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된 나라를 위한 나의 제안
2015.3.21.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시작 첫날부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미국과 세계를 흔들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이처럼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한국 정치는 어떻게 될까? 흔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한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달리 광범위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고,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위임한 사항 또는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에 한정해서만 대통령령을 내릴 수 있다. 대통령령은 대통령 단독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한국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보다 더 강한 입법부의 견제를 받는다.
만약 미국처럼 한국 대통령의 권한이 강력했다면, 의회의 협조가 없어도 대통령이 독단으로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작된 한국 사회의 비극은 아마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논지를 펴는 것이 아니다. 군사 정권과 쿠데타를 경험하고, 민주화 운동으로 이룩한 민주 사회에 사는 우리는 절대로 전제 군주와 같은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바라는 바대로 통합된 국가를 끌어 나갈 지도자를 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정치와 국가 운영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 보고자 한다. 성장동력도 잃고, 쉼 없는 다툼과 적대감에 묻혀 발전도 변화도 못 이루는 현재 한국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해 보고 싶을 뿐이다.
세계는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이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기존의 동맹과 세계 질서는 안중에 없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깊은 혼란에 처해 있다. 더구나, 핵무기와 군사력만을 증강하며 동족 국가를 위협하는 북한은 물론 북한을 지원하며 우리와 여러 면에서 대립하는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한국은 구한말의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총력으로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정쟁으로 대통령 대행의 대행 체제로 겨우 정부의 맥박을 유지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다.
언제나 위기는 내부 결속을 통해서 극복돼야만 한다. 우리 민족은 조선 말 시대에 시대의 흐름을 못 따르고 국력이 약하여 국권을 빼앗겼다. 일본이 미국에 패퇴한 덕분에 독립하기는 했으나 국토는 양분되고 세계에서 빈곤한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런 한국이 건국 초기의 혼란과 6·25 동란을 겪고도 선진국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에서 벗어나 잘살아 보려는 국민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국민 전체의 완전한 의견 통일을 이루어 사회를 이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빈곤을 벗어나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한 국민 대다수가 참여한 산업화를 통해 국민 다수에게 그 혜택이 주어졌기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야당은 이제까지 한 건도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도 불필요한 줄 탄핵 소추를 하고, 평생 검사였던 대통령은 의회의 협조를 구하기는커녕 야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문재인 정권의 비리를 찾는 데 몰두하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일반인도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계엄령 발동과 6 시간만의 해제라는 웃지 못할 한국의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 이는 상대방을 협의와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제거하려는 극단적 대립에서 나온다. 1%의 차이도 나지 않는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이나, 5%의 차이인데 당선된 지역구 의원 수는 80% 가까이 많은 야당이 서로 죽기 살기로 다툼만 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협력은 도대체 안 하니 차라리 이런 정치인들은 없는 게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갈수록 심해지는 대립을 위한 대립, 사당화(私黨化)된 정당을 넘어 정치인들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협력하는 상생의 정치를 펼쳐 나갈 수 있을까?
먼저, 한국의 정당의 권력 구조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고, 당수(黨首) 일인의 독재에 가깝다. 한국은 백 년 넘게 같은 당이 유지되는 다른 국가와 달리 사실상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정당이 나온다. 이유는 유력한 후보를 중심으로 정치인들이 몰리고, 당수가 공천권을 뜻대로 휘둘러 당이 아니라 당수 개인에게 충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니, 정치인은 당수의 수족처럼 부당한 지시도 결정도 따르고, 당수의 결정이, 당수의 사익이 당의 정책이요 나아갈 방향이 되고 만다. 한국의 정당이 공당(公黨)이 되지 못하고 사당이 되는 이유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첫째, 모든 정당에서 당수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지역 주민이나 지역 당원의 뜻만을 전적으로 반영하여 지역구 의원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정당의 핵심 정강에 크게 반하지 않는 한 모든 의원이 자신의 신념과 판단에 근거해 자유롭게 모든 안건에 대해 의결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소선구제로 버려지는 50% 이상의 사표(死票)를 막고 한 정당의 국회 독점 파행 운영을 막기 위해 지역구 선출 의원수를 전체 의석수의 60% 정도로 제한하고, 나머지 40%의 의석은 당선인을 내지 못한 전국의 사표를 전부 합산해, 정당별 전국 사표 비율에 따라, 각 정당 지역구의 전국 최다 득표자부터 의원이 되게 하자. 이렇게 하면, 현재 국회 의원 정수가 300명이니 지역구 선출 의원 수는 180명, 기존 선거 제도의 사표 비율에 따른 의원 수는 120명이 된다. 예를 들어 당선인을 내지 못한 전국 사표가 총 1,000만 표이고, 이 중 ㄱ 정당이 이 사표 수의 40%, ㄴ 정당이 30%를 차지한다면 ㄱ 정당은 현재 국회의원 정수 120명*40% = 48명, ㄴ 정당은 120명*30%= 36명을 지역구 다수 득표자부터 추가로 의석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표의 대표성을 높이고, 한 정당의 전횡을 막으며, 다당제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넷째, 탄핵 대상은 각 기관의 장으로 한정한다. 이래야 검사 등 일반 공직자까지 정당의 유불리에 따라 탄핵 소추가 두려워 업무를 소신대로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범법 행위나 직권 남용이 있다면 수사나 감사를 통해 징계와 처벌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의회와 정당이 행정부 핵심 인물도 아닌 공직자의 업무 수행까지 정치적으로 간섭할 이유가 없다.
다음, 대통령의 독단적 정부 운영을 막고, 의회와 협력하고, 삼부의 균형과 견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대통령은 행정부에 일방적 지시하지 말고, 반드시 국무회의의 논의와 의결을 거쳐 중요 업무를 수행하도록 법으로 정해야 한다. 국무위원은 각 분야의 전문가이자 책임자로서 이들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기관이 아니라 최상의 정책과 방안을 찾도록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은 취임 전에 당적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소속 정당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소속 정당을 통제하면서 다른 정당은 소멸시켜야 할 적으로 대하는 무리수를 둘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신, 각 당의 대표자와 정기적으로 회동해, 국정 운영에 관해 상의하고 협조를 구하도록 법으로 정하자. 셋째, 정부 운영의 연속성을 강화하고, 그 업적에 대해 국민의 평가를 받도록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도록 바꾸자. 그래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통령에게는 더 직을 수행할 시간을 주는 것이 국가 운영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국무총리가 국방부와 외교부를 제외한 다른 행정부를 직접 지휘, 감독할 법적 권한을 명문화하자. 이것이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 원수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하고,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막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수결로 당선된 대통령이라 해도, 국민 모두의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고, 국민은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통합과 공동 번영을 지향하는 지도자를 원함을 유념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정당의 민주화를 이루고, 대통령의 오판과 아집을 막아야 한다. 탄핵 찬반 시위로 날마다 국력을 헛되게 소진하지 않고 정치인이,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통합과 합의를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극단적이고 광적인 지지자들만을 믿고, 그들과만 소통하면서 어떻게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겠는가? 저출산, 고령화, 경제 동력 상실, 미·중 패권 경쟁 등의 산적한 중대 문제의 대응에 필요한 개혁을 서둘러 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 일시적 정체를 지나 장기 침체와 쇠퇴의 기로에 서 있는 국가를 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러한 제안을 한다. 출신 지역이, 세대가, 성별이, 계층이 달라도 우리는 수천 년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피를 물려받은 한 민족이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불우한 과거로 회귀하지 않으려면 하나의 국가,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