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전치 10주와 8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던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가 느닷없이 강제출국을 위해 출입국사무소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남예산경찰서 관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과정에서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치료도 받지 못하고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 오후 7시 30분경 교통사고를 당하였던 인도네시아인 다시룬(Dasirun)과 필리핀인 조지(George)는 교통사고 조사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났고, 8월 11일 오후 3시부로 대전지방 홍성지청검찰청 박형재 검사의 지휘로 대전출입국관리소로 이송되었다.
사고 당일 이들은 근무를 마치고 오토바이를 몰고 퇴근하던 중, 한국인이 운전하던 차와 충돌하였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외국인들이 일하던 회사 대표와 한국인 운전자는 사고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치료비를 반반 부담하기로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사고 후 일주일이 지나 한국인 운전자가 병원치료비 지급을 거부하며 경찰에 사고신고를 하면서 발생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불법체류자인데다 무면허라는 사실 때문에 잔뜩 위축되어 있던 외국인들은 예산경찰서와 삼0화재에서 찾아와 진술서를 받아간 이후, 자신들이 100% 과실로 병원비 전액을 부담하게 되었다는 말을 병원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0화재에서는 아직까지(10일 기준) 사고처리가 완결되지 않았고,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이 발급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외국인들이 100%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들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담당팀장이 인정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인들은 경찰과 보험회사에서 조사가 나왔을 때, “너희들 불법체류자지, 무면허지”라고 하면서 우선 신분에 대해 물었고,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언어가 능통하지 않은 자신들은 “예, 아니오.” 식의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경찰이나 보험회사의 질문은 기술적으로 원하는 대답을 “Fishing(대답을 유도하는)"하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함께 있었던 인도네시아인에게는 전혀 질문이 없었다는 문제도 있다.
더 더욱 문제되는 부분은 예산경찰서에서 조사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너희는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벌금 물고 강제퇴거될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 지문을 날인하게 함으로써 외국인들은 교통사고의 잘잘못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여유가 없었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던 정보보안과의 담당 경사는 자신이 강제퇴거 운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적절한 법집행이었고, 자진출국을 안내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주장했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고당사자인 한국인이 일주일 후에 입장을 바꾼 부분이 석연치 않고, 경찰이나 삼0화재측에서 외국인들의 신분을 빌미로 조서를 임의로 작성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과, 병상에 누워있어 심신의 안정이 필요한 사람에게 ‘강제퇴거’ 운운하며 제대로 된 변론조차 못하게 했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외국인의 경우 진술 과정에서 자신의 충분한 의사를 표할 수 있도록 통역을 배석해야 하고, 그 진술에 있어서 억압적인 분위기나 단답식의 답변을 유도하는 것은 조사를 하는 사람의 의사대로 충분히 조서를 꾸밀 수 있다는 위험성이 언제든지 내포돼 있다.
게다가 불법체류라는 신분적 약점을 빌미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해당회사와 사고당사자,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지문을 찍게 하고 강제출국을 위한 조치를 취한 부분은 인권에 무지한 법집행으로 부끄러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