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동화읽는어른 신입회원 모집을 위한 갈래별 기본교육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후속교육에 들어가게 된다. 후속교육은 모둠원들이 매주 1~2권의 책을 읽고 돌아가며 발제를 해와 읽은 책에 대해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내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는 단순한 동기로 찾아온 신입 회원들에게 우리 겨레의 정서와 시대적 배경이 담긴 책을 직접 읽고 이야기 나누게 함으로써, 우리창작동화의 흐름과 정신, 역사․문화적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의 삶을 참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데 기꺼이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좋은 취지를 갖고 시작하는 후속교육 기간 동안 신입회원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점을 보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면서도 정작 우리창작동화가 낯설다는 것과 발제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창작동화 읽기에 대한 어려움은 회원들이 성장과정에서 대부분 명작이나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외국 책을 많이 접했고, 막연하나마 그 경험의 잣대로 우리 동화를 보는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다행히 우리창작동화 읽기의 필요성을 적극 알리고, 본격적으로 우리창작동화를 읽어나가다 보면 그런 선입견을 깨트릴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시대적으로 뒤떨어지고 딱딱하고 재미도 없을 거라는 생각도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서 어려운 시대를 살아낸 우리 작가들의 삶과 정신을 공유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제에 대한 부담 역시 회원들 대부분이 주부이다 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책읽기나 글쓰기로부터 거리가 먼 생활을 해 왔기에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어떤 신입회원들은 발제를 안 하고 토론만 하면 안 되는지 묻기도 하고, 아예 후속교육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실, 신입회원들에게 이처럼 큰 부담을 주는 발제에 대해 기존회원들도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 다만, 그 동안의 동화읽는어른 활동을 통해 발제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발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일은 동화읽는어른으로 활동하는데 꼭 필요한 기본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발제의 정의
<국립국어연구원>에 따르면 발제란, ‘회의 따위에서 정해진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이 나 생각을 말함. 또는 그 의견이나 생각'이라고 한다. 발제가 토론이나 회의에 앞서서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며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발췌(拔萃)와 문제제기(問題提起)가 합쳐져서 생겨난 말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한다.
발제, 왜 해야 하나?
‘동화읽는어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동화를 읽는 일이다. ‘동화읽는어른’은 우리 아이들에게 삶을 가꾸는 좋은 동화를 읽힐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는 것을 일차적인 책임으로 하고 있다. 물론 동화 자체를 문학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어른도 동화를 통해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 문제는 ‘좋은 동화란 무엇일까’라는 점에서 ‘좋은’이라는 말이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사회적인 입장에 따라서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좋은’의 기준은 기존 모임의 성과를 바탕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활발한 논의를 보태어 끊임없이 바꾸어 나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읽는다’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글을 읽어 내용을 안다’라는 차원으로부터 ‘작품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밝혀낸다’는 것까지, 보는 이의 수준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한 사람의 독자로서 바라보는 시각에서 더 나아가 작품 자체의 문학성을 살피는 안목과, 사회․역사적 관점 그리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비평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찾아주는 일이, 우리 아이들이 참되고 건강한 삶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모임의 가장 큰 비중을 이루는 것이 어린이 책에 대한 공부를 하고 평가를 내리는 일이다 보니, 책을 읽고 일관되게 논리를 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편한대로 난상 토론형태로 나가다 보면 축적되는 것이 없고, 회원 개인이나 모둠 공부에도 진전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어렵고 진땀나는 일이지만 반드시 발제와 토론의 형식으로 모둠 공부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발제자와 사회자를 두고 공부를 진행하다 보면 모둠이 탄탄하게 유지된다.
발제, 어떻게 할까?
‘동화읽는어른’은 여럿이 모여 함께 동화를 읽고 공부를 한다.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늘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그래서 사회자를 두어 흐름을 잡아가며 효율적인 논의를 하려고 애쓴다. ‘흐름’, 바로 이 흐름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잡히는 것일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발제’라는 이름으로 기초적인 흐름을 미리 형성하면 논의는 더욱 풍성해진다.
우선 정해진 후속교육 일정에 따라 신입 회원들이 모두 같은 동화를 읽어오는 것을 기본 으로 하므로, 발제자는
① 특히 동화를 열심히 읽고
② 관련 자료조사까지 폭넓게 해서 다른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③ 토론하는 자리에서 미리 동화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주고
④ 먼저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
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회원들이 동화를 보다 폭넓게,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발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다.
발제자 선정
발제자는 흔히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가나다 순, 자발적...)
공부할 책이나 내용이 결정되면 발제를 나누어 맡는데, 발제가 내실 있지 않으면 좋은 토론이 되기 어렵다.
책읽기
우선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흔히 우선 책을 개인적 시각에 따라 한번 쭉 읽은 후 다시 관점을 정리해서 비판적으로 읽기를 한다. 또, 작가나 작품에 대한 비평이 자료로 미리 있기도 한데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비평은 나중에 보고, 자기 색깔을 살려서 발제 문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이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하다보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자료 수집을 하게 되는데, 발제자가 다른 회원을 대신해서 열심히 관련 자료를 모아 정리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발제 문 쓰기와 발표
글쓰기에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한테는 글을 잘 못 쓴다고 야단을 하면서 말이다. 글을 쓰는 것은 사회적 행위이므로 사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읽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고, 생각한 것(소감, 비평, 문제제기, 주변 반응…)을 차근차근 간추려 써 내려가면 된다.
발제문은 발제자에 따라 여러 형태가 가능하다. 그러나 꼭 몇 가지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① 책제목, 발제일, 발제자를 꼭 첫머리에 기록한다.
② 자료 조사한 것 중에 중요한 것이 있으면 발췌해서 싣는다(작가소개, 작품의 배경…)
③ 책을 읽고 난 소감
④ 발제자의 가장 큰 역할은 흐름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꼭 토론해 보았으면 하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 발제 문에 책 내용을 모두 요약 정리할 필요는 없다. 발제자가 논의하고자 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발제를 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그 작품집에서 작가의 일관된 맥을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관된 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동화를 보는 안목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작품은 작가의 분신이라고 전제할 때 작품은 다양한 글감에 따라 여러 형태로 작가 정신을 나타내고 있을 것이므로 그 작가의 정신을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⑤ 발제진행
: 토론에 앞서 발제자가 발제 해온 내용을 모둠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발제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발제문을 그대로 읽으며 보충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고, 발제문이 길 경우 강조하려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⑥ 질의 및 응답
: 발제자에게 작품에 관련된 회원들의 질의응답이 있을 수 있다. 발제자는 자신이 준비한 자료에 바탕을 두어 최선을 다해 답함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⑦ 토론
: 발제자가 제기한 문제와 회원들이 추가로 제기한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전개해 나간다. 발제자는 특히 자신이 고민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존 모임에서 신입 모둠을 돕기 위해 한 사람이 도우미로 참여하는 경우, 도우미는 토론의 맥이 끊겼을 때나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로 흐를 때 조절하는 역할 정도만 해야 한다.
발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원들은 아이와 나이가 맞으면 책을 읽고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발제에 반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의할 것은 발제자가 다른 사람의 이론서를 읽고 그 생각을 빌려와 쓰거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서평이나 소감을 자신의 것처럼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설프더라도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동안 자신만의 관점이 생기는 것인데 남의 글을 인용하다보면 그 사람의 생각에 일부 동의하는 것이, 마치 그 사람의 생각이 곧 나의 생각인 양 착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책을 보는 나만의 관점이나 논리는 자랄 틈이 없어져 버린다.
무엇을 살펴보고 발제할까
작품 갈래별로 발제를 해야 할 내용들이 조금 달라질 것이다. 즉, 책을 보는 주안점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들이 보게 될 창작동화는 다음과 같은 점을 중심으로 해서 살펴볼 수 있겠다.
주제의식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작품 속에 나타난 작가의 세계관이 과연 가치 있는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이 것은 동화가 아이들 의식세계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관이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즉, 발제자 자신의 세계관 역시 늘 검증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상적으로 작가의 주제의식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작가의 주제의식과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신을 발제문에 내어놓음으로써 서로 논의하는 가운데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고 모임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과연 글감은 주제를 나타내는데 적절했는지, 시점은 어떠한지, 긴장과 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갈등상황은 잘 전개되었는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표현을 살펴보아야 한다.
혹시 말장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 교훈적이지는 않은지, 표현은 적절한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없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또, 그 표현(문체)이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인지 따져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읽기에 재미있겠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좋은 방법으로는 그 책을 아이에게 직접 읽게 하고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읽기에 재미없고 어렵다면 그 책은 무용지물일 것이다. 아이와 늘 함께 한다는 것이 동화읽는어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화읽는어른은 책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가꾸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화읽는 어른이 먼저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올바른 안목을 키워야 한다. 따라서 책을 읽고 발제를 하는 일은 동화읽는어른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고, 동화읽는어른으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첫댓글 신입, 기존회원분들 발제하실때 참고하시라고 지난 자료 찾아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