알고요. 내가 다른 여자들보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것도 알고요. 그래도 저 지금껏
그런 거 속 안상했어요.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까..친정 돌본다는 이유가 있든 어쨌든 여자가 술집 나간 거,
그 거 중죈 거 저도 안다구요. 어머니 말씀대로 울아버지 골골대고, 울엄마 매일을 한숨으로 사시는데,
저도 그런 친정 가고 싶지 않았아요. 일년에 한두번 명절 때라도 제가 제 발로 친정 가는 거 보셨어요?
상우모 : .......(안쓰럽게 보는)
영숙 : 상우씨랑 지지고 볶고 다투고, 어머니가 저한테 억울하게 막말해도 저요, 여기 흑성동 집이.. (설움에 겨워, 엉엉 울며)
내 친정보다 저는 더 좋았어요...그런 제가 오죽했으면 거길 제 발로 찾아갔겠어요. 반길 사람도 없는데.
상우모 : (안스럽게 보다 일어나, 못에 걸린 수건 꺼내 영숙 주고 앉는다)
영숙 : (수건에 눈물 닦으며) 상우씨가 저 보기 싫대요, 이혼하쟤요.
내가 그렇게 싫어서 그 동안 바람 핀 거라면, 어쩌겠어요, 갈라서 줘야지.
상우모 : 입초사 떨지 말어, 갈라선단 말이 어떻게 그렇게 넙죽 나와.
(숨 고르고, 영숙 보며) 너 상우 놈이 에미 무서워하는 거 알지?
영숙 : (눈가 그렁해, 보면)
상우모 : 내가 니 편이여. 그놈이 너 내쫓으면 내가 너 덱고 살거야. (외면하며) 나 너 친정에 못보낸다.
(영숙 보며) 좋은 날도 있었으니까 나쁜 날도 있겠지, 그러다 다시 좋아도 지겠지, 그리 생각하고 오늘은 여기서 자.
그리고, 낼 친정 가 있어. 내가 상우 놈 보낼테니까, 그때 마지 못하는 척하고 옷 가방 들고 같이 와. 나 좀 씻을란다.
(하고, 일어나려는데)
영숙 : (눈가 그렁해, 눈치보며 묻는) 상우씨.. 연락 왔어요.
상우모 : (귀엽다는 듯, 슬쩍 웃으며) 그래, 가시나야. (하고, 나가고)
영숙 : (소매로 눈물 닦고, 이불 마저 까는)
씬34. 가게안.
상우모, 쪼그려 앉아 잡곡 티끌 고르며, 한숨 쉬며, 혼잣말.
상우모 : 영숙이 저것도 겪어보니..서방 일찍 죽은 내만치는 불쌍하네.
씬35. 상우의 거실.
상우, 굳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다.
상우모 : (E, 노여운) 니가 뭘 잘했다고 니 주둥아리로 이혼하잔 말이 나와, 이놈아!
똥뀐 놈이 성낸다고 어디서, 어디서, 이 나쁜 놈!
상우 : (굳은) 그래서, 영숙인 온 거예요, 만거예요?
상우모 : (E) 집 내쫓은 여편네 그래도 소식은 궁금하냐? 안왔어, 이놈아.
상우 : (피곤하게 눈감고, 머리 쓸어 올리는)
상우모 : (E) 낼 여편네 안찾아오기만 해, 이놈. 내가 아주 니 놈을 행길에 내 다 버릴테니까. (하고, 전화 탁하고 끊는)
상우 : (전화 내려놓고, 답답한 마음으로 일어나 냉장고 열고, 물 꺼내 마시다가 물이 없는지,
플라스틱 물병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나가는)
씬36. 용배의 방안.
옥희, 벽에 편하게 앉아있고, 재민, 그런 옥희를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다.
옥희 : (편하게 재민 보고, 작게 웃으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돼?
재민 : (옥희 보고, 스케치북 보고, 그림만 그리며) 좀만 기다려. 낼 가져가야 된단 말이야.
옥희 : 열 한시 다 돼가, 그만 그리고 자자.
재민 : 다 그렸다니까. (하고, 웃고, 그림 그리는)
옥희 : 재민이,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무슨 좋은 일 있어?
재민 : (옥희 보고, 웃으며) 어.
옥희 : 무슨?
재민 : 아빠가 오늘 엄마 데리고 온댔는데, 안덱고 왔잖아. (그림 그리며) 못찾았나봐. (혼잣말처럼, 작게) 잘됐지, 뭐.
옥희 : (재민 측은하게 보는)
재민 : (그림 다 그렸는지, 옥희에게 보여 주며) 어때?
인써트 - 그림.
옥희 얼굴에 아래에는 '우리 엄마 얼굴'이라고 제목을 써 놓은 게 보인다.
옥희 : (그 그림 보다가 재민 보며) 내가.. 엄마야? 누나, 아니고?
재민 : (웃으며) 응. 엄마야.
옥희 : (짠한)
재민 : 앗차! (하는)
옥희 : 왜?
재민 : 낼 풀 사가야 되는데... (하고, 일어난다)
옥희 : (일어나려 하며) 내가 사올게.
재민 : 내가 달리기해서 갖다올게. (웃으며) 밤엔 여잔 위험해. 난 남자잖아. (하고, 나간다)
옥희 : 재민아..
재민, 나가는 현관문소리 들리고.
옥희, 문 쪽 보다가 작게 웃으며 그림 들여다보는.
씬37. 가게.
상우, 가게 안에서 작은 생수를 콸콸 마시고, 한쪽 휴지통에 던지고 돈주고 나간다.
씬38. 상우와 옥희의 집, 갈래길.
상우, 걸어 올라와 집 쪽으로 가다가 문득 멈춰선다. 그리고, 생각하다 옥희의 집 쪽으로 가는.
씬39. 미숙의 집 마당.
옥희, 개숫대야를 들고나와 수돗가에 버리고, 개숫대야를 수세미로 닦는다.
씬40. 옥희 집 바로 앞 계단.
상우, 조심스레 올라와 넌즈시 목을 빼고 보는.
옥희, 개숫대야만 닦는.
상우, 그런 옥희를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씬41. 집 앞, 계단.
상우, 기운 없이 걸어 내려가는데, 재민, 손에 풀 들고 올라가다 상우 보고 멈춰서는.
상우, 역시 계단 내려가다 재민 보고 멈춰서는.
재민 : (누군가 싶다) ?
상우 : (재민 보다가, 작게 웃으며) 니가 재민이니?
재민 : .......
상우 : (작게 웃으며) 잘 생겼네. (하고, 재민의 머리 한번 쓱 쓰다듬고, 내려간다)
재민 : (가는 상우, 뒤돌아보며, 이상한)
씬42. 미숙의 집, 마당.
옥희, 개숫대야 씻고 들어가려는데,
재민, 마당으로 들어서며 말하는.
재민 : 누나 누구 왔었어?
옥희 : (뒤돌아보며) 누가 와?
재민 : 집 앞에서 어떤 아저씨 봤는데, 내 이름을 알어. (고개 갸웃하며) 어디서 본 것도 같고...우리 집에서 나오는 거 같던데..
옥희 : ?!
재민 : (고개 갸웃하며) 누구지?.. (하면서 집 앞으로 가, 현관문 열고, 서서 멍하게 있는 옥희 뒤돌아보며) 누나, 안들어와?
옥희 : (조금 당황하며) 어, 먼저 들어가. (하고, 개숫대야 바닥에 놓고, 집을 나가는)
재민 : 누나?
씬43. 집 앞, 계단.
옥희, 조금 서둘러 걸어 내려와 깊은 계단(계단이 긴 곳)쪽으로 간다.
씬44. 깊은 계단.
옥희, 계단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상우, 계단을 내려가는 게 보인다.
상우, 옥희 보는 것 모르고, 멈춰서서 담배 피워 물고 계단 마저 내려가는.
옥희, 그런 상우 맘 짠하게 보는.
씬45. 나이트클럽, 전화 받는 곳.
용배 : (벽에 기대 서서, 으름장 놓는) 니가 튀면 내가 너 못잡을 것 같냐?
은경 : (E, 가라앉은) 그래서 전화한거야.
용배 : 잘 생각했다. 어떡할래, 또 한번 숨바꼭질해볼까 아니면, 니가 낼 집으로 걸어서 들어올래.
은경 : (E) 전에 만났던 카페에서 낼 오후에 다시 만나.
용배 : (버럭, 큰소리) 뭐 하러 또 찻집에서 봐!
은경 : (E) 1시까지 갈게. (하고, 전화 끊는)
용배 : 은경아, 은경아! (그러다, 전화기 쾅 소리 나게 내려놓고, 한숨쉬고, 눈 부릅뜨는데, 답답하다)
씬46. 미숙의 집 전경, 아침.
한방, 자기 방에서 창문 열어놓고 바깥 보며 이빨 닦고,
미숙, 수돗가에서 세수하는데.
한방 : 미숙씨, 나 컵에다 물 한 컵 줘. 입 좀 헹구게.
미숙 : (그 말에 한방 보며) 어이구, 게을러, 게을러 어떻게 저렇게 게으를 까. 자기가 직접 떠다 헹구셔.
한방 : 줘, 어서?
미숙 : (말없이 세수만 하는)
한방 : 좋다, 그럼 말아라.
미숙 : (보면)
한방 : (치약을 그냥 먹어버리며) 먹어버리면 그뿐이지, 뭐. (하고, 입에 든 치약을 계속 먹는)
미숙 : (황당하고 놀라 보며) 완전 몬도가네구만.
씬47. 용배의 방안.
옥희, 재민, 용배(외출복 입은) 밥 먹는다.
옥희 : (재민의 밥에 반찬 올려놔 주면)
재민 : (입에 수저 넣으려는데)
용배 : (재민 밥에 올려져 있는 반찬, 젓가락으로 빼내고, 다른 반찬 올려준다)
옥희, 재민 : (용배 보면)
용배 : (밥그릇 들고, 밥 먹으며, 옥희 안보고) 이제부터 너 재민이 챙기지 마.
옥희 : ?
용배 : (재민 보고, 가라앉은) 밥 다 먹었으면 잠깐 나가 있어.
재민 : (화나, 숟가락 탁 놓고, 씩씩대며 나가고)
용배 : (옥희 눈 똑바로 보며, 가라앉은) 너 남자 만난다며?
옥희 : ?! (두려운) ........
용배 : 오랜만에 아니, 너 안지 십 몇 년만에 우리가 아주 궁합이 제대로 맞는 거 같다.
옥희 : (두려운) 무..슨...
용배 : (순간 열 받아 때리려고, 손 올리는) 어으!
옥희 : (팔로 얼굴 가리는)
용배 : (옥희 보며, 밉고 속상한, 손 내리고, 일어나려다, 옥희 보며 비아냥) 뭐 유부남을 만나? 어으, 넌 어떻게 니 팔잘 니가
새끼 꼬듯 꼬고 앉았냐 이 등신아. 내가 그 동안, 너한테 그래도 조금이라도 미안해서 말 안했는데, 나 은경이..
(그러다 참으며) 아이구, 등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기집애야. (하고, 다시 칠 기세)
옥희 : (두렵고, 눈가 붉어져, 다시 손으로 얼굴 막는)
용배 : (손 내리고) 어으. (하며, 나가고)
씬48. 미숙의 집 근처.
용배, 재민(울며, 싫어, 싫어 하고 발버둥치는)을 옆구리에 끼고 씩씩 대며 가는.
용배 : 이 자식이, 엄마 보러 가자는 데, 싫긴, 왜 싫어!
재민 : (울며) 학교 가야 된단 말이예요.
용배 : 지금 학교가 문제야, 임마! (하고, 재민 데리고 가는)
씬49. 옥희의 방안.
미숙, 옥희 앉아있다.
미숙 : (O, L) 뭐? 지금 당장 여길 떠나?
옥희 : (고개 숙이고, 눈 붉어져 가만있는)
미숙 : 갈 때 가더라도 갈 자린 구하고 가야지. 이렇게 대책 없이, 그러지 말고 나랑 일단은 공장으로 가자.
가서, 내가 다른데 일자리 알아봐 줄테니까 그때까지 만이라도 여기 있어, 응, 옥희야.
옥희 : (고개 젓고) 공장 가서 상우씨 보기도 그렇고..
미숙 : (조금 큰소리) 야, 니가 지금 공장 안가면 상우랑 너랑 정말 그런 줄 알고 사람들 오해만 더 사.
그러지 말고, 우리 일 가자. 가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자리도 알아보고..그러자, 엉?
옥희 : (서글프게 미숙 보는)
씬50. 영숙의 집 앞.
상우, 그 안을 기웃거리다 들어갈까말까 생각하는.
그때, 영숙모, 대야 들고 나와 길에 물 버리고 들어가는.
상우, 영숙모 보고 움찔하다가 이내 들어가는 영숙모 보며 답답한. 돌아서서 가는.
그때, 다른 골목에서 나온 영숙, 집 쪽으로 가지만 두 사람 보지 못하는.
씬51. 공장 안.
소희, 상우, 옥희 등 모두들, 일하는 모습 보인다.
미숙, 전화하고 있다.
옥희 : (일하며, 전화하는 미숙 보고 있는)
미숙 : 얘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데, 참하고, 손도 야무지고, (사이) 뭐? 육십? 야, 완전초보도 요즘 육십이다.
좀더 써. 80십은 줘야지. 십 년 베테랑인데. 아우, 알았어, 됐어. (하고, 끊고) 여름이라 그런가 마땅 한 자리가 없네.
토요일이라 여기저기 일찍 퇴근한 곳도 많고.
세오 : (무심히) 누구 일자릴 찾는데요?
미숙 : (자리로 가며, 무심히) 옥희 누나 여기 그만 둔대잖니.
상우 : (일하다, 옥희 보며) ?!
옥희 : (일만 하는)
소희 : (미숙에게) 언제 그만둬? 혹시, 당장은 아니지?
상우 : (일하며, 뭔가 작심한 듯, 굳은)
씬52. 공장 계단 + 현관.
상우, 화장실 쪽을 빼꼼히 내려다보고 있다. 옥희를 기다리는 모양인지 초조하다.
잠시 후, 옥희 나오는 게 보이고. 상우, 뛰어내려가 옥희 손을 잡아 현관쪽으로 끌고 나오는.
옥희 : (상우 보고) 놔요.
상우 : (현관 앞에서 옥희 보며) 이따 오후에 지난번 우리 야근할 때 갔던 공원에서 만나요.
옥희 : (말않고, 가려 하면)
상우 : (강하게, 손잡아 당기는)
옥희 : (보면)
상우 : (옥희 똑바로 보며, 가라앉은 목소리지만 강하게 말하는) 안나오면, 집으로라도 찾아갈 거예요, 나와요.
씬53. 빵집.
재민, 한쪽 테이블에 우유 한잔 앞에 놓고 뚱하게 앉아있다.
용배 : (E, 으름장) 아빠가 엄마 이리로 덱고 올테니까, 넌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알았지?
재민, 가만 생각하다, 이앙다물고 일어나 그냥 문 열고 나가는.
주인 : (빵 진열하다, 재민 보는) ?
씬54. 빵집 앞.
재민, 문 열고 나와 씩씩대고 혼자 가는.
씬55. 카페 안.
용배, 은경 남편(잠바차림의 말쑥한(공무원 느낌의)) 앉아있다.
용배 : (가라앉은, O. L) 뭐?
남편 : 법으로 해도 은경이랑 제가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용배 : (믿기지 않는) 엄연히 남편 있는 여자가 당신이랑 바람이 나서 사는데, 법이, 무고한 나한테 죄를 씌운다 이 말이야?
남편 : 법적으로 남편이 남편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그 결혼은 잘못된 결혼이란 판결을 받을 수 있단 얘깁니다.
용배 : (화나는) 남편의 의무? 돈을 안벌어다 줬어! 남자구실을 못했어! 내가 남편의 의물 못한 게 뭐 있어!
남편 : 은경이랑 강제로 결혼하셨죠?
용배 : ?
남편 :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9년 동안 살면서, 감방을 세 차례나 들락거리 셨죠.
그것도 짧게도 아니고, 반년, 일년, 길게는 삼 년씩이나.
용배 : (모멸감에 이를 앙다무는)
남편 : 은경이, 저랑 잘 삽니다. 이제 곧 우리 아이도 가질 거고. 걜 위한다면, 여기서 돌아서 주십시오.
용배 : 못한다면?
남편 : 소송을 걸 수 밖에요. 변호사 말이, 백프로 이길 수 있다고 합디다.
용배 : (가슴이 철렁하는 것 같다, 심호흡하고 물 마시면)
남편 : (통장을 내미는)
용배 : (보면) ?
남편 : 은경이가 재민이 학자금 마련해준다고 모은 겁니다. 은경이가 재민이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이게 전붑이다.
(하고, 일어나려 하면)
용배 : (일어나, 남편의 멱살을 잡으며, 가라앉은) 은경이 만나게 해줘. (버럭) 은경이 만나게 해줘!
씬56. 공원.
상우, 벤치에 앉아 입구 쪽을 보며 옥희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뭔가 느낌 이상해 반대방향으로 고개 돌리면, 옥희 서있다.
시간경과-
낮에서 밤 되는. 오가는 사람들 있다가 사라지는.
상우, 옥희 나란히 앉아있다.
상우 : (옥희 보며, 눈가 붉어져, 진심으로 말하는) 혼자선 여길 떠날 수 있고, 왜 나랑은 같이 떠날 수 없어요?
옥희 : (안보고, 고개 조금 숙이고) 혼자 있는 게 좋아요.
상우 : (옥희 보며) 혼자 있는 게 좋으면서, 그럼 그 사람은 왜 만났어요.
옥희 : (안보고) 상우씨, 이혼 못해요. 남자들은 이혼 안해요.
상우 : 나봐요.
옥희 : (보면, 눈가 붉어진) ......
상우 : (두 손으로 옥희 얼굴 감싸고, 눈 바로 보며, 눈가 붉은) 그래요. 나 이혼 못해. 그럼..도망이라도 가.
옥희 : ......
상우 : (눈가 그렁해, 옥희 똑바로 보며) 도망이라도 가서, 우리끼리 살자구요.
옥희 : (고개 저으며, 눈물 흘리며) 안 믿어요.
상우 : (목소리 떨리는) 믿어. (옥희 눈보고, 소리치는) 제발 한번만 한번만 옥희씨라두 날 믿어봐 봐!
씬57. 편의점 앞.
용배, 술에 취해 편의점 앞에 놓인 간이의자들을 있는 대로 내던지는, 술병이며 안주들 나뒹굴고.
지나가던 사람들 구경하고.
용배 : 다 죽여 버릴거야! 이 새끼들!
재수 : (평상복차림으로 용배 잡고 늘어지며) 형, 참어!
용배 : (몸부림치며) 놔! 놔!
씬58. 어두운 골목.
용배, 주저앉아 벽에 기대 가만있는.
재수, 그 앞에 무릎 괴고 앉아 달래는.
재수 : (속상한) 가자, 형.
용배 : (재수 서글프게 보며, 눈가만 붉어져, 가라앉은) 재수야, 나...은경이가 너무 좋았다.
재수 : ..
용배 : 너무 좋아서, 너무 이뻐서 그래 내가 덮쳤어... 좋은 부모 밑에서 잘 자란 여자랑, 내가 그렇게 못자랐으니까,
나 살고 싶었다. 옥희, 그 기집애 나 싫어. (맘아픈) 나 같아서..싫어. (외면하며) 법으로 해도 안된댄다. 내가 진대.
재수 : 형.
용배 : (힘들게 일어나며) 일감마. 필요 없어. (하고, 돌아서서 간다)
재수 : (잡으며) 형. 데려다 줄게.
용배 : (팔 빼며) 따라오기만 해. 너 나한테 맞어. (하고, 가고)
재수 : (그런 용배 안스럽게 보다 돌아서서 가고)
씬59. 미숙의 집 계단.
용배, 옥희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내려오고 있다.
용배 : 좋아, 다 가, 다 가, 다 가라구!
옥희 : (두려워 질질 끌려만 가는)
용배 : (길가에서 멈춰 서서, 옥희 멱살 잡고, 눈 똑바로 보며, 가라앉은) 날 두고, 재민일 두고, 다른 놈이랑 놀아나?
옥희 : (두려워 떨면서도, 용배 바로 보는)
용배 : (버럭) 너까지 날 배신해! (하면서, 옥희 뺨치는)
옥희, 그 바람에 넘어지는데, 느린 화면되는.
눈가 그렁해 넘어지는 옥희 모습(눈 밑만 빨개져 있을 것, 피 보이지 않게).
인써트 - 상우와 좋았던 한 때(7부에서 놀러가서 활짝 웃던).
용배, 넘어진 옥희를 다시 질질 끌고가며 '이리와(소리는 들리지 않는)' 하고.
인써트 - 입맞추던 상우 모습.
상우 : (E, 차분한) 많이 아펐어요?
옥희 : (E, 차분한) 아니요.
용배, 옥희의 얼굴을 다시 때리는.
상우 : (E) 정말요?
옥희 : (E) 네, 그냥 하늘을 봤는데, 상우씨 얼굴이..자꾸.. 보였어요.
넘어진 옥희의 서글픈 얼굴(눈가 그렁해, 멍하니 껌벅이는)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