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수요일, 맑음. 하영삼 교수의 《한자어원사전》
오전에는 집 앞 산을 한 시간쯤 걸었고, 오후에는 마을의 이비인후과와 바로 그 곁에 있는 한의원에 다녀왔다. 왼쪽 귀에 물이 계속하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물약을 처방하여 주었다.
오전에 하영삼河永三 교수(경성대)가 최근에 낸 《한자어원사전》 1권을 보낸 것을 받았다. 정가가 7만원이나 하는 두껍고도 묵직한 책인데 한자 5.200 자의 어원을 소상하게 밝힌 것이다. 신문을 통하여 이런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으나, 저자가 직접 1권을 보내어 주니 정말 고맙다. “한국 최초의 한자 어원사전”이라고 타이틀을 내 걸었고,
*한자의 원시 자형에 근거한 본래 의미 규명과 파생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술,
*형성 구조의 소리부를 의미와 과학적으로 연계시켜 한자의 특성을 극대화함,
*한자 관련 다양한 속성(자형, 훈독, 한어병음, 간화자, 이체자,부수, 획수, 한자능력 검정시험 급수 등)을 제시하여 한자 학습, 한자 교재, 한자강의, 한자 능력 검정시험 등 다목적에 사용하도록함
등등으로 이 책의 특징과 사용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책은 학술적으로도 깊이가 있음을 말할 뿐만 아니라 실용성도 뛰어남을 말하고 있다.
*최신 출토 한자 실물자형을 재현,
*중국 최고의 한자연구소인 화동사범대학의 “중국문자 연구와 응용센터”의 최신성과와 DB자료를 반영
하였다고도 하면서 이 책이 이러한 종류의 책들 중에는 세계 최첨단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하영삼 교수는 한자 연구에 있어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탁월한 학자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은 깊이 있는 학술적인 저술도 내고 있지만, 부산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일간 신문에도 “한자 교실”, “한자 뿌리 읽기” 같은 칼럼을 몇 년씩이나 집필하면서, 일반인을 위한 한자의 이해와 보급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 매우 부지런한 대중친화형의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어느 해 내가 근무하던 영남대학교의 대학원에 문자학 강의를 한 과목 맡아서 부산에서 대구로 출강을 하였는데, 얼마나 착실하게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고 성심껏 지도를 하였는지, 지금까지 그 성실한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책도, 틀림없이, 그의 그런 성실성과 위에서 말한 전문성과 실용성이 잘 어울리어 만들어 진 책으로 믿는다.
무려 6페이지에 걸쳐 쓴 자못 상세한 머리말만 한번 읽어 보아도, 온 세계 글자의 큰 갈레, 한자의 특성, 한자 문화의 특징, 우리나라 한자 어원 연구의 역사 같은 이야기가 매우 진지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되어 있다. 본문은 한자음의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중간 중간에 많이 사용되는 부수에 해당될 만한 글자에는 네모난 칸을 설치하고 설명을 하여 주목을 하게 한 뒤에 발음이 같으면서 관련된 글자들을 나열하여 두었고 본문 뒤, 검색의 편의를 위하여 부수색인, 한글독음 색인, 한자병음색인 총획색인 등 4가지 색인을 두루 갖추어 두었다.
다만 한 가지 좀 아쉬운 점은 더러 오려서 사진을 찍어 붙여둔 옛날 글자들의 모습이 좀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는 게 이따금 보이는 점이다. 앞으로 7,000자를 수록하는 수정본을 낼 것이라고 하니, 그때는 더 산뜻한 책이 되기를 대망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을 계기로 하여, 그 동안 한국에서 돌아다니던, 대개 해서楷書 체만 보고서 하던 엉터리 파자破字 풀이가 말끔히 사라지고, 한자에 대한 이해가 더욱 체계적이고 재미있게 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좋은 책을 얻고 보니, 우선 나부터도 문득 공부를 좀 다시 하여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첫댓글 좋은 책을 알려주셔 감사합니다. 책을 신뢰할 수 있는 저자 소개까지 해주셨습니다.
마음놓고 권할 수 있는 좋은 책이며, 또 훌륭한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