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3

[그리움]

                          비긴어게인3

                                                                                                                   최 화 웅

     나는 71년부터 방송기자와 겸임교수로 살았다. 그렇게 30여 년 어슬픈 진보의 외길을 걸어왔다. 퇴직 이후에는 언론인 단체 책임자로 일하며 자원봉사로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인문학 강의로 재능기부를 했다. 2014년 6월 24일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 투석치료로 연명(延命)하며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며 틈틈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다. 시간과 기력이 허용하는 한 걷고 또 걷는다. 하루 세끼 밥 먹듯 일주일에 세 번 투석치료를 받는다. 정해진 치료시간은 매주 화, 목, 토 아침 7시부터 정오까지 투석기(dialyzer)가 달린 침대를 배정받아 치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투석실이 야전병원 같아 노이즈캔슬링해드폰으로 귀를 막고 지낸다. 생존을 위해서 콩팥(신장)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나날을 버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장기는 2급 장애인이다.

     투석치료환자에게는 시간은 금과 같다. 동정맥루 수술을 받은 팔에 두 개의 굵은 바늘을 꽂고 심장 박동에 따라 쉼 없이 분당 250~300ml의 피를 돌린다. 혈액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 15G(1.829mm)의 굵은 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프고 상처는 날이 갈수록 넓게 자리 잡아 간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콩팥 기능을 잃으면 입으로 들어오고 몸속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오줌으로 걸러낸다. 그렇지 못하면 요독증으로 2~3주 내에 생명을 잃게 된다. 콩팥의 기능은 수분과 염분을 보존하고 노폐물을 배설하여 혈액과 조직액의 부피를 조절한다. 동맥혈압에 의해 혈액이 모세혈관 덩어리 사구체를 통해 걸러낸다. 이러한 대사 과정을 통해 몸에 필요한 물질은 혈액으로 다시 흡수하고 나머지는 소변으로 내보낸다. 콩팥은 혈액 속에 비정상적인 물질과 필요 없는 물질을 배설하여 정상을 유지한다.

     콩팥은 단백질 대사산물을 배설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콩팥은 몸속에 들어온 약과 독성물질을 배설하는 한편 유용한 물질은 잡아두는 역할을 하게 된다. 책과 영화, 이야기로만 전해 듣던 존엄사 문제가 바로 내 삶의 현실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반복되는 연명의료는 무의미하다. 무작정 생명을 연장하느니 죽음을 택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1월 8일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환자는 담당 의사와 전문의로부터 완치가능성이 없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에 의해 스스로 연명의료 결정의사를 밝힌다. 의식이 없고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를 미리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환자 가족이 동의하거나 환자 가족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으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연명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해도 회복 가능성이 없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네 가지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식물인간으로 목숨을 유지하느니 자살을 사실상 합법화하여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다만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한 번은 다가오는 일이다. 죽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하는 초인적 삶이다. 죽어야 산다는 부활론과 삶과 죽음이 맞물린 윤회설이 우리를 달콤하게 유혹한다. 출세하고 먹고 사는 일이 다급한 현대인에게 죽음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판단으로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스스로 담당해야 한다.

     요즘은 TV를 켜기가 싫다. 채널마다 국회를 뛰쳐나온 정치인들이 함부로 지껄이는 막말과 반대를 위한 반대가 도를 넘어 사회와 시대정신을 피폐시키고 있다. 자연히 TV채널은 뉴스보다 교양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택한다. 나는 뉴스를 거의 jtbc에 의존하는 편이다. 때로는 tvN과 KBS, EBS과 YTN을 택할 때도 있다. 나의 TV채널 선택권은 개인적 가치기준과 관심사, 시간이 결정한다. KBS의 경우 서민들의 삶을 그리는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과 '도올 특강',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팬이고 ‘동물의 세계’를 즐겨 본다. jtbc의 경우 'jtbc 아침 뉴스앤‘과 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특히 가수들의 해외 버스킹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놓치지 않는다. 지난 24일 오전에 방송된 ‘비긴어게인3’ 베를린 3일차 이야기에서 뜻밖의 콜라보레이션 버스킹에 감동을 받았다. 폴킴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바수니스트 유성권의 연주로 한인현의 동시 ‘섬집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 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하늘은 높고 바다 물빛은 푸르다. 갈잎나무가 서서히 부활을 위한 죽음을 준비할 계절이다. 바순의 선율이 편안한 계절의 속삭임으로 다가와 옛사랑이 사무치고 그리운 추억을 차례로 떠올린다. 이윽고 듣고 있던 바순의 선율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섬집아기’로 이어진다. 이 나이에 하늘나라의 엄마가 새삼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었다. 나는 현악기 중에서 비올라와 첼로, 목관악기는 클라리넷과 바순의 중저음을 좋아한다. 그런 감상에 젖어 ‘비긴어게인’에서 이적과 태연의 감미로운 듀엣으로 ‘Like I'm Gonna Lose You'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또한 감동이었다. 2014년 존 카니 감독이 연출한 다양성 영화 '비긴어게인(Begin Again)'이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로 삶에 지친 영혼을 흔든다.

[명금당]

국장님 투석 치료를 받으시느라 얼마나 힘드십니까.
힘내십시오.
기도로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움]

감사합니다.^^*

[진사비나]

형제님께서 써신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니 걱정 입니다
많이 힘 드시겠습니다
기도중에 기도 하겠습니다
치료 잘 받으시고 힘 내십시오~^^

[그리움]

감사합니다.^^*

[율리]

한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주사에 대한 노이로제가 걸렸습니다.
아픈거 나름 잘 참는편이었는데, 이제는 주사 맞기 싫고, 병원도 참 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겠지요.
일주일에 세 번의 병원 방문을 그것도 몇 시간씩 견뎌내시니 얼마나 힘드실련지요..
뭐라고 딱히 드릴 말씀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힘 내시고 잘 이겨내시길 바래봅니다.
기억날 때마다 기도로 함께 하겠습니다...-_-

[그리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