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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갈래요."
"...응. 잘가요."
더 이상 이빈이와 있다간,
정말 나도 나를 어찌할수 없게될것같아요.
그래서 이빈이를 밀어내요.
그리곤 또 등을 보여요.
이번엔, 내 등 뒤에 이빈이가 어떤표정일까요.
지금 내가 이 말을 하면, 이빈인 어떤표정을 지어줄까요.
"...우리 다신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예요.
우리 계속 만날수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참.. 좋을텐데요.
이젠 두번다시 등을보일일도 없을거예요.
이빈이는 이제 나를 찾지않을거예요.
응, 그럴것만같아요.
옛날부터 난 감이 좋았으니까, 이번에도 분명 맞을거예요.
"..윤명아"
"..........자꾸만 니가 지쳐가는것같아서, 슬프네"
"풋.. 한윤명. 웃긴다! 이제 그만 가자."
노래방 밖으로 나오니, 윤명이가 계단에 쪼그려앉아있었어요.
윤명이의 친구들은 이미 다 떠난상태였어요.
아마, 윤명이 성격으로봐선 그 폭탄머리아이에게 경고를주라고 시킨것같아요.
물론 경고가 경고가아니겠지만요.
말릴생각은없어요.
그냥.. 지금은 조금많이 짜증나니까.
윤명이와 걸었어요.
노래방에서나와, 시내를 걷고있었어요.
"어이!!!!!! 거기 처음보는 예쁜아가씨!!!!!!!!"
등 뒤에서 이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무심결에 뒤를 돌아볼번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다행이예요.
아직은 심장보다 머리가 말을 더 잘들어서.
"어이! 아가씨!!!"
이빈이는 계속 따라왔고,
나는 윤명이의 손을이끌고 많은 인파들속으로 숨어들었어요.
"....단테야. 이빈이 상대좀해주지그래.."
"응? 난 모르는사람이랑은 안놀아."
'탁-'
누군가가 제 손목을 낚아갔어요.
익숙한 향기.
유이빈.
"하아..하아.. 거 참, 아가씨 무지튕긴다."
"...."
"모르는사람이랑 안놀면 나랑은 놀아야지.
우리 아는사이잖아요."
"난.. 모른다니까요.."
이빈이가 싱긋 웃어보이며 말해요.
"3번만나면 인연이라는데,
우리 3번만났어요."
아.....이 남자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요.
꼭 안아주고싶어요.
"...."
"우와! 나한테 뻑갔구나!
한윤명.. 너 니 친구들이랑놀아. 나 이 아가씨
빌려갈래"
"..지랄한다. 좀만놀다 돌려보내"
"그랍죠. 마마"
윤명이와 이빈이는 내가없던동안에도 변함없이 친했나봐요.
내 의사도 묻지않고 서로 빌려주니 마느니..
쳇.. 꼭 내가 물건이된것같아 기분이 썩 좋지만은않아요.
하지만.. 잡혀있는 손목덕에 나쁘지만도 않네요.
"이..이봐요.."
이빈이는 그 후로 말없이 나를 20분동안 끌고갔어요.
하다못해 답답함에 못이긴 내가 이빈이를 불렀어요.
'이봐요' 라는 아주 후진 호칭으로요.
"..이봐요..!!"
"여기 이봐요가 어딨어요."
"..그쪽말이예요"
"그쪽은 또 누구예요?"
".....후우.."
"유이빈. 내 이름이예요. 내 이름 석자 꼭 박아놔요.
머리 아니라 심장에
박아놔요."
세상에나..
하느님도 무심하시죠.
대체 왜 이빈를 이따위로 완벽하게 만드신거예요.
나 지금 가슴설레여 미칠것같은데,
그거 말도못하고 뾰루퉁한 표정으로 대답도 못해요.
머리 말고 심장에 박아놓으라는 석자 '유이빈'
이미 내 심장에 박혀 지워질수없는 석자 '유이빈'
이대로가다간 나 정말 죽어버릴것같아요.
난 홍길동이 아닌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냥,
나는 이빈이를 이빈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알려줘요"
".....네?"
"이쁜아가씨 이름. 알려주세요"
이빈이가 나를 처음본냥 통명성을하재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예요.
내가 저지른일인데,
나 이러면안되는데 자꾸만 심장소리가 커져서.
도저히 가늠도 못할정도로 빠르게뛰는 심장을 들킬까봐 처다도 못봐요.
우리 예쁜 이빈이얼굴, 나보도 훨씬 예쁜얼굴 바라보지도 못해요.
"..우와, 치사하다. 이름도 안알려주고"
"....안단테."
"응? 안테나 라구요?"
"안단테."
"안테나?"
"안단테!!!!!!!!!!!!"
난 내가 안테나라고불리는게 너무 싫어요.
그 바람에 나는 크게 소리지르고말았어요.
이녀석이 아직도 기억해요.
내가 싫어하는것, 그리고 좋아하는것.
모두 다 기억해요.
"푸하하하하하. 아가씨 깬다.
그렇게 험악한표정으로 소리도 지르네."
"...."
"난 또 눈물에젖은표정만 있는줄알았네.
만날때마다, 너무 슬픈표정이여서"
응. 그래요,
너 만날때마다 난 슬퍼져요.
그러니까 나 만나면 안되는데.
..
아니, 슬퍼도 좋아요.
그러니까 계속 만나러와주세요.
"하하하. 아가씨 우리 어디가게요?"
".....몰라요"
"짜잔..!"
이빈이는 '짜잔' 하며 손을펼쳐요.
이빈이의 크고 하얀 손 안에는 자그마한 키가 들어있어요.
"우리 드라이브하자"
"......오토바이 못타요."
"응. 알아. 이거 차킨데."
거봐요. 다 기억하잖아.
"..근데 왜 갑자기 말이 짧아졌어요.."
"무지 소심하네..!! 우리 동갑이니까 너두 말 놔요"
"..............응"
개구진표정으로 웃어보이는 이빈이를따라,
붉은색 스포츠카에 올라탔어요.
스피드 광인 이빈이의차를 겁없이올라타버렸어요.
그래도 두발달린것보단 네발이 안전하니까 괜찮겠죠.
"자아, 출발합니다아?"
".....응"
이빈이는 시내를 지나, 이상한 국도를 타고 달렸어요.
'꺄악!!!!!!!!!!!!!!!! 유..유이빈!!'
'응! 나두 사랑해!!'
'아아아악!!!!!!!!!!!!내..내려..!! 오토바이 세워!!!!!!!!!!!'
'나두 사랑한대두?! 부끄럽게시리!!'
'아아아악!!!!!!!!!!!!!!!!!!!!!!'
'유이빈도, 안단테 사랑해'
............
이빈이는 너무 많은걸 기억해요.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해요.
그래서 나는 더 슬퍼요.
이빈이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토바이를 타던 장소.
조금도 변한것이 없는,
3년전 그대로인 그곳을 많이많이 변해버린 우리가 달려요.
아니, 그대로인 이빈이와 많이많이 변해버린 안단테가 달려요.
"여기 기분 좋지?"
"........응"
"음악들을까?"
"...응"
운전을하던 이빈이가 나를 힐끔 돌아보더니,
미간에 주름을잡아요.
".........너 '응'밖에 못해?"
"..아니"
"그럼 다른말도해줘."
"........응"
싫다고 말하려고했어요.
근데 안돼요.
이빈이가 슬픈표정으로 해달라고 부탁해요.
'해'가 아니예요.
'해줘'예요.
그래서 나는 해줘요.
"유이빈"
"응"
"너 여자친구도 있잖아"
"응?"
"여자친구 있는애가 다른여자한테 이러면 안되"
기껏 해준말이라곤, 저런말 따위.
질투라는 것이 담긴 못된말.
"나..여자친구 있는데"
"알고있어"
"근데............. 그 사람이 나 모른데"
"......."
"그래서, 이래두 되."
"..니 여자친구 폭탄머리잖아"
"....최하강?"
화가나요.
난 폭탄머리라고밖에 말하지않았는데,
녀석은단숨에 알아채요.
세상에 폭탄머리가 얼마나많은데.
"최하강이 널 찾아갔었어?"
"..여자친구 관리 잘해. 손버릇이 나쁘더라"
"맞은거야?"
"..............."
'끼이익-'
타이어와 아스팔트의 기분나쁜 마찰음이 들려왔고,
이빈이는 거칠게 차를 세웠어요.
"...........뭐해"
"말해. 맞은거야?"
"......때렸는데"
"최하강이 널 때렸다구?"
".....아니, 내가 팼는데"
무서워서 돌아보지 못하겠어요.
바로 옆에있는 이빈이를 돌아보지못해요.
이빈이가 어떤표정으로 내게 화를낼까,
그게 너무 두려워요.
".....휴.."
뜻밖에도 이빈이는 한숨대신 다행이라는 의미를 내뱉어요.
"잘했어"
"..뭐?"
"잘했다구. 이쁜아가씨가 힘은 쎈가봐"
".......니 여자친구 내가 팼다구"
"알어. 걔 내 여자친구 아니야"
거짓말쟁이.
".....그애 명찰에 니 이름이 세겨져있었어"
".....도둑년. 없어져서 아침마다 이름적혔는데.."
이빈이는 또 다시 장난스러운표정을짓곤,
부드럽게 운전을 시작했어요.
"....니 여자친군 어떤사람이야?"
"................예뻐. 아주."
그럼 내가 아닌데,
난 예쁘지않은데.
윤명이가 말한 그 아이인가봐요.
"착하구. 귀여워"
"........."
"또, 공부도 못하구, 바보같은면두 많아. 그래서 내가 챙겨줘야돼."
"........."
"목소리가 예뻐. 내 심장이 많이 뛰어."
그만.....
그만해..........
내가 아닌 다른여자얘기..
그렇게 행복하다는듯 말하지마.
이빈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대답없는 내 앞에서 계속 이야기해요.
이빈이가 한글자 한글자를 말할때마다,
내 속이 문드러져가요.
"나. 내릴래"
"응?"
"내린다구"
".....여기가 어딘줄알고,
드라이브 싫으면 말하지.. 데려다줄게."
"세워"
"여기 택시두 잘 안잡혀."
"차 세우라고!!!!!!!!!!!!!!!"
찢어질듯한 내 목소리가 차안을 가득 메웠어요.
나는 말했어요.
"안세우면 뛰어내릴거야"
"뭐?"
"뛰어 내린다구"
'끼익......'
이빈이가 차를 세웠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대체 왜그래.."
".....난 여자친구 있는 남자는 질색이거든"
"..........그 여자.."
"갈게."
"내 여자친구 말이야."
"다신 보지말잔말 유효한거야.
다신 보지말자."
끝까지 자기 여자친구얘기를하는 이빈이가 미워요.
그래서 또 다시 모진말을 내뱉곤, 차에서 내렸어요.
조금 늦게내릴걸 그랬나요.
그랬다면, 이빈이의 작은 소리를 들을수 있었을까요.
"..내 여자친구.. 조금 느린 내 여자친구.............."
크로스백에서 핸드폰을 꺼냈어요.
그리곤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뚜르르..뚜르르..........'
지겨운 수화음만이 6번째 들려올때,
-"여보세요?"
".......윤명아.."
드디어 윤명이가 전화를받았어요.
아직 전화번호 안바뀐건가봐요.
다행이다.
-"응. 너 목소리가 왜그래? 무슨일 있어?"
윤명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말했어요.
그러고보니 윤명이의 주변이 시끄럽네요.
술집인가봐요.
"으응..아니, 그런건아닌데.. 너 지금 바빠?"
-"아니, 왜?"
"..아니야. 그냥 해봤어. 헤헤. 내일 학교에서 보자"
-".........단테야..?"
"......으..응?"
-"....... 너 울어?"
아, 나도모르게 흘러나오는 것을,
나보다 빠르게 윤명이가 눈치채버렸네요.
"....아니..! 내가 울긴 왜우냐!!
재밌게놀아. 나 끊는다..?"
-"단테야..? 안단ㅌ.."
윤명이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재밌게 노는 윤명이를 방해할순 없는일이니까요.
잘됐다.
기분도 꿀꿀한데, 열심히 걸어야지.
걷고 또 걷다보면 잊혀질거예요.
모든게 잊혀질만큼 걷다보면 무뎌질거예요.
아픈다리도, 머리도, 그리고..........
지금도 미칠듯 뛰고있는 이 심장도.
유이빈입니다 - 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