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93>
급 만성 천식 - 살구 씨(杏仁)
천식(喘促/哮喘)은 기도가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좁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예방이 어렵고 완치도 어려운 만성병이다. 일반 감기나 해수로 일어나는 급성의 외감성천식(풍한 풍열 등의 자극이 기관지에 몰려 담이 기도를 막아서 발생한다)이 있지만 보통 알레르기과민반응을 포함하는 다양한 체질성천식이 많다. 또한 폐기종 폐옹 등의 원병으로 인하거나, 하초의 신기(腎氣)가 허하여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면서(上衝) 호흡곤란이 오는 심장성천식이 있는데, 성인의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 호흡곤란과 부정맥(심방세동) 숨참 해수 담 부종 가슴통증 등이 소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난다. 상비약으로 기관지확장제, 흡입스테로이드를 갖추어야 하지만 남용하면 부정맥 고혈압 등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역시 난치의 호흡기질환인 알레르기비염은 특히 환절기에 민감도가 높아진다. 피부가 얇아 예민한 사람이 찬 기운을 만나면 온몸이 오싹해지면서 가려움 눈물 콧물 재채기 안구충혈 두중(頭重) 같은 면역반응이 과해지는데, 먼지나 곰팡이 꽃가루 술 약물 등 알레르겐 자극이 조금만 보태져도 몹시 괴로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 천식은 말하자면 이러한 알레르기 상태보다 고통이 훨씬 중하다. 취적성(吹笛聲, 피리 부는 소리)이라 하고, 천명음(쌕쌕거림)으로도 표현하는 호흡곤란에 경련이 오기도 한다.
이때 폐화(肺火)를 사하여 해수와 천식을 그치게 하는 상백피(뽕나무 껍질), 폐기(肺氣)를 열어 숨참을 완화하고 거담하는 길경(도라지), 기를 내리고 담음(痰飮)을 없애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는 지각(광귤나무 혹은 탱자나무의 거의 성숙한 과실), 기침과 가래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숨소리가 거친 증상을 가라앉히는 자완(개미취 뿌리), 결핵성의 경부림프샘염이나 오래된 기침을 완해하는 패모, 열을 내리고 진액을 생성하여 마른기침과 가래를 풀어주는 맥문동,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복령을 한 첩으로 <행인 상백피 길경 지각 자완 패모 맥문동 복령 각 3, 감초 생강 각 1>을 달인다. 만일 이 약재들을 다 못 갖췄다면, 자소자(2) 차전자(2) 목향(2) 황련(2) 시호(2) 사삼(3) 연교(3) 후박(3) 가운데서 몇을 추가하면 된다.
또 천식에 해수가 끼어있을 때는 마황(1)을, 몸이 허약한 사람일 경우 인삼(2) 또는 황기(3)를, 하초의 신(腎)이 허하여 기가 머리로 자꾸 솟아오르는 경우는 음양곽(2)을 추가하면 좋은데, 또 폐 신 심경으로 들어가 수렴하고 자양하는 오미자(2)와 알레르기성의 가려움증을 잘 지우는 창이자(1)를 추가하여도 소아에서 노인까지 급 만성의 모든 천증을 가라앉힐 수 있다. 한의약은 부작용 없이 장기복용이 가능하다. 탕제나 환제를 만들어 상복함으로써 보다 근원치료에 다가설 수 있다.
「행인(杏仁)」은 장미과에 속한 낙엽소교목 살구나무 및 개살구나무의 씨를 건조한 것이다. ‘행(杏)’이란, 나무 변(邊)을 따랐으며 ‘인(仁)’은 생명을 낳고 기르는 원초적인 에너지 즉 씨알은 ‘어진 마음’과 같다는 의미다. 살구의 결실기는 4~6월로, 4~5년생 이상의 나무에서 성숙한 과실의 종인(種仁)을 거두어 약으로 쓴다. 맛은 쓰고 조금 따뜻하며 소독이 있다. 폐와 대장경으로 들어가 쓴맛으로 기를 내리고(苦降), 매운 맛으로 맺힌 기운을 흩어(辛散), 천증을 가라앉히고(平喘), 담습(痰濕, 몸이 무겁고 붓는 느낌)을 소산시킨다.
외감에 의한 해수(咳嗽), 담이 성한 것, 급성의 담다천해(談多喘咳, 담이 많고 헐떡이며 기침함), 마른기침, 강기(降氣, 기를 내림), 소종(消腫, 부기를 가라앉힘), 만성폐허천해(慢性肺虛喘咳, 만성으로 폐가 약하여 빈발하는 해수 천식), 인후종통(咽喉腫痛, 목구멍이 붓고 아픈 증)에 이어 알레르기성 염증반응도 다스린다. 행인은 그밖에 면역증강작용 및 혈당강하작용, 변비에 대한 완만한 사하작용, 항암작용(간암, 폐암, 복수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의 효가 알려져 있다. 행인의 대표적인 활성성분 중 아미그달린은 기침을 완화하고,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세포대사를 지원하여 조직 회복을 돕는다. 또한 항산화, 활성산소제거, 세포보호작용의 플라보노이드 및 폴리페놀 성분도 풍부하다.
단, 상기한 처방전의 행인 용량을 크게 높이면 중독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행인(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