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 은평을과 인천 계양을, 충북 충주, 충남 천안을,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등 5곳에서, 민주당은 광주 남구, 강원 원주, 태백·영월·평창·정선 등 3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재·보선이 실시된 8곳 중 5곳이 원래 민주당 의석이었고, 한나라당 1곳, 자유선진당 1곳, 창조한국당 1곳이었다. 한나라당이 3석을 늘린 반면, 민주당은 1석 줄었다. 두 달 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선 완패(完敗)했다.
민주당은 수도권 2곳과 충청권 2곳에서 모두 패했다. 이번 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여건이 민주당에 불리했던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패배 후 당 내부에서 거센 쇄신과 변화 주장이 제기돼 홍역을 치렀고, 여권 주류가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을 친박이 야당과 손을 잡고 부결시키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또 한번 불거졌다. 이달초 실시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힌 지도부가 이런 쇄신과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믿음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여권(與圈) 실세 인맥들의 인사 전횡(專橫)과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이 잇달아 터졌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완패한 것은 결국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와 정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울 은평을에선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패했고,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도 정치 신인인 한나라당 후보에게 내줬다. 충청권은 두 달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사실상 전패(全敗)하다시피 했던 지역이었으나 이번엔 한나라당이 모두 이겼다. 민주당이 지난해 두차례 재·보선과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민주당 자력(自力)으로 일궈낸 결과라기보다는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견제심리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하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민주당의 패인(敗因)은 이같은 정치 현실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물과 정책에서 대안(代案)정당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게을리했던 탓이다.
한나라당 역시 이번 선거 승리가 한나라당이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민주당이 후보 공천 등에서 실패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그간의 당내 계파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고, 쇄신과 변화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정권 2인자로 불려온 이재오 당선자는 이번 서울 은평을 재선거 승리로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도 한나라당 통합과 쇄신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민심을 오판(誤判)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