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가 지난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돌입했다.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제도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잡음은 여전하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일부 직종의 업무 특성상 주52시간 근무제의 일괄 적용이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직종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 경우 주52시간 근무제 자체를 우회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대상 증권사는 모두 22곳이다. 이들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총 3만2930명으로 집계됐다.
이달부터 금융투자업계에도 적용된 주 52시간 근로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제로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적용 대상은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이다. 다만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1년 간의 적용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대다수의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는 이미 탄력근무제와 선택적 근무제, 시차출퇴근제, PC오프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응하고 있다.
업무부서나 직원 개인별로 출퇴근 시간을 선택해 업무 공백을 막고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연장근로나 야근이 많아질 경우 해당 부서장의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주는 등 다양한 방안이 활용되고 있다. 또 퇴근시간이 되면 사내 방송을 통해 퇴근을 독려하는 회사도 생겼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후 업무시간 내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며 "퇴근시간 전에 업무를 마치기 위해 낮시간에 업무 외 잡담을 하는 일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퇴근시간이 당겨지면서 저녁시간에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직원들이 늘었다"며 "52시간 도입으로 워라벨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52시간 근무제의 일괄적인 적용을 반기지 않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아침 일찍 나오고 밤 늦게까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PC오프제 등을 일괄 적용하면서 퇴근 후 카페나 집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계속하는 상황"이라며 "각자의 업무특성을 어느 정도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금융투자업계의 불만을 반영해 일부 직종에 대해 재량근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량근로제는 특정 업무분야에 한해 근로시간과 업무방식 등을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제도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만약 재량근로제를 허용할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를 반기지 않는 경영진에게 합법적인 우회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조가 없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에선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지만 대외적인 홍보수단일 뿐 실제 직원들은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증권사의 경우 오너가 "증권맨한테 52시간 근무제가 무슨 필요가 있냐"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해 여러 제도를 내놨다고 하지만 실제로 직원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며 일부 경영진의 이중적인 행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