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 나를 지키는 양날의 검
이상과 현실 멀어질수록 상실 공포 커져…성취와 상관없이 ‘나는 언제나 나’ 마음가짐 필요
괴로움이 엄습할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일단 고통의 원인으로 보이는 자극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이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 회피나 부정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방어기제다. ‘이런 끔찍한 일이 내게 일어났을 리가 없어’ ‘이건 분명 꿈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 자신을 불안의 폭풍우로부터 지키려는 방어기제다.
문제는 방어기제가 늘 효율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회피는 순간의 공포나 불안을 줄여주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습관으로 굳어지면 ‘나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를 찾는 능력마저 마비된다. 방어기제는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대신 스스로 고통의 원인을 느끼고 진단할 자율적인 힘을 빼앗아갈 수 있다.
안나 프로이트는 방어기제가 원시사회에서도 발견되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분석한다.
원시사회에서도 유령이나 괴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유령이나 괴물의 형상을 하고 음악과 춤을 의식에 곁들인 제의가 치러졌다. 가면이나 놀이를 통해 오히려 자신이 불안의 원인을 제공하는 자가 됨으로써 마침내 불안을 떨쳐버리는 것이다. 인간은 기발한 방어기제를 통해 항시적 불안이나 공포를 오히려 놀이나 제의의 쾌락으로 바꿨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 이들은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심각한 공포 반응을 보인다. 모든 곳에서 ‘버려짐의 징후’를 보는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바로 이런 과잉된 방어기제를 가리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깜짝 놀라고, 사소한 자극에도 ‘공격 받았다’고 느끼는 감정 배후에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아무런 준비 없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아무 곳에서나 방어기제를 작동시키지는 않으며, 공포는 ‘내가 원하는 안전’과 ‘내가 빼앗길지도 모르는 안전’ 사이의 거리감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인식했을 때 발생한다. 불합리한 공포가 커질수록 방어기제는 더욱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작동한다.
방어기제가 한껏 예민해진 상태, 그러나 정말 내 마음을 지킨다기보다는 ‘내가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나 자신을 통제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이런 상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의 반대,
즉 ‘마음놓침(mindlessness)’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 해도 그를 더욱 후회 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사랑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사람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든다. 그 공포에 내 마음의 핸들을 내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더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어기제 중의 하나인 이유도, ‘책임=스트레스’라는 우리 안의 편견 때문이다.
그런데 ‘책임’과 ‘애정’이 결합하면 놀라운 효과가 발생한다.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더욱 강인해지고 행복해진다. 예컨대 반려견에게 사랑을 듬뿍 쏟는 사람들은 우울증의 빈도가 낮아지고 삶의 활력소를 ‘동물과 자신의 유대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원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환경이 열악해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일에 온전히 집중하며 자기 안의 재능을 한껏 펼친다. 애정과 책임감이 결합했을 때, 인간은 ‘나는 이런 일은 못해’라는 익숙한 방어기제를 부숴버리고 ‘나는 이런 일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때로는 자기 안의 익숙한 방어기제를 깨뜨리는 것이 자기발견과 자아성장에 훨씬 큰 도움을 준다.
우리의 에고(Ego)는 우리 자신만이 스스로 쌓아 올릴 수 있는 성벽이다. 누구도 내가 먼저 에고의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제멋대로 이 에고의 성벽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의 에고가 약해질 때 우리의 자존을 무너뜨리는 온갖 감정의 화살과 대포가 에고의 성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당신의 자부심을 찢어발기고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짓밟는 모든 외부의 힘들을 직시해야 한다.
무섭고 두려워서 피하고 싶겠지만 계속 도망치기만 한다면 그 에고의 적들은 당신의 에고라는 성벽뿐 아니라
당신의 진정한 자기(Self)의 영역까지 침식해 들어올 것이다.
당신의 에고를 무너뜨려도 좋은 것은 오직 당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들이다. 사랑으로 인해 당신의 자아가 무장해제된다면 그것은 기쁜 깨어짐이다. 진실한 우정으로 인해 당신의 자아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방황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고, 치유할 모든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그 에너지를 발굴하고, 활성화시키고, 마침내 자기극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지혜야말로 자기치유의 심리학이다. 그 무엇도 당신을 작아지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라.
세상 무엇도 당신의 자아를 움츠러들게, 짓누르게, 빛 바래게 하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저항하라.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2.01 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