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2기 332. 세부퍼시픽 항공
한국에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케팅을 해야 한다.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시간 대가 적당해서 세브퍼시픽 항공을 선택했다.
저가 항공이다. 기내식도 없다. 다만 좌석표를 앞 쪽의 3번 자리로 지정했다.
지난 번 어머니 상을 당해서 급히 가야 했을 때도 이 비행기를 타고 갔던 적이 있다.
떠나야 하는 날인데 아침부터 죠셉의 컨디션이 안 좋다. 간밤에 몸이 쑤셔서 타이레놀을 먹었다는데 아무래도 몸살이 나는 모양이다.
혹시 길에서 차가 막힐까봐 좀 일찍 집에서 출발했더니 막히지도 않고 너무 잘 풀리는 바람에 거의 세 시간이나 일찍 왔다.
세부퍼시픽은 NAIA 3의 공항이다. 다른 공항에 비해 비교적 늦게 open을 해서 좀 환경이 나은 편이다.
일찌감치 티케팅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나왔다.
남아도는 시간을 메우느라 면세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미처 사지 못한 드라이망고랑 바나나칩 등을 선물로 구입하기도 했다.
3시 출발이니 출국장 게이트 앞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먹는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우리 밀라가 이젠 김밥을 제법 잘 만든다.
2시 반까지 보딩을 마친 걸 보니 이번엔 정시에 출발이 되나보다 싶었다. 3시가 되자 안내방송과 함께 탑승구가 닫혔다.
스튜어디스가 앞에 나와서 응급상황시 산소마스크와 구명조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연을 한다.
아, 이제 정말 출발을 하나보다. 느긋하게 앉아 있는데 그 후로 아무런 기미가 없다.
죠셉은 눈을 감고 있다. 몸살 때문에 몹시 아픈 걸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하다.
이제나 가려나 저제나 떠나려나 기다리고 있는 동안 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나 흘러겄다. 은근히 화가 난다.
지난 번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그 급한 마음으로 한 시간을 연착하는 비행기 안에서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이 비행기는 언제나 이런 걸까? 게다가 한 마디 멘트도 없다. 얼마나 늦어지는지 왜 늦어지는지 모두들 궁금할텐데 누구 하나 뭐라는 이도 없다.
곧 출발 할 것처럼 시연을 하던 스튜어디스도 모두 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도 다시 30분.
드디어 한 시간 30분을 딜레이 한 후에야 비행기는 이륙을 했다. 상습적일까?
이 시간 대에 뭔가 관제탑과의 관계에서 출발할 수 없는 요인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매번 이럴까? 이젠 이 비행기는 타지 말아야할까?
여행은 즐거워야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않은 죠셉은 한 마디도 없이 찡그린 채 눈을 감고 있다.
많이 늦어진 비행기때문에 나는 잔뜩 화가 나 있다. 인천에 도착한 시각은 밤 9시 20분.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젠 안심이다, 여긴 한국이니까. 내일이면 병원도 가고....
첫댓글 언제나 필리핀에서는
약속이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