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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궁궁통통
“땅끝까지 내 증인이 돼라” 영화 ‘교섭’에 떠오른 의문들
카드 발행 일시2023.06.19
에디터
백성호
백성호의 궁궁통통
관심
#궁궁통1
최근에
‘교섭’이란
한국 영화를 봤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한국인 피랍 사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선교사 피랍 사건을 다룬 영화 '교섭'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건
과거형의 영화가 아니구나.
지금도 유효한
현재진행형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구나.”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이슬람권인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해외 선교를 벌이는
개신교인들이 등장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한국 외교부에서도
경고한 위험 국가였습니다.
더구나
해외 선교봉사단 몇 명이 가서
선교활동을 한다고 한들
과연 몇 명이나
이슬람 신자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될까요.
당시 숱한 사람들이
그들의 ‘과격한’ 선교 활동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들은 왜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선교 활동을 한 걸까요.
#궁궁통2
신약성경 사도행전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되리라.”
(사도행전 1장 8절)
개신교에서
‘나의 증인이 된다’는 말은
복음을 전한다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영화 '교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 구절은
개신교 해외 선교사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새기는 구절입니다.
특히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대목은
이들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아프리카든
이슬람권이든
달려가서 선교하는
성경적 근거로 작동합니다.
제가 아는
한 목사님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교사들에게
이 구절은
선교에 대한
절대적인 지침이다.”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라’라는
이 구절을
저는 몇 번이나
읽어보고 곱씹고
묵상했습니다.
이 말이
과연
위험 국가인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선교활동을 하라는
성경적 근거가 되는 걸까.
성경은
과연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걸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에서
땅끝의 의미가
과연
뭘까요.
저는 거기에
주목합니다.
#궁궁통3
사도행전이 기록될 때는
어땠을까요.
그때는 땅이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했을까요.
네모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래서
배를 타고 땅끝까지 가면
떨어져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땅이
둥글다고 생각했을까요.
지금의 지구처럼 말입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구절에 담긴 깊은 뜻은 무엇일까. 우리 안의 땅끝은 어디쯤일까. 백성호 기자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대목에서
땅끝을
지도상의 의미라고
본다면,
그건 성경을
너무 일차원적으로
풀이하는 게 아닐까요.
너무 평면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닐까요.
너무 문자주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요.
저는
복음이 흘러야 할
일차적 땅끝은
다름 아닌
‘내 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궁통4
인도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였습니다.
한 모임에서
영국인들이
간디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크리스천인가?”
당시에는
크리스천이라고 하면
무언가
교양인, 지식인, 문명인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영국인들은
간디가 힌두교도임을
뻔히 알면서도
간디를 모욕하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진 겁니다.
“당신은 문명인이 아니지.
미개인이지?”라는
물음을 돌려서 던진 겁니다.
그러자
간디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아직
그리스도처럼
살지 못하기 때문에
크리스천이 아니오.”
저는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해외 선교를 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간디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간디는
영국인들에게
이렇게 물은 겁니다.
“당신 안에는
과연 복음이 흐르는가.
당신은 과연
복음대로 살고 있는가.
당신은 정말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는가.
당신은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인도의 민족 지도자 네루 총리(왼쪽)와 비폭력 평화주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 중앙포토
간디의 이 대답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해외 선교를 했던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요.
과연
그들의 내면에는
복음이 흐르고 있었을까요.
그들이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서,
땅끝까지 가서
전하려고 했던 복음이
그들의 내면에는
흐르고 있었을까요.
#궁궁통5
우리 안에도
복음이 닿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복음이 흐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그곳을
‘내 안의 땅끝’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지구 끝까지,
태양계 끝까지,
우주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한다 하더라도
내 안의 땅끝에
복음을 전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내 안의 땅끝에
복음이 흐르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니
머나먼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당신은 크리스천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기보다
자신을 향해
먼저
이 물음을 던져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나는
진정한
크리스천인가.
나는
과연
예수의 뜻대로,
복음의 가르침대로
살고 있는가.
내 안의 땅끝에는
그렇게
복음이 흐르고 있는가.
에디터
백성호
관심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0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