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A형 간염이 집단 발병하여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전국에 A형 간염 주의보가 발효됐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에는 지난해의 2배 수준을 넘는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예측. A형 간염은 과거에는 아이들에게 많이 발병됐지만 요즘은 위생 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 항체가 거의 없는 청소년기나 20~3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되고 있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15세 이상 국내 인구의 대부분이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현재는 20대의 간염 항체 양성률은 불과 4.4%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체의 면역반응으로 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바로 간염이다. A형, B형, C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각기 다르고 증상도 조금씩 다르며, 특히 A형 간염의 경우 전염률이 높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 A형 간염은 야외 활동 시 전염 우려 높아
A형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을 통해 감염된다. 또한 감염된 사람의 침이나 대변을 통해서도 전염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이나 오염된 물을 이용할 경우에도 전염될 수 있다. 문제는 단체 생활을 통해 옮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야외 활동이 많은 요즘엔 A형 간염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크다. A형 간염은 4주의 잠복기를 거쳐 급성으로 나타나며 증상을 앓은 후 대부분 회복된다. 특히 6세 이하 소아에서는 30% 정도 발생하며, 황달이 없는 감기나 장염 등 증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와 발병 초기에 전파된다는 것.
또한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간염인 줄 모르고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전염성이 더 높다. A형 간염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심한 증상을 앓기 때문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대부분 청소년인 경우가 많다. 어른의 경우엔 초기에는 몸살감기처럼 열이 나고 식욕부진, 근육통, 투통, 오심, 구토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이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무리하지 않고 고단백 식이요법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면 좋아진다. 하지만 더러 증상을 방치해 바이러스가 간 전체로 퍼져나가 간세포가 빠른 속도로 파괴돼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 모체에 의해 감염되는 ‘B형 간염’ 주의
B형 간염과 C형 간염의 경우 감염된 모체를 통한 수직감염, 또는 수혈이나 오염된 혈액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모체를 통한 수직감염, 즉 엄마가 B형 간염일 경우 태아에게도 감염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만성적인 간염으로 진행된다. 이때는 특별한 증상 없이 간기능 검사 상 이상 소견을 보일 수 있다. B형 간염이 무서운 것은 만성화되어 10년이 지나면 전체의 약 11%, 20년이 지나면 35%가 간암에 걸린다는 사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이러스성 간염이 진행되어 간경화나 간암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으므로 대비가 필요하다.
C형 간염은 우리나라 인구의 0.8-1.4%가 보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은 감염되면 만성화될 수 있으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주로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주로 감염되는데, B형 간염에 비해 일상 접촉에 의한 전염력이 낮고 모자 간 수직감염이 되는 경우도 드물어 가족 간 전파력이 낮다.
▶ 간염 예방법
C형 간염을 제외한 A형·B형 간염은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A형 간염의 경우 현재 서울, 경기 지역 2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본 예방접종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 B형, C형 간염이나 다른 간질환으로 이미 간 건강이 나쁜 경우,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 A형 간염 유행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엔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생활습관도 중요한데 A형 간염의 경우 대변과 신체 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음식을 완전히 익혀서 먹고, 기저귀를 갈거나 음식 섭취 전후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
또한 85℃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 끓이거나 가정용 표백제나 염소 소독에 의해서도 없어지므로 위생 관리에 신경 쓴다. B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경우에는 B형 간염 예방접종도 같이 하는 것이 좋은데, 예방접종 후에는 검사를 해서 항체가 생겼는지 확인한다. 만약 가족 중에 B형 간염 환자가 있을 경우 나머지 가족들은 예방접종이 필수다.
▶ B형 간염 보균한 임신부의 경우
이미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면 백신을 맞아도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B형 간염은 수직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10% 미만이 자연 완치되고 90% 이상이 만성으로 진행된다. 만 3세 이전의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아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이를 퇴치하는 반응이 생기지 않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임신 중 감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혈액이나 체액에 다량 노출되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임신부가 B형 간염 보균자인 경우 출산 전에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해야 하며, 출산 직후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백신과 더불어 HBIG(면역글로불린)를 접종해야 한다. 100%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아기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B형 간염 보균자의 모유수유가 절대적인 금기 사항은 아니지만 모체의 감염력과 아이의 항체 형성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