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12. 레지오 훈화- 사순절
찬미예수님!
“내가 부활하지 않으면 부활이 없다”는 말씀처럼 부활의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2월 14일부터 사순시기를 보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며 우리의 죄를 회개하고 경건한 삶을 다짐하는 사순절... “옷만 찢지 말고 심장(마음)을 찢어라”(요엘2:13)는 성경말씀처럼 흩어진 마음을 모을 것을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먼저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이 시기를 맞을 때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오신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겠다는 의지들을 보여 왔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부터 중세교회에 이르기까지 이 기간에 많은 신자들이 절식이나 금식을 하면서 주님이 당하신 수난의 의미를 되새겨왔습니다. 물고기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이 일절 금지됐습니다. 8세기 이후 이러한 규정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해 14세기에 이르러서는 금식기도 대신 절식기도까지 허용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연극, 무용, 연애, 결혼, 오락행위나 화려한 의복 연회 행위들은 금지되었고, 오직 경건에 이르는 생활로써의 구제와 자선의 실천과 진지한 기도생활을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재의 수요일과 주님 성금요일에는 금육과 단식을 함께 지키고 있습니다. 금육은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단식은 만18세부터 60세까지 지킴으로 가난한 이웃에 대한 나눔을 실천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기도를 바침으로써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의 길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사순절의 의미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습니까? 화려하게 펼쳐지는 물질과 문화의 급속한 발전에 도취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가까이 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십자가 위의 예수님은 보이지 아니하고 병자를 고치시고 죽은 자를 살리신 예수님만을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못이 박히신 그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서 난 상처를 만져보기 보다는 내가 필요로 하는 각종 복을 채워주시는 그분의 손길만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특별히 우리는 이 사순절에 “나를 위한 예수님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한 나”로 변모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계절에 하느님이 채무자처럼 시달리시도록 방관할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 앞에 진 빚이 얼마인가”를 알아보도록 방향을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세계를 향해 달리는 발길을 이 사순절만이라도 멈추게 해야 합니다. 부활의 주님을 맞아 승리의 개선가를 부르기 전에 겟세마니 동산에서 몸부림치신 기도의 현장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끌려다니시면서 갖은 천대와 멸시를 다 받으신 그 모습을 보도록 해야 합니다.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고 울부짖고 계신 예수님의 말씀을 음미하며 우리의 삶을 반성하는 기간으로 삼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