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주요단지 재건축 사업 잇따른 제동
- 재개발 지분가격 평당 4천만원 밑돌아

[코리아리포스트=김동현기자]전임 오세훈 시장 당시 역점을 두고 추진해 소위 ‘오세훈 사업’으로 불린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줄줄이 미끄러지고 있다.서울시 영등포구청은 5월 초 영등포구 당산동6가 일대 5만8051㎡와 양평동6가 일대 17만3813㎡ 등 총 23만1864㎡의 개발행위허가제한해제안을 공고했다.
허가제한 해제대상은 당산유도정비구역(전체 66만㎡)에 포함됐던 곳으로 지난해 1월 행위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구청은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행위제한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당산동6가와 양평동6가는 당산유도정비구역 10개 구역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당산유도정비구역 전체가 해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행위제한을 해제할 경우 지역 내 증개축으로 정비계획의 선결조건인 노후도가 완화되고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증개축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재개발이 불가능해진다. 앞서 광진구도 지난 3월 한강변 유도정비구역 중 처음으로 구의자양유도정비구역 일대 개발행위제한을 해제한 바 있고 현재 일부 구역의 정비구역 해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한강변 재개발·재건축 구역은 2009년 2월 발표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지정됐다. 한강변 일대 재개발, 재건축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를 세워 새로운 한강 스카이라인을 만들기 위해 총 10개 구역이 꼽혔다. 구체적으로 압구정, 여의도, 이촌, 합정, 성수, 잠실, 반포, 구의자양, 당산, 망원 등 10곳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한강변 개발을 전략·유도정비구역 등 두 구역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시는 압구정·여의도·이촌·합정·성수 등 5곳은 정비가 시급한 ‘전략정비구역(1차 사업지구)’으로, 구의자양·잠실·반포·당산·망원 등 5곳은 장래에 정비가 필요한 ‘유도정비구역(2차 사업지구)’으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해왔다. 전략정비구역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성수 지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조합조차 설립하지 못했다. 강변북로 지하화 비용 부담 문제가 걸려 있고 아파트, 단독주택 소유자간 갈등도 극심하다. 잠실, 반포 등 5개 유도정비구역은 구체적인 계획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었다. 박 시장이 초고층 건물에 대한 도심 과밀화 문제를 지적하며 재건축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요단지 재건축 사업 잇따른 제동
실제로 서울시는 유도정비구역 해제를 비롯해 주요 단지 재건축 사업에도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그 예로 지난 3월 한강변에 위치한 신반포1차아파트단지 재건축 보류 판정을 들 수 있다. 신반포1차 조합은 건폐율이나 도로 폭과 상관없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지난해 말 서울시에 요청한 바 있다. 최고 61층 높이로 각 동마다 높이를 달리해 1500여 가구를 짓겠다는 사업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과밀화로 기반시설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사업을 가로막았다. 지난 2월에는 비슷한 이유로 신반포6차아파트 재건축도 보류했다. 이로 인해 개발사업 기대심리로 상승하던 한강변 아파트 가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재개발 지분가격 평당 4천만원 밑돌아
서울시가 한강변 개발에 소홀하면서 한강변 아파트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한 후 한강변 초고층 개발 전략·유도정비구역 내 아파트 시가총액이 3조6172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감소폭을 지구별로 보면 압구정지구가 1조3611억원으로 가장 컸고 반포지구(8972억원), 잠실지구(8048억원), 여의도지구(2288억원)순이었다. 다만 합정지구는 오히려 142억원가량 올라 대조를 보였다. 재개발 지분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서울시가 2009년 초 한강변 일대 전략·유도정비구역을 지정할 때만 해도 지분 가격이 3.3㎡당 5000만원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3000만원 이하 급매물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한 예로 망원동 일대 다세대주택 지분 가격이 3.3㎡당 5000만원에 육박했지만 요즘에는 3000만~4000만원에도 거래가 잘 안 된다. 망원동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가 한강변 개발을 모두 백지화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지분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려는 이들은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강변 아파트가 투자가치를 잃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록 주민 반발이 크고 서울시도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개발사업 기대심리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도 한발 물러난 모습이다. 시는 조만간 한강변 재개발, 재건축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개발계획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변경관관리방안에는 한강변 층고를 낮추고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보완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감안해 투자시점을 저울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강변 정비구역 중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곳은 어디일까?
이촌, 여의도, 합정 지구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용산구 이촌·서빙고동에 들어서는 이촌 지구는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축을 중심으로 친환경주거단지로 개발된다. 서빙고역과 온누리교회 일대는 상가,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선 중심권역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사업비만 31조원으로 세계 최대 도심 재개발 사업인 용산역세권개발 수혜를 입을 수 있고, 미8군 이전으로 인한 주변 지역 공원화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촌동 한강맨션·렉스아파트 관심 단지 중에서는 이촌동 한강맨션과 렉스아파트가 관심을 끈다. 현재 용적률이 100%인 저층단지 한강맨션의 경우 용적률이 300%까지 올라간다면 건립 가구가 늘어나 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질 전망이다.
서울 한강변의 초고층 재건축 첫 사례인 렉스아파트는 최고 56층 규모의 3개동 460가구로 지어진다. 재건축 아파트에 일반적으로 부과되는 기부채납 비율(평균 13%)의 2배 수준인 부지의 25%를 시에 기부 채납한다. 이촌동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렉스아파트 공급면적 130㎡ 매매가는 11억~13억원 수준이지만 재건축 이후 이촌동 LG한강자이 위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의도 역시 대규모 금융타운 형성으로 새로운 면모를 갖춰간다는 점에서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국제금융센터, 파크원, 전경련회관 등 대형 고층빌딩 개발이 속속 진행 중인 것도 매력요소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아파트도 관심을 끈다. 여의도 재건축은 목화, 삼부, 장미, 한양아파트를 묶은 1구역과 시범, 삼익, 은하아파트를 포함한 2구역으로 나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강변 개발구역 중에서 오세훈 전 시장 퇴임 이후 유일하게 집값이 오른 합정지구도 관심을 끈다. 마포구 합정·당인·상수동 일대에 들어서는 합정지구는 역사, 문화 중심지로 조성된다. 합정·상수역 일대는 주거·상업중심지로 조성되면서 2종 일반주거지에서 각각 준주거, 3종주거지로 용도 상향돼 최고 120m, 90m 높이 건축물이 들어선다. 다만 압구정지구는 강남 핵심 지역에 속한 한강변 지구로 투자자들 관심을 끌고 있지만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변수다. 서울시와의 의견 차이가 커서 한강변 개발지구 중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더딜 것으로 우려된다.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