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먼저 저희 집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오래된 동네에 뚝딱뚝딱 지어지는 빌라숲 중 하나였어요. 신축빌라를 계약하고, 그저 그런 투룸에 들어가 살 뻔했던 저에게 한 줄기 빛이었던 분은 인테리어 실장님이에요.
실장님도 저의 공간을 독립의 첫 도약으로 생각했는데요. 서로 윈윈하는 작업이 시작된 2020년 가을이, 벌써 1년도 더 훌쩍 지나서 지금은 완성된 집에 잘 살고 있어요.
공사 후에 정리한 마감재보드예요. 특이한 점이라면 이번에 처음 시도한 소재가 있는데요. 바로 주방가구 상판에 사용한 메라톤이에요. 일반적으로 주방가구 상판을 인조대리석으로 마감하는데, 경험상 생각보다 오염이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실장님께 제가 항상 강조했던 핵심은 '손쉬운 청소'였어요. 그 점에서 지금까지 메라톤은 정말 청소가 쉬워 잘 사용 중이에요. 실크 벽지도 물걸레 청소가 가능해서 가벼운 오염 정도는 물티슈로 간단히 제거 가능해요.
리모델링 Before
현관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광경이었어요. 좌측에 작은 거실, 우측에 주방, 전면에 화장실 그리고 침실과 작은방이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바라본 작은방과 붙박이 주방이에요.
작은방에는 안쪽에 보일러실이 있었어요. 추후 여기는 저만의 주방이 되었고요.
원래의 침실과, 욕실 모습이에요. 욕실이 말도 안 되게 좁아서 해바라기 샤워기와 세면대가 마주보고 있었어요. 최악의 설계였죠.
주방 Before
기존 설계로는 작은방+보일러실이었던 공간을 주방으로 바꾸었어요.
처음에는 주방 바닥을 마루 시공을 하려고 했으나, 뭔가 좀 더 획기적으로 다른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타일 시공으로 결정했어요. 벽지와 두 바닥의 재료가 만나는 부분인데, 만족스러워요. 보일러를 틀어두면 타일이라 더 뜨끈한 느낌이에요. 이대로 컬러만 다르게 보일러실까지 바닥은 타일로 시공했어요.
주방 After
주방으로 통하는 입구는 통유리의 슬라이딩 도어를 매립했어요.
슬라이딩 도어는 정말 공간 활용에 제격인 것 같아요. 현관 쪽 끝까지 레일이 뻗어있어 이동도 자유로워요. 레일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시공을 했는데, 과정은 정말 힘겨웠어요. 그래도 굉장히 잘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주방 가구가 일부 들어온 상태예요.
홈카페 덕분에 컵 모으는 취미도 생겨서 별도로 컵만 진열하는 장을 상부장 하단에 마련했어요. 손잡이를 따로 만드는 것보다 미닫이 형식으로 모루유리를 끼우는 게 깔끔한 모습으로 오픈도 수월해요. 오로지 손잡이를 달고 싶지 않아서 짜낸 아이디어인데, 모루유리가 참 잘 어울려요.
이 부분이 바로 메라톤으로 집기 상판을 제작하면서 가능해진 히든도어예요. 항상 코너 부분 사용할 때 아래에서 숙이고 뒤적이다가 머리를 찧기 마련이었는데요.
히든도어가 생기니 가끔 구석에 있는 거 꺼낼 때 너무도 유용해요. 꼭 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인데, 경첩도 이 도어에 맞는 걸 사용해서 도어가 쾅쾅 닫히지 않고 잘 잡아줘요.
분리수거함도 인출식으로 가구 속에 숨겨뒀어요. 공장장님이 베테랑이셔서 이 인출 레일을 완벽하게 설치해 주셨어요.
거실 Before
본래 거실의 모습이에요.
창가에 간접등 박스도 넣고, 폴딩 덧창을 만들어야 해서 그만큼 턱도 만들어 둔 상태였어요. 벽면에는 벽등을 설치할 전원 선이 나와있어요. 포장되어 있는 원형 테이블은 추후, 중고거래로 판매하고 새로 구입했습니다.
거실 After
멋진 덧창이 시공된 모습이에요. 시공에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반 화이트 pvc창이 너무 보기 싫었다던 실장님의 추천으로 생각해 보게 된 덧창인데요. 이건 정말 꼭 추천하는 부분이에요.
비포 사진에서 작은 신발장이 세워진 공간에 양면으로 사용 가능한 붙박이장을 설계했어요. 현관 쪽에서 보이는 면은 모두 신발장이고, 반대로 거실 쪽에서는 모두 수납장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풀장으로는 답답할 것이 분명해 제 눈높이에 맞춰서 일부 개방감을 줬어요.
이 부분만 보면 아파트 구조 같은 느낌이 물씬 나서 빌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해요
뷰로 데스크가 로망이었기 때문에 가구 제작 시 특별히 주문했어요. 열었을 때 내부와 덮개의 단차가 안 나는 게 핵심 포인트! 취미였던 홈카페를 위해 콘센트까지 매입했는데, 이렇게 바쁘게 살 줄 몰랐네요…
첫 번째 테이블은 중고 거래로 처리한 후 임시로 구한 테이블을 사용 중일 때의 거실이에요. 현재 저 나무 의자도 모두 처분하고, 아직 마음에 드는 의자를 찾지 못해 접이식 투명의자만 사용하고 있어요ㅠㅠ
전신거울로 포토존도 꾸리고, 새로운 테이블이 와서 사용 중인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형제가 자주 와서 지내기 때문에, 소파베드도 하나 배치했어요. 접었을 때 온전한 소파의 기능을 하는 제품이라 만족하며 사용 중이에요. 나중에 더 좋은 기능성 패브릭으로 신상이 출시돼서 마음이 좀 아팠지만요......
침실
저희 집에서 탁자를 제외한 모든 가구는 맞춤 제작 붙박이 가구예요. 침대 또한 수납형으로 생활방식과 신체에 맞춰 제작된 것인데요. 오는 사람마다 침대에서 굴러떨어지겠다고 한소리씩 하지만 얌전히 자는 타입이라 절대 그럴 일이 없어요. 계단은 포토존으로도 활용 가능해요.
커튼은 아직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지 못해 지금까지 이 상태예요. 채광 덕분에 자동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된답니다.
조명 중에 제일 잘 산, 만족하는 벽등이에요. 배송은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기다릴만한 제품이 왔어요. 우리 집 전체적인 가구 톤과도 딱 맞는 바디와 은은한 조명이랍니다.
욕실
드디어 야심 차게 준비한 욕실 차례! 주방도 그렇고 욕실도 그렇고 노란색이에요. 평소에 노란색을 엄청 좋아했던 건 아닌데 이번 메인 컬러를 노랑으로 잡은 이유는 은근히 풍수지리학에 관심이 있어서 그랬어요. 집안에 노란색이 많아야 부자가 된다고 하여....... 노랑은 화사하고 예쁘기도 하니 보기에도 항상 기분이 좋아요.
언커먼하우스 필터샤워기는 이사 오기 전부터 눈여겨보던 제품인데요. 기존 올리브그린 컬러로 구매하려다가 신상 컬러 출시한다고 해서 기다려봤는데, 우연찮게도 너무 예쁜 노랑 컬러로 출시돼서 일절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어요. 재질도 때가 타거나 벗겨지는 재질이 아니라서 오래도록 지금까지 잘 사용 중이에요!
깔맞춤으로 구매했는데, 현재 이상하게도 뒤꿈치가 새카맣게 되었어요.... 오히려 바닥 부분은 깨끗하네요.
현관&복도
여기가 현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습이에요. 준공되고 나서 이 부분만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네요. 아쉽지만 중간 절차 사진으로 대체해요. 우측에 올 붙박이장은 바로 기존에 부엌으로 구성되었던 부분이에요. 양옆으로 꽤 높게 가구들이 자리해 복도 느낌이 나요. 일반 빌라 구조에서 가장 탈피된 거 같은 설계예요.
베란다
보일러실에 단을 올려 워시타워를 설치하고, 이전 집에서 또 유용하게 사용했던 틈새 수납장이 사이즈가 딱 맞아서 2단으로 올려 사용 중이에요. 수납 용도로 너무 좋아요.
주방 상판에 쓰고 남은 자투리를 또 재단해 벽 선반으로 활용했어요. 오븐도 사이즈 재서 딱 맞게 설계해 주셨는데요. 원래 3단 스윙 트롤리였던 빨래함을 바구니만 분리해서 저렇게 사용 중이에요. 나머지 비품들 수납도 충분하고 어떻게든 공간을 활용하려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마치며
여기까지 중구난방 두루뭉실 싱글하우스 집들이였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