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예 줄거리를 안적을거다. 내가 지금까지 썼던 글을 봤는데, 줄거리를 쓰는데 너무 공을 들여서, 그다음엔 아이디어가 바닥나고 기진맥진해져서 정작 더 중요한 내 감상과 생각은 안적었던 것 같다. 그리고 뭐 대부분은 다들 읽었던거 같으니 그냥 바로 내 감상으로 넘어가..기 전에. 그래도 무슨 책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세상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존재인 비스킷이 있다.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뉘며, 단계가 올라갈수록 보이지 않는 정도도 심해진다. 3단계 비스킷이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엔,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 다른 이들은 이걸 못 믿는 것 같지만, 나는 소리를 이용해 비스킷을 들을 수 있다. 이제부터, 비스킷을 구하는 여정을 떠나보자.
이런거 써봤는데 좀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별로 상관없다. 어차피 줄거리 설명용이었으니깐, 이제 본격적으로 내 감상을 전해보겠다.
일단 첫번째 감상은 마지막 에필로그 쯤에서 생겼다. 왜 그제서야 생겼냐 할 수도 있지만, 이건 내가 예전에 비스킷을 읽지 않고 애들한테 물어봤던 질문을 해결해줬기 때문에 첫번째로 한 것이다. 내가 예전에 아니 이런 비스킷이 있으면 정부가 나서서 구해야 할 것 아니냐 라고 말했었는데, 에필로그 전까진 정부 및 다른 사람들은 비스킷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에필로그 이후에 사건이 터지고서야 비스킷을 위한 인권 운동을 전개했다. 현실적으론 당연히 자기 반, 가족, 주변에 있던 존재감 없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정부에서 눈에 불을 키고 이상현상을 찾겠지만, 이렇게 판타지적으로 한 이유는 내 생각엔 이런거 같다. 현실의 사람들이 독거노인 등을 무시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만들어 존재감을 지우고, 가정폭력을 행사해서 자식을 짐덩어리 취급하는 것들을 소설적으로 과장해서 비스킷이 안보이는 것으로 풍자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던 내 자신이, 비스킷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애초에 얘가 판타지 소설인데
이제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을 말해보겠다. 솔직히, 난 이번에 봤던 책이 인생에서 역대급으로 재밌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개미보다도. 장편 소설이었으면 개미보다 재밌었다 ㄹㅇ. 일단 전개방식이 굉장히 세련되고 깔끔했다. 대부분의 소설은 시작을 두리뭉술하게 하고 끝을 창대하게 하는데, 이 소설은 프롤로그가 있어 대략적인 주제와 개념, 전개 라인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프롤로그가 책 전체의 감상을 해쳤나? 절대 아니다. 오히려 독자를 더 세계관에 몰입시키면서, 스포일러는 일절 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프롤로그였다. 또한 판타지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소설들처럼 너무 완벽한 사람들이 있지도 않고, 항상 긍정적이고 1차원적인 사람들이 있지도 않다. 우리 삶 가운데 흔히 보일 수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조금 친하고 긍정적인 사람들같은 등장인물들이었다. 그렇기에 작품 내 등장인물 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소설을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제일 마음에 든건 주인공이었다. 이건 그저 내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그의 말투, 행동 등 모든것이 마음에 들었었다. 고풍스럽고 다채로운 말투로 상대방을 비꼬거나 까내리는 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투(말이 그렇다는 거지. 고풍스럽게 상대 비난하는걸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오해하지마)다. 특히 현실적인 작중에 문제(층간소음이나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들에서 주인공이 현란한 말빨로 그들을 비꼬는게 너무 재밌었다.
솔직히 이번 책 비스킷, 작가와의 만남 한다고 해서 긴급하게 읽었던 책이었는데, 기대를 안해서 그런걸까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고 좋았던 책이었다. 책도 짧고 읽다 보면 시간도 술술가니 킬링타임용으로 딱일 것 같다. 이상 오늘의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