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도 없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댔던 나.
이 황당하고도 착잡한 상황에서 부모님은 껄껄 웃으셨고, 갑판 위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 동생 커플은 당황해했다.
어느 순간 배는 외도에 도착했으며, 아저씨는 1시간 30분정도면 외도를 다 둘러볼 수 있을거라고 했다.
1시간 30분이 뭐냐. 사람도 많고, 사진 찍을 때는 좀 많냐고.
이 황홀한 광경을 다 둘러보려면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다.
--------------------------------------------------- 이 흰 건물은 화장실이랍니다. ^^;
배에서 우르르 내린 사람들은 입장권을 사기 위해 세 줄로 서 있었다.
( 입장권은 한 명 당 8,000원으로 배삯과 별도로 내야 한다.)
약간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니 큰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줄지어서 입장객들을 기다린다.
필카는 왼쪽 어깨에 걸고, 디카는 오른손에 쥐고 정신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나무들과 풍경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어어~"하는 소리와 함께 왼발이 하수구 같은 길 옆으로 빠지면서 몸의 중심을 잃은 채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그 순간 내가 유치원 때 샀다는 필카와 애지중지하는 디카(최근에는 dslr때문에 구박하지만)가 망가질까봐 카메라를 안으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카메라는 무사했지만, 내 두 무릎은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넘어지면서 영광의 피멍이 들어버렸다. 아픔과 멋쩍음이 뒤섞인 희안한 웃음소리와 함께 엄마에게로 달려갔지만, 부모님은 그런 내 모습에 박장대소하셨다.
외도의 풍경들.
---------------------------------------------------------------인물 사진과 멋진 풍경은
모두 필카로 찍은 관계로 디카 사진들이 그동안의 갈굼을 이렇게 사진으로 복수하네요.
외도는 야트막한(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뭐 언덕 높이 정도 생각하면 된다.) 언덕 정도로 방문객 기준 오른쪽으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내려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날 찐득한 바다 바람과 살인적인 더위로 디카로 대충 찍은 사진들이 거의 이정도이다.
하지만, 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디카는 확실히 삐쳐있었다. 삐친 이 녀석은 그 동안의 이쁜 색감은 죄다 날려버리고, 어떻게 찍어도 날 절망감에 빠지게 했다. 그래서 구도고 뭐고 간에 풍경 사진은 대충 찍기 시작했다.
(사실, 너무 더워서 사진 찍는 것도 귀찮을 정도였어요. )
---------------------------------------------거의 정상에 올라 외도 전경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렇게 큰 나무들이 군데 군데 있어서 터널을 만드니 조금 시원하더군요.
앞서 걷는 흰 티셔츠가 제 동생, 흰 바지 입은 사람이 우리 어머니세요. ^^*
여기까지 왔다면 이젠 외도를 80%정도는 다 둘러본 셈이다. 휴~ 아까부터 깨진 무릎이 아려오는데, 아프다고 얘기하기가 멋쩍었다. 분명 얘기를 하면 부모님은 핀잔과 함께 웃으실테고, 동생은 날 놀려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너무 아프다.
-------------여기를 지나면 이제 외도를 내려가게 됩니다. 배 타는 곳으로 내려가는 거죠.
아래 빨간 지붕들은 기념품 가게이고, 여기까지 왔다면 외도 관광은 거의 마친 셈이다. 사진의 오른쪽 흰 등대처럼 보이는 부분은 선착장으로 가는 통로이다.
뱃시간에 쫓겨 외도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다음 번에는 너무 덥지 않을 때, 기왕이면 꽃이 피거나 예쁜 낙엽이 물들 때 오면 좋겠다.
p.s 주인이 카메라를 미워하거나 구박을 하면, 한낱 기계일 뿐인 녀석들도 그걸 알고 사진으로 복수를 하더라구요.
이젠 대놓고 미워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답니다. ㅎㅎ 봄이나 가을쯤에 외도 방문해서 사진 찍으면 훨씬 예쁘겠더군요.
사진이 더 잘 나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아...
첫댓글 말로만 듣던 외도, 사진은 거의 처음보는거 같어... 이쁜 곳이다~
^^ 여름이나 겨울을 피하면 더 멋질 것 같아요. 봄에는 더 멋질 듯. ^^ 담에 행이 데리고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몇년전에 외도 갔다왔는데.. 너무 볼것 많은 섬을 짧은 시간에 봐야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힘들게 갔는데 짧게 보고 오려니깐 아쉽더라구요~
그쵸 사진 찍을 만한 이쁜 곳은 사람들이 붐벼서 기다려서 찍고는 했는데,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하죠.
제 눈에는 사진들 멋지기만 한걸요 ^^ 국내여행 wish list중에 외도가 상위권인데 꼭 가보고 싶네요.
^^; 폴리아나님, 캄사합니다 ^^* 언젠가 시간이 되시면, (여름과 겨울을 피하시고) 꼭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겠네요.
아~ 배타고 가서 무조건 잠깐만 보고 다시 나와야하나봐요? 일박하고 오면 안되나? ㅋㅋㅋ 아~ 나 무식한거 티내나? ㅋㅋㅋ 암튼 넘넘 이쁜곳이네~ 앙~ 가고싶당~ 요새 넘넘 뜨고싶어 미칠지경...ㅠ.ㅠ
와우~ 너무 이쁜데요~ 주변에 외도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사진으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덕분에 잘 봤어요~^^
다음에 기회되시면 봄이나 가을 쯤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듯 해요. ^^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도 한번도 못가봤네요! 꼭 한번 가보고싶어요, 무릎은 괜찮으세요!?
파란 하늘, ~~ 넘 시원하네요. 저도 몇년 전 갔을 때 너무 짧게 보아서 아쉬웠던 기억이~~~ 천천히 걷다가 차도 마시고 좀 쉰다면 좋을텐데. 좋은사진 잘 보고 가요..
사진이 많이 미숙한데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사진이 깔끔하고 좋네요. 원래 이렇게 잘 찍었나요? ^^ 외도 아직 못가봤는데 한번 봤으면 좋겠네요.
소년님께서 사진에 대해 칭찬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 행이 태어나면 봄쯤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서울에서 거제까지 오긴 힘들지만, 거제도 참 볼 게 많답니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는 애칭이 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