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항포

[장병덕(중리,34)]

당항포

지난 화요일이다
오래 전부터 마음이 잘 맞는 벗으로 지내며 한때는 직장 동료로 또 헌때는 놀이 문화를 즐기는 멤버로 30년 동안 정을 두터히 해온 벗으로 자내오는 지인들의 단톡방에 올라온 단문이다.

유사장님 한번 안 불러 줍니까?.
언제든 오이소. 환영합니다.
삼겹살 좀 사고 장어 사고 가리비 사서 구워 먹으면 되니 언제든 오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추진된 지인의 별장 만남 이다.
단번에 날을 잡고 계획을 공유해서 다른 의견 없이 추진된
1박이다.

참 고마운 분이다.
열번을 가도 귀찮아 하는 기색없이 반가이 맞아 주는 그 아량과 넉넉함 그 넓음에 찬사를 보낸다.

故人具鷄黍(고인구계서)
친구는 닭 잡아 기장밥 지어놓고
邀我至田家(요아지전가)
시골집으로 나를 부르기에 찾아 갔네.
綠樹村邊合(녹수촌변합)
푸르른 나무숲 마을 주위를 둘러있고
靑山郭外斜(청산곽외사)
멀리 교외로 비스듬히 청산이 보인다.
開軒面場圃(개헌면장포)
창문 열어 마당가의 채마밭을 마주하여
把酒話桑麻(파주화상마)
술잔 기울이며 뽕과 삼을 얘기하네.
待到重陽節(대도중양절)
중양절 되기를 기다려
還來就菊花(환래취국화)
다시 첮아와 국화를 보리라
- 過故人莊/孟浩然-

만추의 가을
들녘엔 땅거미가 내려 앉고
서산낙일 해 떨어져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다.

갈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한가지
해는 이미 없어지고 옷깃에 스치는 바람이 차갑다.

배가 고픔인지 어미를 기다림인지 저녁을 알리는 산새 소리는 목이 메이고 이집 저집 에서 들려 오는 개짖는 소리에 정겨 움이 묻어난다.

작은 꼴짝에 이산저산 메아지 지는 경운기 소리 그 익숙함에 가을이 저물고 어둑해진 산골 마을에는 알수 없는 그리움을 부른다.

당항포와 지근 거리에 있는 지인의 별장
주변은 높지않은 산들로 둘러 쌓여 마음에 부담이 없이 평온 함이 내려 앉는 곳이다.

산산은 얼룩얼룩 소나무와 잡목이 뒤썩여 원색의 풍경화를 그려 놓았고 서리를 이겨 내지 못하는 활엽수 들은 이미 노랗거나 붉은색의 나뭇잎이다.

지난 봄 다녀 갔던 곳이지만 을씨년 스러운 가울 풍경은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당 한켠에 감이 주럴주렁 달렸는가 하면 담장애 심어 놓은 남천은 담스러울 만큼 알알이 빨갛게 영글어 있고 장독대옆애 심어진 소국은 오상일지 고고함이 더 멋스럽다.

조금 일찍 출발해서 지인 별장에 도착 하니 이미 집주인 먼저와 장도 보고 황토 방에 장작불로 군블 집히고 이불도 말리고 청소도 하고 나름 바빴단다.

이 집 주인 워낙에 이런 이밴트에 강하신 분이라 그런지 무슨 준비고 행사든 어렵지 않게 일을 풀어 낼 뿐만 아니라 이런 일에 대해 망설이거나 자로 재지않고 겁을 내지 않은 편이다.

미리 마당에 설치 해놓은 간이 아궁이에 장작불도 붙이고 고기 구울 불판도 세척을 해서 준비를 해 놓았으니 사람들이 오면 기 준비 해둔 삼겹살 에 장어 굽고 가리비 굽고 맛나게 먹으면 되는 일이다.

원래 이 모임은 과거 엘지 시절 같은 부서에 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그림 공부를 너무 좋아 해서 52페지 서양화 공부로 시작했던 모임이다

그런 시작점의 추억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우리는 음력 시월의 긴긴 밤을 그림 공부로 지새워야 했다.

당항포에서 하룻밤
옛날 이야기에 아들 딸들 이야기가 더해지고 주고 받는 술 한잔이 정일 것이다.

有花無酒可堪嗟(유화무주가감차)
꽃 있고 술 없으면 한심스럽고
有酒無人亦奈何(유주무인역내하)
술 있고 친구 없으면 또한 딱한 일
世事悠悠不須問(세사유유불수문)
세상일 하염없으니 따질 것 무엇이랴
看花對酒一長歌(간화대주일장가)
꽃 보고 술잔 들고 한바탕 노래나 부르세
詠菊/ 朝鮮 高義厚

맑은 공기 곱개 물들어 가는 단풍 그리고 가을 바람 그 자체 만으로도 일상에서의 탈출이자 마음에 평온과 여유로움이 묻어 나는 힐링이고 쉬어감이다.

싸늘해진 밤공기 언제 서리가 내렸던지 마당앞에 뽕잎은 냉해를 입었고 줄기 식물은 이미 잎이 하이얗게 말라 한계절이 물러감을 예고한다.

깊은 밤 끝이 없이 멀어진 하늘에 초롱초롱 별이 빛나고 가슴 깊이 와 닫는 밤공기는 한기를 부른다.

나이 탓인지 한 잔 슬의 영향인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요란한 코골이는 경운기 소리와 다름 없으니 안그래도 없는 새벽잠에 정신이 맑아진다.

이른 아침 앞마당에 내려 앉은 찬서리가 겨울을 부른다.
차가운 공기 나뭇잎에 내려 앉은 서리는 나무더러 잎을 떨구라며 성화를 부린다.

그날 당항포의 가을 아침은 참으로 포근했다

[서원]

참으로 좋은 그림같은 만추에 낭만 인것같습니다
정말 좋은시간이고 잘 올리신 글에 지인분에 친절 함도 엿보입니다

[장병덕(중리,34)]

감사합니다
코로나 19의 엄중한 상황이라 어디 갈곳도 마땅찮고 오라는 곳도 없으니 지인들과 우유자적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서원]

그러시군요^^
그렇게 편하게 찾아 가시어 유우 자적 할 수있는 친구분이 계신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이고 행운이고 잘 살아 오셨고 또 잘 살고 있다는 증표 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