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에서 월요일은 태균이에게 일찍부터 바빴습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일찍 출근하는 아빠와 함께 샤워하기, 아빠짐 챙겨주기 등을 7시 전에 끝내고나면 그 다음에 준이와 완이 등을 데리러 엄마와 함께 일찍 나서야 했기 때문입니다.
가다가 아이스라떼도 한잔해야 되고, 밀리는 도로에서 음악들으며 그렇게 조급한 듯 느긋하게 아이들 픽업 모두 끝내고나면 태균이 월요일 할 일을 다 마친 듯 미소를 짓곤 했습니다. 일요일에는 철썩같이 한주간 입어야하는 아빠 와이셔츠 물에 담궈놓기와 빨기부터 다림질까지 반드시 준비과정을 스스로 개입해야 직성 풀려하는 것도 영흥도에 살기 전부터의 행사였는데요...
오늘 아침 일찍 샤워마치고 아빠 출근길 확인하자 늘 그래왔듯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해댑니다. 이번 주는 아이들없이 둘이만 있다고 설명하고 오후 저녁식사 약속을 설명해주니 월요일 강박에서 벗어납니다. 정말 간만에 영흥도 집에서 아침밥을 먹으니 낯설긴 하지만 태균이의 월요일 강박은 확실히 날아가는 효과^^
오늘은 이제 곧 시작될 도예와 미술수업을 위한 토련기부터 물레, 미술재료 등을 제주도로 실어보내야 해서 이 작업을 오전에 하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탁송시켜온 트럭이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도예수업을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끌었습니다. 태균이 미술 도예작업을 인텐시브하게 시키고 싶은 마음은 늘 변함없습니다. 좋은 삶의 방향이기도 해서 태균이 평생을 두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일단 제주도에서 그 본격의 서막을 준비해보고 그야말로 제주도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면 모든 설비를 제주도에 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마는 아무래도 영흥도에 설치해야 되지 않을까 아직 결정 전의 일들이 우리의 미래의 향방에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밤새 꿈 속에서 준이랑 완이랑 근이랑 이제는 데리도 있지도 않는 안이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지방에 가는 꿈에 시달렸습니다. 꿈이 너무 선명한데, 어떤 집인지 펜션인지에서 밥을 해주려는데 수돗물이 제대로 빠지지않아 집에 물이 차는 괴이한 상황 속에 물빼내려고 고분분투하던 기억. 그 집 주인은 친절하기 그지없어 주지않아도 될 것들을 자꾸 챙겨주고 집주변 아름다운 경치까지 소상히 설명해주고...
지난 제주도에서의 아이들과의 생활 속 임팩트가 내 잠재의식을 고조시킨 것 맞습니다. 자다가도 아이들 소리에 벌떡 깨기도 하고 밥해주어야 하는데 하는 의무감이 자면서도 의식을 짓누루기도 하고. 잠시의 휴식기간에도 편치가 않습니다. 이 짧은 기간 중에도 집에 돌아간 아이들은 가족들에게는 손님처럼 여겨져서 다시 데리고 갈 날들을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으니 주객이 전도된 듯한 이 기분.
아침일찍 근이의 공격성이 너무 심해져서 당황한 근이맘의 톡도 와있습니다. 더 심해졌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아니죠. 새로운 환경에 처해지만 당연히 근이에게는 극단의 불안으로 인한 공격성이 커지는 건 예전이나 똑같죠. 근데 집으로 갔는데도 그런 양상이 나오니 그만큼 제주도에서의 생활에 푹 빠져서 적응하고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근이는 6개월 정도 시간을 주면 개선되는 정도가 눈에 크게 띌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녀석입니다. 곧 집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정착하리라고 봅니다. 아직 짧은 시간 내 새로운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는 내공은 멀었다고 봐야합니다.
이런 내공은 역시 태균이가 끝내줍니다. 어떤 환경도 마다않고 기꺼이 들어가는 모험적인 성향은 역시 저의 DNA이자 삶 속 내공입니다. 하긴 태균이 출생 한 달째부터 끌고다녔으니 방랑의 유전자는 없을지라도 이쯤되면 방랑을 즐길 수 있는 기질은 습성화될 수 밖에 없겠죠.
아직은 쉴 때가 아님을 알지만 이제 좀 쉬엄쉬엄, 천천히, 가슴저림을 내려놓고, 싫컷 하고싶은 뇌공부도 더 해가면서, 시간 분산보다는 시간 집중을 목표로 이제 다가올 가을을 맞이해야 되겠습니다. 일을 좁혀가야 하는 때가 되었음을, 태균이에게 좀더 배움의 시간들로 바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영흥도 일기를 늘 읽어주시며 저의 사서하는 고생에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않는 고교은사님께서 다시 제주도로 가기 전에 밥한끼 꼭 먹여보내야 한다고 해서 오늘 저녁은 태균이와 함께 은사님을 뵈러갑니다. 사서삼경에 빚댄 인생 참된 명언들을 들을 기회이기도 하니, 저에게는 너무 고마운 시간입니다. 은사님께 밥얻어먹는 이런 제자와 제자의 느린 아들, 세상에 또 있을까요?
첫댓글 택이도 오자마자 공격성이 좀 있었는데 금방 사라졌습니다. 저 역시 환경의 변화에 따른 불안감이라고 결론을 내렸고요. 아마 근이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개학 하고 몇 일 택이 보던 담임 선생님께서 단어만 하더 아이가 문장 구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쓰기가 되니 이제 숙제도 내 주어야 하겠다고 많이 좋아하세요^^
택이의 변화속도가 무섭군요. 너무너무 반가운 소식이네요^^ 기본이 되어있는 터라 한번 물꼬를 뜨게되면 무서운 속도로 가속을 붙일 겁니다. 그런 모습 계속 기대할께요~ 제주도의 힘! 내리꽂히던 태양빛과 일렁이던 파도들, 어딜가나 맑은 자연이던 그 곳을 분명 그리워할겁니다.
@황순재 대표님 도움이 컸습니다. 돌아와서도 짧게라도 동네 뒷산 올라가고 넓은 시야 보도록 노력 중에 있습니다. 여름 땡볕에 오름을 다녔더니 동네 뒷산은 껌입니다. ^^ 그리고 , 보내주신 택이를 위한 귀한 선물도 잘 받았습니다.^^ 병원에 계시는 듯 하여 톡도 못 드렸습니다. 택이 잘 먹이겠습니다. 제주도 많이 그리워요.
제가 대표님의 혈육이라면 오직 태균씨 도예 일과 태균씨와 산책, 여행에만 집중하시라고 독하게 권할것 같습니다.
일년에 한두차례 제주도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캠프 정도 하시고요.
그 정도만 해도 사실 대단하신 거죠.
아무리 강한 멘탈을 가져도 상처 받습니다.
태균씨가 월요일 강박증에서 벗어나 넘 좋습니다.
도예 일이 태균씨 평생의 즐거움이 되고, 훌륭한 예술가의 길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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