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소 외 3편
김의배
한평생 농사만 짓던 아버지
소 한 마리는 듬직한 손발이었다
이른 아침을 몰고 나간 아버지
달구지에 해거름을 싣고 돌아오셨다
예순다섯 아버지
모처럼 동네 회갑연에서 술 한 잔 드신 것이 화근이 되어
갑자기 자리에 누우셨다
사흘째 되는 날
서울 큰 병원에 가시겠다며
달구지 타고 큰길까지 나가
십리 길 친척 집 사랑방에 몸을 눕힌 아버지
동생이 서산으로 택시를 부르러 간 사이
객지에서 먼길을 홀로 떠나시고 말았다
택시는 타보지도 못하고
달구지 타고 집으로 돌아오신 아버지
주인의 주검을 싣고 오던 소
집 근처에 오자
음메---------
크게 울며 주인의 죽음을 알렸다
꿩알 아홉 개
김의배
양평군 부용리 선산에
밤, 대추, 매실나무가 자란다.
나무에 소독하고 비료 주러 갔다.
쑥쑥 웃자란 씀바귀를 캔다며
아내가 풀숲을 헤치고 다닐 때
까투리 한 마리 푸드득 날아갔다.
꿩알 아홉 개
난생처음 꿩알을 주웠다며
아내는 뛸 듯이 환호했다.
바가지에 옮겨 담았다.
어미의 체온이 따스했다.
사람이 점점 다가올 때
얼마나 불안했을까.
콩닥콩닥 가슴이 얼마나 뛰었을까?
제발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손 뻗으면 닿을 만큼 왔을 때
비로소 날아갔을 것이다.
알을 두고 도망친 어미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불자가 생명을 해하면 안 되지
아내보고 알을 돌려주자고 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아내가 흔쾌히 동의했다.
제 자리에
처음처럼 놓아주었다.
삼년상三年喪
김의배
고향 집 뜰의 석류나무
새콤달콤 보석 같은 알알의 열매는
꽃보다 더 예뻤다
아버지가 심은
온몸으로 사랑을 받던 그 석류나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나무도 상중(喪中)에 들어
삼 년 동안 꽃을 피우지 않았다
삼년상을 지내고 나니
그때서야 다시 꽃을 피웠다
김의배 시인
한국수필 등단(1998), 한국문인협회 대외협력위원,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한국수필가
협회 부이사장,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미리내수필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사진작
가협회 이사. 실버넷뉴스 기자(편집국장),
저서: 포토에세이: 『고향의 푸른 동산』·『독도의 해돋이』·『백두산 일출』· 『두물머리 해
돋이』. 한국수필문학상· 한글문학상 대상· 세종문학상 대상 수상.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동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석사), 서울시내 잠실고등학
교 등 공립고등학교 국어교사·교감으로 퇴직, ROTC(4기) 중위 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