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오감 레시피 ⑫ 잔잔한 식탁
강화 속노랑고구마 ‘쏙쏙 갈비찜’
온몸의 감각을 열고 인천을 음미한다. 인천의 고유한 먹거리와 정성 어린 손맛으로 완성하는 오감 만족 레시피. 겨울로 가는 길목, 수더분한 땅 빛 좇아 강화로 간다. 온수리 길상마을 골목에 자리 잡은 한식당 ‘잔잔한 식탁’. 3년 차 강화 청년 이종훈 대표가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린다. 오늘 식탁에 오른 주인공은 ‘쏙쏙 갈비찜’. 강화 속노랑고구마와 함께 부드럽게 찐 돼지갈비는 양념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맛이 담담하면서도 깊다. 문득 강화 땅이 생각날 때면 함께 떠올라 그리울 맛이다.
맛으로 기억될, 느린 시간 속 마을
강화도는 그 어디에든 시간의 층이 무수히 쌓여 있다. 온수리 길상마을. 가까이에 천년 고찰 전등사傳燈寺가 있고, 1906년에 지은 한옥 성당이 있다. 이 오래된 성당에선 하루 세 번 은은하게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네엔 백 살이 훌쩍 넘은 초등학교가 있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양조장도 있다. 이 마을에선 음식에도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가 깃든다.
동네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한식당 ‘잔잔한 식탁’. 맞은편 오래된 양조장에선 전통주가 느릿느릿 향기롭게 익어간다. 주인장은 술잔에서 ‘잔’을 따고, 누구나 여행길에 들러 편안하게 식사하고 가라는 의미로 ‘잔잔한 식탁’이라 가게 이름을 지었다. 이종훈(35) 대표는 3년 전, 태어나 처음으로 강화 땅을 밟았다. 요리 경력 15년에 ‘내 가게’를 꿈꾸던 그는, 강화에 온 지 단 2개월 만에 이 자리에서 꿈을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코로나19가 모두의 일상을 뒤흔들 때였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던 건, 우리 시가 지원하는 청년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사업 ‘I^Local아이로컬’에 선정된 덕분이기도 하다. 그는 강화군의 고유한 콘텐츠를 알리는 청년 창업가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 지역과 사람들을 향한 마음도 커져만 간다.
“강화도는 산과 들, 바다와 갯벌마다 식재료가 넘쳐납니다. 풍부한 일조량과 바닷바람, 깨끗한 토양도 맛을 무르익게 하지요. 그 귀한 식재료로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떠올리는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진심 어린 따스함으로 ‘인천의 맛’을 알리겠습니다.”
정성을 담은 음식은 힘이 있다. 먹고 나면 온몸에 온기가 돌고 마음에 행복이 차오른다. 그리고, 그리움으로 남는다. 강화도의 오래된 마을 한 작은 식당에서, 맛으로 기억될 추억 한 조각을 음미한다.
◈ 잔잔한 식탁│강화군 길상면 삼랑성길 7 1층│0507-1324-5008
▲ 한식당 ‘잔잔한 식탁’이 있는 강화군 온수리 길상마을
시간의 층이 쌓이고 쌓인 온수리 길상마을,
그 동네 골목에서 만난 한식당 ‘잔잔한 식탁’.
3년 차 강화 청년 이종훈 대표가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같은
따뜻한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고 있다.
맞은편 오래된 양조장에선
전통주가 느릿느릿 향기롭게 익어간다.
강화 할머니도 인정하는 ‘집밥’
동네 어르신들도 ‘그때 그 시절에 먹던 맛’이며 맛의 깊이를 인정한다. “관광객도 많지만 동네 분들도 식당을 자주 찾으세요. 단골인 두 할머니께서 지팡이 짚고 오셔서 김치찜을 드시고 가시는데, 그분들 칭찬이 어느 요리 전문가가 인정하는 것보다 기분 좋아요.”
▲ 요리에 진심인, ‘잔잔한 식탁’ 이종훈 대표
맛도 맛이지만, 노인들만 남아 빛바랜 풍경을 지키던 마을로 찾아와 준 청년이 기특해 어른들께서 마음 써주는 것이리라. 직접 기른 배추며 무며 농작물을 먹어보라고 가져다주는 일도 많다. 강화 땅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에 마음을 다해, 그는 오늘도 음식을 만들고 밥상을 차린다.
잘 익은 김치와 돼지 앞다릿살, 강화 사자발약쑥을 함께 푹 쪄낸 ‘쏙쏙 김치찜’, 소스를 발라 숙성시킨 돼지고기에 불맛을 제대로 입힌 ‘쓱싹 제육볶음’. ‘쏙쏙 갈비찜’은 강화 속노랑고구마와 함께 부드럽게 찐 돼지갈비에 양념이 은은하게 배어들어 감칠맛이 돈다. 여기에 강화 쌀로 지은 뜨끈한 밥과 국을 곁들이니 어떤 밥상도 부럽지 않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지요.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에 갈비찜을 얹어 먹고, 남은 국물에도 쓱쓱 비벼 먹어보세요. 가슴속까지 든든하답니다.” 전통주 한잔까지 곁들이니 맛의 풍성함이 더하다. 정성스러운 한 끼 식사로 일상에 행복이 차오른다.
‘쏙쏙 갈비찜’.
강화 속노랑고구마와 함께 부드럽게 찐 돼지갈비에
양념이 은은하게 배어들어 감칠맛이 돈다.
강화 쌀로 지은 뜨끈한 밥을 곁들이면 행복한 밥상 완성.
쏙쏙 갈비찜 재료(3~4인분 기준)
돼지갈비 2kg, 양파 1/2개, 사과 1/2개, 다진 마늘 80g, 간장 200ml, 설탕 80g, 콜라 500ml, 후춧가루 약간
갈비찜 채소
강화 속노랑고구마 3개, 당근 1/3개
‘쏙쏙 갈비찜’ 레시피 특별 공개
유명 셰프가 만든 음식도,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메뉴도 아니다. 배고프면 언제든 마음마저 든든히 채워주는 맛. ‘시민 셰프’를 위한 ‘인천 오감 레시피’. 이번 요리는 강화도 온수리 길상 마을에 자리잡은 한식당 ‘잔잔한 식탁’에 오르는 ‘쏙쏙 갈비찜’이다. 부드러운 숙성 돼지갈비와 다디단 강화 속노랑고구마가 이루는 맛의 조화. 이 식당의 이종훈 대표가 강화도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로 정성을 다해 개발했다. 행복 한 스푼, 사랑 두 스푼 담은 요리로 온 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채우자.
■ ‘시민 셰프’를 위한 ‘쏙쏙 갈비찜’ 요리 Tip
명절이나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갈비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보자. 갈비찜은 소나 돼지의 갈비에 양념을 넣고 간한 뒤 국물을 붓고 쪄서 만드는 요리. ‘쏙쏙 갈비찜’은 강화도 특산물 속노랑고구마를 넣고 간장을 기본 양념으로 해 달큼한 감칠맛이 돈다. 속노랑고구마와 함께 밤, 감자를 같이 쪄 먹어도 맛있는데, 이들 재료는 고기를 먼저 찐 후에 삶아야 무르지 않고 식감이 적당해진다. 돼지갈비는 기름기와 피를 충분히 제거해야 한다. 또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를 하루 동안 숙성시킨 뒤 압력밥솥에 푹 쪄야 육질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
글 정경숙 굿모닝인천 편집위원│사진 임학현 포토 디렉터
요리 이종훈 ‘잔잔한 식탁’ 대표│스타일링 강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