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고성리에, 땅은 송암리에 두고 일을 하려니 참 어렵습니다. 왜 문전옥답이라 하는지를 살아보고야 알게됩니다. 그래도 저의 경우는 양반입니다.
우연히 오늘 두 건의 이야기를 들을며 땅과 집에 대한 생각이 복잡합니다.
아침나절 송암리 하우스 들렀다가 액비가지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랫집 선배가 지나가는 저를 불렀습니다. 차를 대고 들어가니 왠 이방인? 외국인이 세명이나 있는데 저같은 콩글리쉬안들은 기부터 죽지요. 그나만 아랫집 선배외에 또한명의 한국인은 얼굴이 익었으니 다행.
미국 무슨공동체에서 살다가 거기서 결혼해 외국인 아내와 귀국해 자리잡을 곳을 구하던 분이 후견인 외국인 노부부와 함께 왔답니다. 자리잡아 살곳을 구하러. 젊은 사람도 없는데 젊은 부부가 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이웃마을에 생긴 전원주택단지에 집을 구하고 싶다고 하는데 소개는 시켜보겠지만 어차피 정착하고 싶으면 마을로 내려와 농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우리마을에 땅 주인은 따로 집 주인 따로인 집이 나와있는게 있습니다. 올해초 시내로 나간 명룡이가 살던 집입니다. 집은 워낙 헐었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수리하면 그런대로.
문제는 지상권은 있지만 땅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는 것이지요. 땅을 팔라고 해도 땅 주인은 안 팔고. 아니면 무리한 액수를 부르던가. 그래도 재산권을 생각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마음대로 오래 살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월세 삼십만원을 낸다면 십년이면 그것도 삼천이 넘네요. 삼천이면 이십년도 살 수가 있는데. 그래서 한번 가보라고는 했지요. 마음이 내키는지 안 내키는지 보기만 하라고.
그러고 송암리 하우스로 토마토를 따러 갔지요. 토마토를 막 따고 있는데 송암리에 귀농하시려 땅을 구입하고 서울 춘천을 오가며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오늘 농지원부 신청하셨다며 오셨는데, 구입한 땅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구입한 땅 한쪽 귀퉁이에 오래전에 누가 땅을 빌려 집을 지었고, 집을 지은 분들은 여든이 넘어 집을 비우고 나갔고, 땅을 구입할 때는 빈집이었답니다. 하지만 막상 땅을 사서 오고나니까 그 자식들이라는 사람들이 다시 들어와 살더라고. 그러면서 무척이나 신경쓰이게 한다고.
사실 저는 먼저 들어서 어찌된 것인지 알고 있었지요. 알고있겠거니 하고는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래 말씀드렸지요. 아마 살고 싶어 다시 오신 것이 아니라 집에 대한 보상을 받으러 오셨다고. 아무리 무허가라도 집에 대한 소유권은 집을 지은 사람에게 있으니 타협해서 내보내던가, 아니면 무리하게 요구하면 그냥 편안히 사시라고 말씀드리라고.
땅과 집의 주인이 다른 것이 시골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등기가 안 된것도 많고 아무런 확인 근거가 없는 집도 많지요. 소위 법적인 권리나 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남에 땅이라도 빌려서 집을 지었고, 당장 살곳이 있어야 하니 땅을 빌려주고 빌리고 하면서 살았던 것이지요. 등기란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이제 새롭게 법적 관계를 정리하게 되며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재산에 대한 관점의 문제라는 생각과 현실 역관계란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마을의 빈집을 산다면 돈 1천만원 이내로 평생 살고 싶으면 마음대로 살 집을 구한다면 그것도 괜찮은 것이지요. 수리비용이 더 들기는 하지만. 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재산권으로 행사하고 싶을 때가 문제입니다. 땅 주인의 입장에서는 집 때문에 그 땅은 전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으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땅이 내 것이 아니니 팔고 싶어도 잘 팔리지 않고, 마음대로 신축을 할 수 없으니 한계가 있고.
결국 누가 급한가에 달려 있는 것인가요. 한 재산이 되지는 않지만 사는데는 지장없는 게 그런 땅인가 봅니다. 재산을 어떻게 보느냐, 재산권 행사가 급한지 어떤지에 따라 구입해도 좋은, 아니면 절대 구입해서는 안되는 그런 집이 '땅 따로 집 따로'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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