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화단 꾸미기를 통해 배운 것
〇 세칸하우스를 한옥으로 신축하면서 경사진 임야를 평평하게 다듬고, 축대를 자연석으로 쌓았습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돌과 돌 사이에 꽃을 심을 수 있도록, 이른바 화단 축대 혹은 flower bed wall로 시공했습니다.
- 긴 축대를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다가 원칙을 세웠습니다. 다년생 위주로 심되,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내가 살 집이므로, 직접 심는다. 비가 내린 뒤 인근 화원에서 추천받은 꽃들로 약 4분의 3을 심었고, 나머지는 개인 주택 정원을 방문하여 조언을 들으며 채워 나가기로 했습니다.
〮 다른 사람의 정원을 방문하기 어려워서 방법을 찾다가 ‘당근마켓’에서 직접 키운 꽃과 나무를 판매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다섯 분을 만나 정원에 대해 배우고, 직접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① 야생화와 꽃차: 들꽃을 많이 심으셨고, 목이 불편하심에도 세 시간 넘게 꽃과 꽃차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꽃을 약한 불에 오래 덖어 여러 차를 만들어 지역 행사에 출품하고 계셨습니다. 특히 남편을 다정하게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분 집에 소나무가 너무 아름다워서 시공사가 마당을 정리하면 그 소나무를 옮겨 심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계속 되새기로 싶어졌습니다.
② 수국을 좋아하는 어린이 집 선생님: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시면서 수국을 여러 곳에 심고 사업을 구상하던 분도 계셨습니다. 굵은 줄기의 나무수국을 구입했는데, 심은 수국 중 한 그루가 심하게 시들자 바꿔 주시기도 했습니다. 대화 중에 “옮겨 심은 나무는 그늘막을 해주면 몸살을 빨리 끝낸다”는 지혜도 배웠습니다. 흰색 수국은 아름다웠지만, 오래 보면 약간 싫증이 나는 듯하여 그분의 수국 사업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③ 덩굴장미와 부부의 모습: 같은 동네에서 덩굴장미를 매물로 올린 분과 연락해서 그분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두 시간 동안 작업해 주셨는데, 뿌리에 흙이 거의 없어 장미가 살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일주일이 지나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서로 다투지 않고 조화롭게 일하는 모습에서 부부의 품격을 배워서, 설령 장미가 죽더라도 원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물 한 잔 권하지 않은 태도와, 상태가 나쁜 장미를 계속 내놓는 모습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④ 밭에서 꽃으로: 분당에서 퇴촌으로 들어가는 길목 산속에서 밭농사를 하다 힘들어 꽃을 심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포장까지 정성스러웠습니다. “밭일은 할 때만 바쁘지만, 꽃은 손이 훨씬 더 많이 간다”는 말씀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또 계란 포장지를 태워 모기를 쫓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실제로 해보니 효과가 탁월했습니다.
⑤ 가평의 거대한 정원과 카페: 아내의 후배가 가평에서 큰 정원과 카페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함께 찾아갔습니다. 직접 관리하기 힘들어 전문가를 고용해 관리 중이었는데, 꽃과 나무뿐만 아니라 과일과 발효식품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치 담그기, 족욕 교실, 발효 체험 등을 운영하며 취미를 기반으로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〇 여러 분을 만나면서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다정한 부부들의 모습은 특히 마음에 남았고, 여기에 사회성이 더해진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멋지게 살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인상이 선하고 말씨가 부드럽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중 많은 분이 크리스천이라는 점도 발견했습니다.
= 평생 월요일마다 학교에 있었지만 이제는 정기적으로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애 퇴촌 한옥으로 와서 시원한 공기와 빗소리를 벗 삼아 밤을 지내고, 새벽 루틴을 마쳤습니다. 오늘 아침은 토마토를 익혀 계피가루, 꿀, 올리브 오일을 넣어 으깬 것과 계란 두 개로 차려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자를 쓰고 긴바지를 입고 웃통을 벗고 한시간 동안 꽃들을 돌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겨울 전에 마당 공사를 마무리하여, 내년에는 나만의 꽃동산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첫댓글 많은이들이 꿈꾸는
은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하고 실천하시는
유박사님 ~~
꽃밭만들기로
생명을 키우는 행복과
보는이들에게도 기쁨까지 주는
아름다운 시간을
누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