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xley
[리뷰] 헉슬리 (3차 CBT) 가까운 미래, 거대한 뉴클리어라이츠(Nuclearites) 구름이 태양계를 통과하며 달이 파괴되고, 루나라이츠(Lunarites)라 불리는 달의 파편이 지구에 쏟아지며 지구는 초토화된다. 인류의 80%가 죽음을 맞이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조차 DNA에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 사피엔스와 얼터너티브, 그리고 하이브리드라는 3개의 인종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새로운 세계의 지배를 위해 싸움을 시작한다…… 이처럼 음울한 세기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헉슬리>는 많은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게임이다. MMORPG와 FPS의 접목, Xbox Live와 PC와의 크로스플랫폼, 유저들과 협력하여 FPS 방식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는 PvE 등. 플레이어는 마을 바깥의 필드에서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수집하는가 하면,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가상전투터미널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규모 전투를 벌일 수 있고, 전장에 뛰어들어 무려 100:100에 달하는 대규모 전투를 즐길 수도 있다. 처음으로 <헉슬리>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 ‘저 정도 규모의 게임의 구현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었었지만, 이제 3차 CBT를 거친 <헉슬리>를 체험해본 결과 이러한 요소의 다수가 이미 훌륭하게 구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병, 신고합니다! <헉슬리>의 게임플레이는 (당연하게도) 캐릭터 생성부터 시작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사피엔스와 얼터너티브라는 2개의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진영을 선택한 후에는 종족을 선택할 수 있다. 사피엔스의 경우에는 순수 인간 혈통인 원(One)과 아름다운 외모와 흰 피부를 지닌 신(Syn)이라는 종족으로 나뉘게 되며, 얼터너티브는 새하얀 눈동자를 지닌 얼터닉스(Alternix)와 마치 석재처럼 단단하게 보이는 피부를 지닌 얼터레이버(Alteraver)로 나뉘게 된다. <헉슬리>의 게임플레이는 진영 간의 전투에 중심을 두고 있기에 최초로 생성한 캐릭터와 반대되는 진영의 캐릭터를 생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캐릭터 생성은 눈꼬리의 형태부터 시작해서 턱 선, 입의 형태, 광대뼈의 돌출 정도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을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다. <엘더 스크롤 IV: 오블리비언>을 떠올릴 정도로 꽤나 세세한 부분까지 설정이 가능하기에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은 CBT라서 그런지 머리카락의 종류와 색상의 수는 다소 적었다. 고민 끝에 캐릭터를 완성하고 나면 언리얼 엔진 3.0의 힘을 빌어 만들어진 멋들어진 영상과 함께 훈련장에서 게임이 시작되게 된다. FPS의 기본적인 조작법부터 시작하여 <헉슬리>만의 고유한 게임 시스템까지 설명해주는 훈련장은 방금 게임을 시작한 ‘신병’이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러한 과정이 매우 상세한 편이라 FPS에 익숙지 않은 플레이어라도 설명만 잘 따른다면 FPS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그러나 FPS나 MMOG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뻔하게 보일 법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Enter the Battle 사실 <헉슬리>에서 컴뱃 스타일을 결정하기 전까지의 과정은 튜토리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포서(Enforcer), 어벤저(Avenger), 팬텀(Phantom)으로 구분되는 3개의 컴뱃 스타일은 일반적인 RPG에서 등장하는 클래스 개념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스타일에 따라 사용 가능한 장비나 스킬이 달라지고 추후 변경이 불가능한 관계로 최초 선택 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각 클래스는 나중에 이러한 특성이 더욱 강화된 세부 클래스로 전직을 할 수 있다.
컴뱃 스타일을 결정한 이후로는 밋밋한 게임플레이가 <퀘이크>나 <언리얼>을 연상시키는 빠르고 강렬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플링어로 적을 혼란 시키고는 태클로 다가가 샷건으로 마무리를 하는 인포서가 있는가 하면, 텔레포트로 달려오는 인포서를 제치고 머신건을 난사하는 어벤저가 있다. 저 멀리에는 은신을 하고서 저격을 하는 팬텀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빠르진 않은 게임플레이와 스쿼드 플레이를 장려하는 게임 요소는 <배틀필드>나 <콜오브듀티>등의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비사실적인 FPS’와 ‘사실적인 FPS’의 중간쯤 맛을 내되 거기에 <헉슬리>만의 조미료를 첨가했다는 느낌이다. (사실 <언리얼>과 같은 비사실적 FPS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긴 하다.) 실제로 개발사인 ‘웹젠’ 측에서는 전술 FPS와 하이퍼(hyper) FPS의 조합으로 <헉슬리>를 선전하고 있다. 전투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마을 내에서 가상전투장치나 전장수송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가상전투는 같은 진영의 플레이어끼리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섬멸전, 팀 섬멸전, 레이더 점령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섬멸전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난전을 벌이며 승리 점수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팀 섬멸전은 섬멸전과 동일하나 팀을 이루어 전투를 벌이게 된다. 다른 FPS의 ‘데쓰매치’와 ‘팀 데쓰매치’를 떠올리면 되며 별다른 차이는 없다. 레이더 점령전은 <헉슬리>가 선보이는 독특한 게임 방식으로 서로 상대 진영의 레이더를 차지하거나 중립화시켜 점수 획득을 방해하며 자신의 팀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깃발 점령을 FPS로 즐긴다고 생각해보라. 그렇지만 레이더 점령전은 현재로는 다소 밸런스 문제를 보이기도 했는데, 중립화와 점령이 너무 빨라서 한 번 뒤쳐지기 시작한 팀이 역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던 것이다. 초반에 뒤쳐지기 시작한 팀은 마치 토끼의 뒤를 쫓는 거북이마냥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점수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섬멸전을 비롯하여 이처럼 다양한 가상전투는 채널을 선택하고 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방에 입장하는 일반적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전장은 레벨 16 이상부터 참가가 가능한 게임으로 기본적으로는 가상전투와 동일하다. 그러나 그 규모가 훨씬 크고, 다양한 탈 것이 등장한다는 점과 언제라도 난입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 상대 진영과 전투를 벌인다는 점에서 가상전투와 차별화된다. 전장은 <헉슬리>가 대표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임 요소로 이 곳에서는 100:100의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전장이 이러한 대규모 전투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전투의 규모와 방식은 전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떠한 곳에서는 약 16:16의 규모로 레이더 점령전을 벌이는가 하면, 또 다른 지역에서는 32:32로 부품 쟁탈전을 벌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3차 CBT에서 부품 쟁탈이 목표가 되는 전장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부품 쟁탈전은 서로가 최대한 빨리 목표 수량의 자원을 수집해서 상대 진영을 단번에 없애버릴 수 있는 거대한 기계를 만드는 게임 방식으로 웹젠 내에서 실시된 프론티어 테스트에서 잠깐 그 모습을 드러낸 바가 있었다. 다음 베타 테스트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게임을 맛볼 수 있었으면 한다. 되살아난 셰익스피어의 망령 맥베스가 말한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러자 모두가 답한다. “폐하, 왜 그러시나요?”, “내가 말하지 않았다! 피투성이인 네 몰골로 나를 위협하지 마라…”, “맥베스 폐하께서 고통스러우신가 봐! 모두들 돌아가세…” 그러자 맥베스의 부인이 말한다. “기다려요… 잠깐의 발작일 뿐이에요…” 그러며 맥베스에게 낮은 소리로 속삭인다. “당신 왜 그러세요?” 부인의 질문에 맥베스는 답한다. “글쎄, 나를 오싹하게 하는 어떤 뻔뻔스러운 것이, 악마가… 저기, 저기… 보이지 않소?”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에서 맥베스를 괴롭히는 유령의 이름은 벵쿠오이다. 맥베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 벵쿠오는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왕좌에 나타나 맥베스의 죄책감을 부추기고 광기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벵쿠오가 <헉슬리>에도 등장한다. 그렇지만 벵쿠오는 유령의 모습이 아니라 <헉슬리>의 제 3의 종족인 ‘하이브리드’ 중 하나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벵쿠오 뿐만이 아니다. 로미오라는 이름을 지닌 하이브리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로미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올 법한 로맨틱한 미남의 모습이 아닌, 4개의 팔과 흉측한 외관을 갖춘 돌연변이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플레이어는 PvP가 진행되는 가상전투장치나 전장 외에서는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드에 나와 이러한 하이브리드들과 싸우게 된다. 필드는 모두 인스턴스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특정 퀘스트의 경우에는 스토리가 진행되며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싱글플레이 FPS를 하는 듯한 느낌에 가깝다. 그렇지만 원한다면 다른 플레이어들과 스쿼드를 이루고 협동하며 퀘스트를 함께 진행해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NPC들의 A.I.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아군 캐릭터의 호위 시에 ㄷ 모양의 코너를 돌아가면 벽을 사이에 두고 아군 NPC가 걸려서 따라오지 못 하는 경우가 빈번한가 하면, 보스급 몬스터인 오델로의 경우는 제자리에서 이동조차 하지 않고 모든 공격을 받아내기 때문에 난이도가 크게 감소한다. 초반에 자주 등장하는 적인 벵쿠오의 행동 양식도 매우 단순하기 그지 없다. 이러한 부분은 정식 서비스 전에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헉슬리>의 주안점은 PvP에 맞춰져 있지만 PvE가 그저 플레이어들이 레벨을 올리고 돈을 벌기 위한 ‘노가다’를 하기 위한 컨텐츠인 것은 아니다. PvE만으로도 풍부한 퀘스트와 필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말 안 해도 알죠? 온라인 FPS 게임이 지니는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사람들간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배틀필드>와 같은 게임은 플레이어간의 협력이야말로 게임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열쇠이지만 서버에서 방금 만난 사람들과 마음이 잘 맞는 협력을 하기란 다소 힘든 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헉슬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쿼드(분대) 시스템을 선보인다. <배틀필드>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실질적으로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끼치진 못 하였었다. 그러나 <헉슬리>는 교묘하게도 스쿼드 버프라는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최대 4명으로 이루어지는 스쿼드 멤버가 서로 가까운 거리에 모이게 되면 체력이 회복되거나, 라이선스로 획득한 탄약 보급을 통해 탄약을 보급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득이 따른다. 또한 레귤레이터를 이용해 서로의 실드를 보충해줄 수도 있다. 게다가 전투 중의 행동에 기반하여 주어지는 경험치인 BP에도 ‘스쿼드 보상’으로 추가점이 주어지는 만큼 유저로는 굳이 스쿼드 가입을 마다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는 비단 PvP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PvE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HLO와 같은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에는 스쿼드의 도움 없이는 힘든 싸움이 된다. 특히 PvE의 경우에는 마땅한 체력 회복의 수단이 없기 때문에 스쿼드의 도움은 더욱 절실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스쿼드가 없으면 절대 클리어 불가능’의 수준의 퀘스트는 없기에 – 적어도 3차 CBT에 본 바에 의하면 – 결코 남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나홀로 플레이어에게 압박감을 줄 일은 없다. 라이선스, 무기, 방어구, 스킬… <헉슬리>는 FPS 게임이지만 MMORPG에서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 성장 요소와 캐릭터 장비의 영향이 게임 내에 잘 녹아 들어있다. 플레이어는 매번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일정한 수치의 라이선스 포인트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를 무기 사용/운전/분대 지휘/특수 라이선스로 나눠지는 분야에 자신의 개성에 맞게 투자할 수 있다. 이것은 RPG에서 플레이어가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이다. 만약 좀 더 다양한 무기와 강력한 무기의 사용에 관심이 있다면 무기 사용에, 다양한 탈 것을 운전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운전 라이선스에 포인트를 투자하면 된다. 스쿼드 활동에서 받는 이익을 늘리거나 자신이 분대장으로 활동하고 싶다면 분대 지휘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수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전투 중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보조 아이템의 사용 권한을 얻어 전투를 좀 더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벤저가 다양한 무기 사용 권한에 포인트를 투자했다면 비록 차량을 운전할 수는 없지만 로켓런처부터 시작해서 머신건, 레귤레이터, 저격용 라이플 등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모든 종류의 전장에서 활약이 가능하다. 분대 지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면 스쿼드 멤버들로부터 지도권을 이양 받아 전투를 좀 더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헬멧, 글러브, 몸체, 벨트, 부츠의 5종류로 나뉘는 방어구는 단순한 ‘방어력’의 개념 외에도 ‘스킬 슬롯’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유저의 개성을 좀 더 끌어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각각의 방어구에 존재하는 슬롯에 스킬을 넣으면 플레이어는 게임 중 해당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어벤저의 부츠에 이단 점프 스킬을 넣으면 스페이스를 두 번 누르는 것으로 이단 점프를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부위에 들어갈 수 있는 스킬은 여러 가지가 있어 어떤 스킬을 선택하느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또한 일부 방어구는 실드량이 높은 대신 스킬 슬롯이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인포서를 선택한 플레이어가 자신은 태클 스킬의 사용에 미숙하기에 차라리 좀 더 많은 실드를 갖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다면 스킬 슬롯이 없는 방어구를 장비하게 될 것이다. <퀘이크>나 <언리얼> 같은 게임과는 달리 <헉슬리>는 전투 중에 장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고, 캐릭터가 장비하고 있는 무기가 그대로 전투 내에서 사용된다. 기존의 FPS에서는 다양한 총기를 잘 다룰 필요가 있었다면 <헉슬리>에서는 자신 있는 총기만을 지니고 다니면서 실력을 쌓는 것이 가능하다. 무기는 머신건, 옵티컬 라이플, 레귤레이터, 로켓런처, 스나이퍼 라이플, 인퀴지터 등으로 총 9가지 대분류를 지니며 그 안에서 다시 여러 제조사의 특징에 따른 세분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 중에서 어떤 무기를 구입하고, 어떤 무기를 전장에 가지고 들어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자유이다!
멋진 신세계 언리얼 엔진 3.0의 힘을 빌려 표현된 <헉슬리>의 세계는 말 그대로 ‘멋진 신세계’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 생성 화면에서 눈을 깜박이는 캐릭터의 모습은 물론, 사피엔스의 도시 노스탈로니아와 얼터너티브의 도시 에스카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끝없이 펼쳐진 빈민촌이 보이는 ‘페스카챠 타운’과 모래 먼지로 가득한 거대한 협곡 사이의 폐광을 선보이는 ‘카엘룸 폐광’도 장관이다. 특히 카엘룸 폐광의 경우는 버기카를 비롯한 다양한 탈 것을 타고서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재미가 쏠쏠한 맵이다.
이처럼 <헉슬리>의 그래픽은 훌륭한 수준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구현된 캐릭터의 얼굴과 금속의 질감이 잘 살아나는 방어구, 사실적으로 보이는 액체나 다양한 폭발효과 등은 MMOG 중에서는 마땅히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이다. 특수효과도 훌륭한 편으로 총기에서 뻗어나가는 레이저나 로켓의 폭발 효과, 질주 스킬을 사용할 때 모션블러가 적용되는 화면은 화려한 편이다.
그렇지만 <헉슬리>의 그래픽만이 지니는 독특한 ‘풍미’가 없다는 점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헉슬리>와 같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바이오쇼크>는 북미의 70년대 복고풍 디자인을 사용하여 수중에 ‘랩쳐’라는 도시를 표현하며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지만 <헉슬리>에 등장하는 도시나 전장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무난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언리얼 토너먼트 3>에 등장하는 바이오건과 동일한 물질을 내뱉는 몬스터라니. 그러나 <헉슬리>의 그래픽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방대한 게임플레이 컨텐츠에 비해 그래픽적인 면의 강렬함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였을 뿐이다. 루나라이츠로 인해 파괴된 지구의 황폐한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좋았겠지만……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헉슬리>를 본다면 우선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바로 케빈 리플(Kevin Riepl)이다. <언리얼> 시리즈를 비롯하여 <기어즈 오브 워> 등의 유명 게임에서 음악을 담당한 케빈 리플의 음악을 국산 게임인 <헉슬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잘 나타내면서도 웅장함, 그리고 비장함을 전달하는 <헉슬리>의 메인 테마곡은 훌륭하기 그지 없다. 이 외의 음악들도 오케스트라 악단의 연주를 녹음한 것이기에 게임의 거대한 규모를 잘 나타내준다. 또한 깔끔하게 녹음된 효과음은 훌륭한 음분리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장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사방에서 펼쳐지는 총기음 사이에서 들려오는 분대장의 목소리는 적절한 사운드 시스템만 갖추고 있다면 영화와 같은 박력을 전달한다. 특히 플링어의 묵직한 장전음은 <헉슬리>의 효과음 중 최고라고 할법하다. 마치며 사실 <헉슬리>를 손에 잡으며 들었던 기분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를 노리고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프로젝트이니만큼 잘 되어줬으면 하는 마음과 이제껏 발표된 정보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3차에 앞선 테스트에서 체험한 컨텐츠로 인한 걱정과 실망이 섞인 마음은 3차 CBT를 마칠 때쯤에는 어느새 넘치는 기대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록 불안정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P2P 연결 문제와 접속 불량은 있었지만 CBT로는 감수할만한 수준이었고, 그 외에 퀘스트가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들 역시 정식 서비스 전에는 충분히 수정될 수 있을법한 것들이었다. 다만 PvE에서 NPC들의 A.I.가 굉장히 단순한 편이어서 게임이 단조롭게 흘러가기 십상이었다는 점은 쉽게 수정이 되기 어려운 문제인 듯하여 일말의 걱정을 남기기도 했다.
<퀘이크>에 가까운 게임플레이가 <서든어택>이나 <스페셜 포스>처럼 밀리터리 FPS에 익숙한 국내 FPS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과거 ‘다음게임’의 <바이탈사인>과 같은 게임이 하이퍼 FPS의 방향을 따르다 크게 실패한 전례가 있느니만큼 <헉슬리>에 대한 걱정은 그 정도를 더한다. 저격 라이플로 인포서의 머리를 맞춘 다음 ‘어째서 한 방에 안 죽는 거야? 이 게임 정말 이상하다!’라고 외치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지만 <헉슬리>는 본래의 목표를 잃지 않고 바르게 나아가고 있다. 비록 출시일은 크게 연기되었지만 불가능할 것만으로 보이던 컨셉이 하나씩 구현되어가는 모습은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아직까지도 완성에는 많은 시간이 남은 듯 보이지만 이번 3차 CBT는 완성까지 <헉슬리>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앞으로 개발이 잘 진척되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 GOOD 훌륭한 그래픽; 웅장한 배경음악; FPS에 훌륭하게 녹아 들어간 RPG 요소; 훌륭한 최적화; 다양한 규모의 전투; 퀘스트를 통한 손쉬운 레벨업; - BAD 높은 사양; 네트워크 문제; 빈약한 A.I.; 지루한 초반 진행;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퀘스트;
알더스 헉슬리(Aldus Huxley)의 멋진 신세계 영국 태생의 알더스 헉슬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소설인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1932년 발간된 이 소설은 우생학과 무기질적인 통제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소설 내에서 약에 취해 행복만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 또한 이러한 삶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삶을 거부하고 ‘문명’의 바깥에서 비참한 삶을 살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마지막에는…… 글쎄,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그렇지만 산업화를 이끌어낸 기계들과 공장들을 비판하는 주제를 지닌 이 소설은 사실 게임 <헉슬리>와는 내용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설정에 있어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한 듯 하다. 문학적 FPS <헉슬리>에 등장하는 적들의 이름은 독특하다. 핏줄과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팔이 4개인 괴물의 이름이 로미오이다. 손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4발 짐승의 이름은 맥베스에게 죽임을 당한 후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벵쿠오이다. 개발자들은 어째서 이러한 흉측한 괴물들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붙여준 것일까?
재미있는 것은 360 버전과 PC 버전이 같은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지만 게임 내용이 완전히 동일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360 버전은 PC 버전으로부터 50년 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싱글플레이가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PC 버전 <헉슬리>의 ‘외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플레이어는 PC 버전과 달리 사피엔스와 얼터너티브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해방 연합(HLO; Hybrid Liberation Organization)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인물을 조작하여 동료들과 게임을 풀어나가게 된다. 이들은 PC 버전의 게임 내에서는 악명 높은 악당으로 등장하는 인물로, 360 버전에서는 제 3의 시선으로 게임을 재조명해볼 수 있는 것이다. (CGM 07년 4월) 그렇다면 양 플랫폼의 게이머는 어디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싱글플레이의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특정 장면에서는 PC와 동일한 서버에 접속하여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콘솔의 패드라는 조작적 불리함을 상쇄하기 위해 360 버전의 유저는 일종의 ‘영웅’ 캐릭터로 게임에 등장하여 PC 버전의 플레이어에 비해 월등히 강력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지니게 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GameSpy 06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