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CEF(2022)가 아동 성적 학대와 성착취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지침을 발표하면서 그 개념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였다. ‘성적 학대’는 아동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보에 기반한 동의를 할 수 없거나, 발달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거나 동의할 수 없는 성적 활동에 아동이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고 ‘성착취’는 아동이 성적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무언가(이익, 이득 혹은 그 약속)를 가해자나 제3자로부터 받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 성착취와 성적 학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루밍은 성적 학대와 착취를 위한 사전 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에서도 2020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그 범위에 성착취물 제작·배포, 그루밍 등의 피해를 포함시켜 신속하게 보호·지원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법·제도가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를 손 놓고 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성인에 비해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협박과 금전적 유인에 취약한 아동·청소년이 성매매에 연루되는 경우, 여전히 이들을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남아 있다. 청주시 최 전 의원 사건 이후 전직 부장검사 출신인 전 당협위원장이 “미혼이라 불륜은 아니다” “상대 여성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도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것도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 사건에서 성매수자에게 혐의를 적용하려면 가해자가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알았다는 ‘고의성’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경찰 조사에서 최 전 의원 역시 “성매수 사실은 인정하지만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다. 성인인 줄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는데 이런 주장은 아동 성착취 사건에서 반복돼 온 대표적인 변명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주장이 반복된다는 것은 범죄를 막을 제도와 사회의 인식이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언론 매체에 보도된 하나의 지역 이슈로만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성매매 실태조사’를 보면 전국 17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한 만 12~18세 청소년 중 처음 피해를 경험한 나이는 14세(30.5%)가 가장 많았으며 만 12세(7.3%), 만 11세라는 응답도 있었다.
피해 경로는 오픈채팅·메신저·쪽지 등 SNS가 67.6%로 가장 많았고 일대일·화상·랜덤 채팅 앱이 19.9%로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점차 낮아진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 공간에서 가해자가 개인 메시지(DM)로 접근하는 탓에 단속과 적발이 쉽지 않은 점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처벌을 위한 법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유해 콘텐츠를 막는 책임을 강제하는 등 사전 방어막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줌은 물론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에 기존 법·제도 장치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피해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의 현황과 한계점을 파악하면서 법의 실효성을 높여 사각지대를 없애고 신속한 수사 진행과 사후 감시 및 검토 시스템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 지원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명확한 인식과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의 미래가 될 아이들이 온전히 보호받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인격체로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