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9)
2009-12-14 16:59:32
언제 2009. 12. 12
장소 청계산
참석자 도다리(산행대장)은수 정호 경호 인식 상국 권박 (이태학씨 콩콩)
5공대장의 하명을 받아 오늘의 산행대장을 맡기로 하였지만 자신 있게 대장질하기엔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전설에게 하문하여 받은 문자 답장을 그대로 은수 대장에게 보내면 알아서 할끼란다.
“옛골 토성음식점 앞 0930 집결 이수봉 능선 이수봉 어둔골 옛골 복귀 아이젠겨울복장”.
말이 산행대장이지 공화국대장들의 수렴청정 없이는 문 밖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촌닭에 불과하다. 제대로 확인도 않은 문자를 그대로 전달하고 산행기 모음 사이트을 들어가 보니 “제273차 청계산 산행 안내” 라며 지도와 함께 그럴듯한 방이 붙었다.
송암으로 유학(?)간 인식이는 전날 내게 문자를 날리며 ‘도다리가 대장하니 내가 가야지’ 하면서 약발 없는 산행대장에게 힘을 보탠다. 얼마 전 베트남 출잘 갔다가 선물로 받아뒀던 양념 한치포를 기분 좋게 챙겨 넣으며,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 펭귄의 모습에 벌써 즐겁다.
전날 저녁 집결지까지 차로 태워주겠다던 집사람이 아침엔 맘이 바뀌었다. 그냥 택시 타고 가란다. 급하게 주섬주섬 챙겨 나오다 보니 아이젠을 빠뜨렸다. 엊그제 눈이 제법 왔는데 아이젠이 없으면 고생할 것 같아 다시 집에 들러 챙기다 보니 이미 시계가 9시 20분이다.
10분 늦게 토성음식점 앞에 도착하자 은수 상국이 경호 인식이 정호 그리고 태학씨(은수 대학동기) 와 콩콩씨(인식이 송암 산악회 친구)가 반긴다.
상국이가 앞장서는 대로 완만한 능선을 오른다. 이제사 지도를 보니 철쭉능선이지 싶다.
상국이가 이 길로 이수봉까지 갔다가 다른 길로 다시 옛골로 복귀하는 코스라며 설명을 곁들인다.
산행대장이란 넘이 딸랑 문자 한줄 전달하고 대장 임무 끝이라고 넘겼더니 어디로 올라 어디로 내려오는 지도 모르고 산행길에 나섰던 것이다. 달리 도다리가 아니다. 전날 삼성 YB/OB 송년회로 몸이 무거워 산행이 어려우리라 지레 겁 먹고 있었던 터였지만 우찌 알고 완만한 코스를 일러준 전설이 새삼 존경스럽다.
몇 발짝 오르지 않아 다들 겉 옷을 벗어 챙겨 넣기 시작한다.
30~40분을 올랐을까? 산중턱 쉴 만한 곳에 간이 막걸리 집이 섰다. 저 만치 앞서간 펭귄을 불러 세워 막걸리 한잔 하고 가자며 주변의 눈치를 살피니 “대장 마~암대로 하면 된다” 며 5공대장께서 다들 불러 세운다.
“아! 이기 그런기가? 대장 맘대로 하는 기 산행대장이가? 히히히 그래 기분 좋다. 한잔석 하고 가자!” 산행대장의 권위를 한껏 세운 도다리 목소리가 청계산에 메아리 친다.
막걸리집 한 귀퉁이에서는 시골 영감 같은 상국이가 술안주로 내 놓은 땅콩을 손바닥에 올려 놓고 지나가던 산 새를 불러 모은다. 어~! 근데 진짜 새들이 상국이 손바닥에 내려앉아 땅콩을 입에 물고 얼른 날개 짓 하며 날아가는 게 아닌가? 곤줄박이 새라나? 너도 나도 손바닥에 땅콩을 올려 놓고 곤줄박이를 꼬시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은수는 이때를 놓칠 새라 마누라가 가져가겠다던 카메라를 겁도 없이 지가 갖고 와서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댄다.
목이 힘이 한껏 들어간 도다리 “ 자 이제 가자!”고 한 마디 던지니, 곤줄박이고 막걸리고 할 것 없이 일제히 걷어 치우고 산행길을 재촉한다.
얼마 더 오르지 않아 오늘의 산행대장이 도다리란 걸 이제사 알아차린 권박이 지금 막 옛골 식당 앞에 도착했다며, 단숨에 올라 갈 테니 노여워 마시라며 감히 직접 전화도 못하고 다른 동기에게 귀뜸 했다고 한다. 사실은 도다리 대장한테 먼저 전활 했는데, 노여워 받질 않더라나 뭐라나……
이수봉 정상이 가까워 지자 또 한 사람 오금이 저린 산우가 감히 산행대장한테 직접 전화하지 못하고 레임덕으로 힘이 빠져가는 자기 후임 5공 대장한테 전화를 걸어서는 은근슬쩍 내게 건네 준다. 황 무시기라던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리……
서울근교의 산 정상은 늘 사람이 붐빈다. 차례를 지켜 이수봉 정상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반대쪽 양지바른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12시가 채 못된 시간이다.
점심 상이 채 차려지기도 전에 소주잔이 먼저 돈다.
펭귄은 어디서 챙겼는지 사기 술잔을 하나 꺼내 들며 산에서는 여기다가 마셔야 된다며 침을 튀긴다. 맑은 술은 투명한 술잔에 부우 무우야 제 맛이라는데 이 잔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다들 숟가락을 놓을 즈음, 대장 눈에 날까 노심초사 헐레벌떡 달려온 권박이 합류하니 잃었던 한쪽을 찾은 듯 모두 반긴다. 지짝이나 얼른 찾아야 될낀데……
언제부턴가 점심 식사가 끝나면 참가자 머리 수만큼 동네제기를 차야 그 자리를 뜨는 전통이 생겨, 이 날도 어김없이 은수 가방에서 풀 죽은 제기가 나오고, 이에 맛들인 펭귄도 객지에서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동네 구멍가게에서 잘 생긴 제기를 사왔다며 기염을 토한다. 펭귄이 애써 사 온 제기는 망가뜨리고, 수 십 차례 시도 끝에 머리로 헤딩까지 해 가며 아홉개를 몰아 차니, 사지가 후들후들 가슴이 쿵덕쿵덕 몇 잔 먹지도 않은 술기운 마저 갑자기 온 몸에 퍼진다.
옛골 입구 두부마을(?)에 둘러 앉아 소주 막걸리 맥주를 취향에 맞춰 차려 놓고 파전에 두부김치를 안주 삼아 하산주를 주고 받으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한다.
치아 수술로 그 좋아하던 술 담배를 끊었다는 상국이에게 “당구는 끊은 거 아이제?”하고 물었더니 당장 양재역으로 가잔다.
옛골 입구 다리 밑에서 잠시 어슬렁거리는 사이 여러 무리의 등산객 중에서 승한이가 갑자기 다가와 덥석 손을 잡는다.
“아이구 승한아 우짠일고?”
다른 팀과 함께 왔단다. 간단한 기념촬영으로 우리의 조우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맨날 보던 사람도 우연한 곳에서 보니 그리 또 반갑데.
담주는 황선달 님께서 독조봉으로 모신다 카이 많이들 참석하이소. 소인은 오늘에 대한 앙갚음으로 산행은 안갈끼고(몬가는 기 아님) 뒷풀이겸 송년회 자리는 참석하여 자리를 빛낼 요량이요.
2009. 12. 14
273차 산행대장 도다리 씀
ㅁ 경비정산
수입: 70,000원(10,000원 x 7)
지출: 막걸리 16,000원+ 하산주 60,000원=7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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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 적자는 산행대장이 과감히 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