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방병원에서 격일제로 야간당직 근무를 서고 있기 때문에 오늘 아침도 병원의 간이 베드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병원에서 맞는 아침이면 병원 주차장의 차량을 확인하고, 환자들이 볼 수 있도록 신문을 정리했다. 지겨운 아침 일과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나의 삶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어제 야간에 할머니 한 분이 마비 증세가 되어 119 구급차에 호송되어 병원으로 왔다.
응급실 침대에 눕히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계속 거부하셨다. 그러자 옆에 계시는 아드님 되시는 분이 “어머니, 안 죽으니까 누우세요.”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나는 그 말에 꽤 충격을 받았다. 병원을 찾으신 할머니는 90이 다 되었었고,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속된 말로 살만큼 사신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죽음 앞에서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어떠할까? 과연 죽음 앞에서 그 할머니보다 덜 초라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대답은 ‘아니다’였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그리고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받아들일만한 용기가 나에게는 없었다. 비록 야간 당직 근무를 서고, 낮에는 학교를 다니고, 늘 지겨운 일상에 찌들려 있는 나이지만 살아있는 나의 모습에 감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점심 식사 후 계획대로 도서관을 찾아 ‘이순신’에 대한 문헌과 인터넷 정보 자료를 찾아보았다. 워낙 유명한지라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23전 23승이라는 세계의 유래 없는 전투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본 영화 중 대다수의 영화는 영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심지어는 관객의 감정을 더욱 이끌어내기 위해 시나리오에 없는 죽음을 그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 사는 우리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영화일 뿐, 자신의 삶을 하루하루 늘리는 데 오히려 관심이 더욱 깊다. 이는 현재 인간의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히 연장되고 있는 데서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지극히 비밀스러운 ‘죽음’이라는 경험을 우리는 영웅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저녁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나는 방과 후 집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일 그리고 그 다음날의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오늘은 리포트에 대한 부담감과 다음 주에 있을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분명 다른 날보다 힘든 하루였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오늘 하루보다 내일 그리고 그 다음 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분명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고, 그 자리에서 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될 것이다. 비록 이러한 것들이 ‘로또’ 같은 대박으로 나의 인생을 장밋빛 인생으로 바꿀만한 즐거움을 나에게 줄 수는 없겠지만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간단한 밑바탕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큰 욕심이 없는 편이다.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수입을 얻고,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교육받으며,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이러한 나에게 영원히 살게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하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 그리고 나의 지인들에게 더욱 감사하고, 그들과 함께 인생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첫댓글 [3]독특한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셨네요 영웅에 대한 내용을 첨가 하셨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질문에의 요점에 좀 더 접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일기형식으로 질문에 접근하신것이 특이합니다. 하지만 각 질문에 대해 한번더 생각을 하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 죽음에 대해서 있었던 일을 시사하면서 글의 무게가 무거워졌습니다. 허나 글의 무게가 끝까지 유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 하고 싶은 일, 해 보지 못한 일들을 다 하면 죽어도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