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오징어튀김·양념장의 조화
도톰하고 차진 반죽이 맛의 핵심
반건조 국산 오징어로 식감 살려
70년대에 고기쌈 대신하며 탄생
저렴·푸짐한 ‘솔푸드’ 자리매김
상추튀김이란 상추에 오징어튀김과 양파·고추를 썰어넣은 양념장을 올려 쌈을 싸 먹는 광주광역시 향토음식이다. 광주=김병진 기자
광주광역시에는 이름만 들어서는 생김새가 머릿속에 쉬이 떠오르지 않는 향토음식이 있다. 바로 ‘상추튀김’이다. 상추를 튀긴 음식이라고 오해하는 이도 많을 터. 막상 음식이 식탁에 오르면 ‘아,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는 거구나’라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이름도 식감도 재미있는 광주광역시만의 특별한 간식, 상추튀김을 소개한다.
구성은 간단하다. 오징어튀김 한접시, 상추 한접시, 양념장 한접시가 세트다. 양념장은 간장에 잘게 썬 양파·고추를 넣어 만든다. 오징어튀김도 흔히 분식집에서 볼 수 있는 튀김과 다를 바 없다. 특별한 점은 단 한가지, 이 셋의 조합이다. 싱싱한 상추와 기름향 물씬 풍기는 고소한 오징어튀김, 매콤한 양념장이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
상추튀김 맛을 좌우하는 건 튀김 반죽이다. 과자처럼 바삭한 튀김은 상추에 싸 먹기에 적당하지 않다. 도톰하고 차진 식감의 반죽이 오징어를 고루 둘러싸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오징어는 생물보다 반건조한 것을 추천한다. 쫄깃함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상추튀김이 탄생한 건 1970년대다. 동구 충장로2가 옛 광주우체국 뒤편 골목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기쌈을 먹기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튀김을 싸 먹었다는 설이 있다. 의외의 조합은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시간이 흘러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2019년 육전·오리탕과 함께 상추튀김을 ‘광주 7대 음식’으로 지정했다.
상추튀김 골목에서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추튀김 전문점 ‘진스통’을 찾아가봤다. 허경화 사장(51)은 40여년 전 상추튀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 골목 분식점에서 일했다는 어르신에게 비법을 전수받았다.
허 사장은 “무조건 국산 오징어를 쓰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라면서 “외국산은 싱거운 데다 쫄깃함이 덜해 맛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끔 일을 쉽게 하려고 통오징어를 튀긴 다음 가위로 조각을 잘게 자르는 집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튀김옷이 헐거워 입안에서 따로 논다”며 “오징어를 우선 한입 크기로 잘라 양념을 입히고 묽은 튀김 반죽을 일일이 입혀 튀기는 것이 정석”이라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이 되면 식당 안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상추튀김은 예나 지금이나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이들에게 없어선 안될 메뉴다. 친구들을 더 불러모아 떡볶이 한그릇까지 추가하면 금상첨화다. 허 사장은 “토박이들에겐 솔푸드나 다름없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도 한두번 맛보면 튀김 먹을 때마다 자연스레 생각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