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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선인(仙人)
너러 섬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다음 날을 위해서 샤르비네와 나는 숙소의 침실에서 잠을 청했다. 침대에는 꿈의 내용을 설정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꿈 내용의 설정에 따라 원하는 세상을 방문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누군가와 원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수면프로그램이었다.
꿈을 꾼다고 잠을 설치는 일은 없었고 잔잔한 자장가 음악을 들으며 완전한 이완의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깊은 잠 속에서 원하는 꿈을 꾸며 5시간의 수면시간은 달콤하기만 했다.
침대는 부드러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잠옷을 입고 잠자리에 드는 일은 없었다. 맨몸으로 옷을 벗은 채로 침대에 누우면 부드러운 침대의 물질 속으로 몸이 가라앉아 어머니의 자궁에 누운 아기처럼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너러 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저녁 선인(仙人)을 만나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빛나는 구름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는데 도착한 곳은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밝은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의 몸에서도, 식물들의 몸에서도,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몸에서 황금빛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황금으로 빛나는 커다란 궁궐이 멀리 바라다 보이는 높은 산의 누각 앞에 내가 서 있고 그곳에서 많은 신명들을 거느린 선인을 만날 수 있었다.
대단한 위엄과 권능이 그 선인의 몸에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 그 선인의 이름을 천주(天主)라고 알려 주었다.
천주 선인의 머리에는 빛나는 왕관이 씌워져 있고, 그가 입고 있는 용포에도 천지주인(天地主人)이라는 글씨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이 나라의 왕이시니 어서 예를 올려라!"
누군가 나를 향해 이렇게 지시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왕관을 쓴 선인에게 큰 절을 올리며 그 앞에 엎드렸다. 그때 굵고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왕관을 쓴 선인의 목소리였다.
“그대는 아직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본 듯도 하고, 못 본 듯도 한데 정확하게는 느껴지지 않은 신선의 모습이었다.
“죄송하지만 뉘신지...."
내가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왕관을 쓴 선인이 호탕하게 웃으며 또 이렇게 말했다.
“허허허, 섭섭하구먼. 그대가 명상을 하며 영적대화를 나누었던 천주라는 존재를 벌써 잊었다니!"
그제야 나는 확실하게 선인의 모습이 생각났다.
“지구의 미래에 나타날 큰 빛의 주인이신 천주 신선(天主神仙)이시군요?"
"그렇다네! 짐이 바로 이 신선나라의 황제인 천주 신선일세. 그대가 짐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보니 영적대화로 약속했던 일들도 다 잊었겠구먼?"
"아닙니다. 천주 신선님. 영적대화를 나눌 때 모습과 지금의 용모가 너무 달라 저는 몰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좋아. 영적대화 때 나눈 약속만 잊지 않는다면...."
"그런데 영적대화 때 만난 천주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영적대화를 나눌 때 내 모습은 50년 후에 지구에 나타날 인성(人性)의 모습이고, 지금의 모습은 천상계에서 살아가는 내 원신(元神)의 본래 모습이지."
"그러신가요? 많은 신명들을 대동하는 모습을 보니 천주님의 권위는 천상계에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늘과 땅 모든 자리의 주인들은 다 귀한 모습이지. 천주의 자리만 귀한 것이 아니라네. 나를 따르는 신명의 무리들은 천상계 나의 나라에서 나를 보좌하는 사자들이니 주인이 가는 자리마다 이들이 지켜주고 있다네.”
"천주님을 따르는 신명들은 과히 구름과 같아 그 숫자도 파악하지 못하겠군요?"
“백만 신명이 나의 신군(神)이라네."
“백만의 신군이 천주님을 호위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네. 백만의 신군은 내가 인두겁을 쓴 분신으로 땅에 나타나서 움직일 때도 항상 보이지 않게 호위하며 수호하리니 천하가 대적해도 당할 자가 없다네."
"천주께서 장차 지구의 큰 빛으로 나타나 인성의 모습으로 천지대사를 주도할 때도 신명의 무리들이 당신을 지키고 보좌한다는 말씀이군요?"
"나의 사자들은 내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나를 보좌하며 나의 일을 거들 것이니.... 더구나 내가 땅에서 맡게 될 천지대사는 막중하니 나를 보좌하는 천군(天)의 신명들은 더욱 증군(增軍)되어 천지대사를 함께 도모할 것이라네."
“천주의 위세가 대단해 보이는군요. 장차 지구의 큰 빛으로 임하는 천주의 위세가 지구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란 기대가 커져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이 천주도 우주의 아들 백마선(白馬仙)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밝히노라.”
"천주께서도 제 이름을 기억하시는군요?"
"우주의 재주꾼, 백마선의 이름을 모르면 누가 감히 천지대사를 도모하려 할꼬.... 그대는 영적대화를 통해 나누었던 이 천주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다."
“그 약속은 변치 않을 것이니 아무 염려 말아주십시오."
“앞으로 30년이 지난 후 그대와 나는 땅에서 첫 대면을 이룰 것이니 천주의 이름을 듣거든 나의 일을 부탁하노라."
“백마선은 제가 태어날 때 별명으로 지어 준 이름인데 천주께서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백마선은 땅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천상계에서 먼저 알려진 이름이라네.”
"천상계에서 어떻게 제 이름이 알려져 있을까요?"
"풍류를 즐기고, 재주가 많고, 천하를 주유하며 선녀들의 치마폭에 묻혀 살기로 유명하며 천상계의 난봉꾼이 백마선이라네."
"민망한 이름이 아닌가요?"
"하늘과 땅이 반기는 이름이니 걱정하지 말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납득할 방법이 없지만... 아무튼 지구에는 가짜 하느님, 가짜 구세주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제가 인성의 모습으로 나타난 천주님을 알아보지 못할 때는 어찌 하지요?"
"그대에겐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밝은 눈이 있으니 마땅히 큰 빛, 대광명의 천주를 알아보고 증거 하리라. 나의 위치는 장차 지구에서 고단하나 백마선의 증거가 천지대사를 도모하는 큰 밑거름이 되리란 점은 분명하네."
"아무튼 저는 천방지축의 기질로 인해 누군가의 귀속물로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때가 되어도 저를 당신의 귀속물로 묶어 두지는 마십시오. 다만 천주에 대한 예는 다할 것이며 천주의 천지대사가 지구에서 잘 펼쳐지도록 역할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허허허.... 백마선의 본기질을 내 모를 바 아니지. 천주는 그대를 귀속할 의사가 없으니 그대는 그대의 본 기질대로 살아갈 것이며 다만 나의 협조자로서 역할만 부탁하네."
“그 점은 염려 놓으십시오. 끝까지 의리를 지키겠습니다.”
"의리라 했나?"
“네. 제가 세상에 태어나 가진 것은 없지만 의리 하나는 분명하게 지킵니다. 하늘과 땅 그 누구를 향해서도 의리 하나만은 저버리지 않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의리보다 아름다운 이름은 없지. 세상의 허물을 다 덮고도 남을…. 만고청정 길이 빛나는 이름이 의리이지. 그 아름다운 이름을 나에게 약속했으니 그 보답으로 나의 나라를 구경시켜주겠네.”
이런 말을 마치고 천주 선인은 나를 잘생긴 백마 위에 태운 후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천주는 금으로 장식한 가마에 타고, 그 가마를 열두필의 잘생긴 말들이 끌고 있었다. 천주 선인과 내가 앞장서 갈 때 앞과 뒤에서는 거대한 군대처럼 보이는 신명의 군사들이 호위하며 따랐다.
천주가 살고 있는 천궁(天宮)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성문이 열리면서 처음 보는 별천지가 나타났다.
보석으로 장식한 집들과 크고 넓은 궁궐과 기화요초가 천지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궁궐로 들어간 천주는 높고 빛나는 보좌에 앉았고 신하들로 보이는 신명의 사자들이 좌우로 도열해서 보좌의 천주에게 예를 올렸다.
보좌 단상의 밑에 귀하게 보이는 의자가 놓여 있고 천주는 나를 그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의자에 앉자 천주는 신하들을 시켜 나에게 인사를 하라고 권했다.
“내가 직접 초대한 손님이니 귀하게 생각하고 예를 올리도록 하라!"천주의 지시대로 신하들이 허리를 굽혀 나에게 인사를 하자 나도 함께 맞절을 했다.
이윽고 아름다운 선녀들이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풍악이 궁궐 안에 울려 퍼지며 즉석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선녀들의 춤이 끝나고 천주는 나를 데리고 천궁의 높은 누각으로 안내했다.
천궁의 아름다운 세상이 눈 앞에 멀리까지 펼쳐지고 그 속에서 살고있는 백성들은 누구나 여유로운 표정을 하고 다니며 각각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한 천궁의 모습을 보여주며 천주는 내게 말했다.
"나의 백성들은 천상계에서 가장 행복함을 누리는 백성들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장차 지구에 큰 빛으로 내려가 후천세상의 천주로서 후천세상의 백성들에게 최고의 행복을 선물하려 하노라.”
“천궁의 왕이신 천주께서 지구에서 이루어질 후천세상의 주인이 되어 후천세상의 백성들에게 행복의 귀한 선물을 내리신다니 지구의 한 귀속자로서 감사함을 잃지 않겠습니다.”
"하늘과 땅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통치는 행복이니, 나의 백성들은 영원무궁한 행복을 누리며 우주의 주인으로 살아가게 되리라.”
“장차 지구에서 이루어질 후천세상의 영화가 한눈에 그려지는 듯 하여 행복합니다.”
"행복은 나의 백성들에게 전하는 영원한 약속이다. 행복하지 못하다면 세상의 어떤 존재들도 살아갈 가치가 없지.”
"당신의 통치철학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끝으로 한 가지 질문하겠다.”
"말씀하십시오. 천주님."
"천방지축의 백마선이란 걸 내 모를 바 아니나, 앞으로 펼쳐지는 후천세상에는 그대와 같은 책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나의 세상과 함께할 의사는 전혀 없는가?"
“그 점에 대하여는 죄송합니다. 제 본래 기질이 안정되지 못하여 천하를 주유하며 사는 것이 취미입니다. 그래서 헛되이 천주께 약속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저보다 유능한 책사들이 출현하여 후천세상의 영화를 빛내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전해줘서 고맙네. 그대는 본시 선녀들의 치마폭에나싸여 천하를 풍자하며 자유분방하게 사는 신선이니, 그 기질이야 꺾을 하늘의 장사가 없지. 다만 나의 협조자로 최선을 다 해 주길 고대 하네.”
“네, 알겠습니다. 천주님. 최선을 다해 천주님의 후천세상이 잘 펼쳐질 수 있도록 협조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마치고 돌아올 때 천주는 나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었다. 의통비서秘書)라는 책이었고 그 책 속에 생명을 살리는 진귀한 약재들과 그 약재를 처방하는 내용이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 책을 선물하며 천주가 이렇게 말했다.
“이 속에 장차 많은 생명을 살리는 명약이 적혀 있으니 그 명약으로 마지막 쓰러져 가는 창생을 살리고 나의 백성들이 불로불사의 삶을 살도록 힘써 주게.”
꿈속에서 천주와 헤어지고 나는 곧바로 잠에서 깨어났다.
꿈속에 있었던 장면이 생시와 다름없이 느껴지고 또렷한 기억 속에 꿈속의 장면들이 나타났다.
아쉬운 것은 꿈속에서 선물 받은 의통비서였다. 그 책 속에 분명히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약재의 이름들이 적혀 있다고 생각했는데 잠을 깬 후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이 슬펐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꿈속의 내용을 샤르비네에게 들려주었다.
아쉬워하는 나의 표정을 보고 샤르비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샤르앙은 아쉽고 슬퍼할 일도 많네."
"샤르비네는 제 마음을 모르니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겠지요. 이런 경우에는 일심동체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내가 진짜 속상해 하는 표정을 짓자 샤르비네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호호호. 샤르앙의 속 좁은 마음은 알아줄만 하지…. 꿈속의 내용은 얼마든지 재생시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에요.”
나는 그제야 꿈속의 내용은 수면프로그램 장치에 저장되고 저장된 내용은 재생하여 반복해서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아참!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왜 그 생각을 내가 못했지?"
"샤르앙은 못 말려...."
샤르비네는 수면프로그램의 정보내용을 재생시키면서 중요한 내용들만 발췌해서 보관했다.
다른 내용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고 의통비서의 내용을 완벽하게 재현시켜 전자책의 정보장치에 저장했다. 지구로 돌아올 때 가져온 선물 중에 가장 귀한 보물이었다.
이튿날도 동일한 수면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어젯밤 꿈을 이어나갔다. 수면자장가 음악과 함께 나는 슬며시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어젯밤 꿈속에서 나타난 천주 신선(天神仙)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꿈속에서는 꿈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고 본래부터 꿈속 장면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과(果)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천상계실낙원에 내가 서 있었고 천상계의 선녀들이 각자 바구니 하나씩을 들고 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면서 천과를 따 모아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천상선녀들이 천과나무에서 열매를 따면 그 자리에 다시 열매가 열렸다. 새로 열린 열매는 자꾸 모양도 달라지고 색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졌다.
천상계의 조화는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상선녀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천과를 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나에게 한 천상선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귀공자께서는 어인 일로 이곳에 납시어.... 누굴 기다리는 중인가요?"
"천주 신선을 만나러 왔소."
“아! 귀공자는 어디서 낯익은 모습인데…. 어제 우리 천궁을 방문했던 그 백마선인가요?"
“그래요. 제가 백마선이요."
“그렇다면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시오. 우리들은 곧 천궁으로 돌아가 천주님을 뵙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와 함께 입궁하기로 해요. 우리는 지금 천주님께 드릴 천과를 따는 중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서 천상선녀가 내게 천과 하나를 먹으라고 권했다. 크기는 계란만 하고 맛은 달고 향기는 좋았다.
“고맙소."
나는 그 천과를 입에 넣어 깨물었고, 입 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이 갑자기 밝아지고 멀리서 나는 소리들이 들리기도 했다. 보이지 않던 우주 끝의 세상도 보이고 들리지 않던 우주 끝의 소리도 들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중에 이런 소리도 들렸다.
"백마선을 맞이할 준비를 해라."
그 목소리는 천주의 목소리였다.
이윽고 천상선녀들은 천과를 광주리마다 다 따 모은 후 저마다 타고온 사슴의 등 위에 탔다. 아까 내게 말을 걸었던 천상선녀가 함께 타고 가자고 했다. 사슴은 날개가 있었고 곧바로 하늘로 날아올라 구름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천궁이 보이고 성문을 통과한 우리는 천주의 보좌 앞에 당도했다.
사슴의 등에서 내린 내가 천주에게 큰 절을 올리자 반가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서 오라. 백마선 귀공자여! 내 지금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노라.” 그리고 곁에서 대기하고 있는 무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백마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라. 풍악도 울리고 신선주도 한 잔 따라라. 백마선은 본래부터 풍류를 즐기는 신선이니 알아서 잘 대접하도록 해라."
천주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무희들은 춤을 추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흥에 겨운 표정을 짓자 한 무희가 신선주 한 잔을 따라주며 마시라고 권했다.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최고의 술맛이었다.
신선주 한 잔에 나는 취했고 무희들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며 노래도 불렀다.
그 모습을 천주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좋아
무희들의 춤과 노래가 끝나자 천주가 이렇게 말했다.
했다.
“천하의 난봉꾼 백마선아……. 내게는 아름다운 무희들이 있고, 즐거운 음악이 있으며, 맛있는 술이 있다. 원하거든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즐기려무나. 천지사를 도모하는 그날에 나를 도우면 이 모든 영화가 네 것이니 맘껏 즐기고, 맘껏 선녀들을 희롱하며, 천 년이고 억만 년이고 신선놀음을 즐기려무나. 나는 스스로 고통의 멍에를 자초하여 신천지의 주인이 되었으니 그 짐은 무겁고 마음의 상처는 아리기만 하다. 후천세상의 즐거운 날을 위해 참고 견디니 그날에 나를 찾아와 위로를 부탁하노라."
그 말을 듣고 내가 질문했다.
“천주의 원신은 천상계의 왕이지만 그 분신은 지금 땅에 내려와 고난의 길을 자초하신다는 뜻인가요?"
“그렇다. 땅의 육신을 입은 나의 분신은 지상에서 스스로 고행을 준비하며 천지사를 꿈꾼다.”
"그 일은 천주께서 원하고 자초하는 길이 아닌가요?"
“그 천지사를 나 혼자 결정하지 않았고 요운궁, 칠성궁, 도솔궁의 왕들과 함께 후천세상을 도모하여 짜 모은 계획이다."
"후천세상은 요운궁, 칠성궁, 도솔궁, 천궁에서 각자 천상계를 다스리는 사천왕(四天王)들이 도모한 천지대사(天地大事)란 말씀이군요."
"천상계의 네 왕을 사천왕으로 부르지 않고 사방천왕(四天王)이라 부른다."
"사방천왕이 천상계를 다스리나요?"
"천상계는 각 방위마다 사방천궁과 팔방천궁이 존재하고 각 방위천마다 크고 작은 궁창들이 있어서 크고 작은 모습의 천상계 세상이 펼쳐진다. 즉 동에는 요운궁이요, 서에는 도솔궁이요. 남에는 천궁이요. 북에는 칠성궁이 있다. 팔방에는 또한 작은 천궁들이 있고 사방의 천궁들을 보좌한다. 십육 방위에는 또한 더 작은 천궁들이 있고 팔방의 천궁들을 보좌한다. 삼십이 방위에는 또 더 작은 천궁들이 있고 십육방위 천궁들을 보좌한다. 천상계는 넓고 끝없는 세상이라 더 끝없는 방위들이 있고 방위마다 천궁이 있으니, 곧 물샐틈없이 짜 맞추어진 천상계의 큰 성이라."
"그중에 어떤 궁창의 왕이 가장 높고 크나요?"
4 방위의 천왕은 누가 크고 높지도 않으며 서로 협력하여 천상계의 질서를 통치한다."
“그래도 마지막 후천세상의 천지대사를 도모하며 신천지를 펼치실 천주의 책임이 가장 무겁겠군요?"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후천세상의 천지대사는 하늘과 땅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사니 그 책임을 맡은 천주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천주께서 도모하실 천지대사 중에 가장 어려운 난관이 무엇인가요?"
"그날에 미혹하는 무리들이 나타나 서로 천지주인을 자초함이니 사랑하는 백성들을 그들 손에 빼앗기는 아픔이 힘들게 할 것이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슬프군요."
“그래서 백마선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세요?"
"그날에 거짓 무리들이 나타나 서로 천지주인을 자처하나 백마선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그 눈으로 참과 거짓을 구분하여 나의 백성들이 미혹하지 않도록 도와다오.”
"그 능력이 제게 가하다면 도움을 못 드릴 일도 없지요."
“그 보답은 잊지 않을 것이니 지금의 약속을 변치마라." “명심하겠습니다."
이런 대화가 끝난 후 천주는 금으로 장식된 가마에 올라타며 나에게도 날개 달린 백마에 타라고 권했다. 천주의 금가마는 열두 필의 날개 달린 천마들이 이끌었다.
뒤로는 군대와 같은 신명의 무리들이 따랐고 천주의 금가마가 어디론가 앞장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백마를 탄 나도 그 뒤를 따랐고 도착한 곳은 지상의 십승지 땅이었다.
십승지는 아직 전쟁의 재화가 침범하지 못한 땅이었고 병겁과 기근이 다가오지 못하는 세상이었다.
그곳에 내린 천주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차 신천지의 도읍지가 건설될 땅이다. 맑은 물과 기름진 토양과 빼어난 자연풍광은 과히 천지기운이 동하고 남을 지세를 자랑한다. 이곳에 장차 무릉도원이 펼쳐지고 그림 같은 선경세상이 건설되며 세상의 왕들이 재물과 금은보화를 싣고 몰려들어 천주에게 경배할 것이다. 그 휘황찬란한 영화를 네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리니, 그날에 이르러 거짓 왕들이 소리 내어 탄식하며 거짓 증언으로 나의 백성들을 미혹한 죄를 참회하게 되리라. 그날을 위해 나는 참으며, 인고의 쓴 잔을 마시며, 가시고기의 아픔을 견디느니라. 백마선은 장차 나의 세상을 나의 백성들에게 증언하라."
그 땅은 내가 이미 주인을 알고 있는 곳이었다.
그 땅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도 장차 자기가 말세의 구세주라고 자처하며 선량한 영혼들을 모이게 하여 무언가의 일들을 열심히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바 있다.
그런데 천주가 또 찾아와 장차 신천지의 도읍이 건설되고 무릉도원의 선경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언하니 마음이 어리둥절해질 뿐이었다.
그러한 마음을 숨길 수 없어 천주에게 질문했다.
"이곳은 이미 딴 주인이 정해져 있고 선량한 영혼들을 불러 모아서 천지대사를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천주께서 장차 신천지의 도읍으로 정할 곳이라 하니 제 생각으론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지금의 주인은 임시 주인이요.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스스로 떠나리라. 주인이 아닌 자는 거룩한 성지에 머물 수 없으니 하늘의 뜻을 거역하면 자멸을 면치 못하리라."
이 말을 마치고 천주는 그림 잘 그리기로 소문난 화선(仙)을 불렀다. 천주는 화선에게 장차 그 십승지에서 이루어질 신천지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화선은 붓 끝에 물감을 바꾸어 묻혀 가며 손이 보이지 않도록 빠르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커다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은 무릉도원의 선경세상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천주는 그림을 들여다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장차 이 그림속의 세상이 종이 밖으로 나와서 살아 움직이는 날이오리라. 그날에 나의 백성들의 눈에서 슬픔의 눈물이 사라지고 나의 백성들의 입에서 한숨과 탄식이 사라지리라. 나 천주는 우주에서 가장자비로운 이름으로 소문나 있으니 그날에 나의 자비로움이 하늘과 땅에 자자하리라.”
십승지 구경을 마치고 천주는 다시 마음을 닦는 수련장으로 안내했다.
수련장에는 마음을 닦는 무리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있었고, 그들의 입에서는 뜻을 알 수 없는 주문이 들리고 천상계 왕들의 이름을 부르며 후천세상을 염원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는 수련장의 숫자는 많았고 마음을 닦는 무리들의 수를 세면 구름떼처럼 많았다.
천주는 구름떼 같은 무리들을 바라보며 쓴웃음만 지었다.
그리고 독백처럼 말을 꺼내다가 흐렸다.
"쓸모없는 무리들…. 저들을 어찌 나의 나라, 나의 백성으로 영원을
향유할 수 있으리.. 제사보다 젯밥에 눈이 먼 무리들 같으니....".
천주의 눈빛은 어쩐지 흐렸다
그러나 나는 천주의 슬픈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마지막 찾아간 수련장은 해돋는 곳 동쪽 끝 모퉁이의 섬이라 알려진 장소에 세워져 있는 초라한 건물이었다. 다른 수련장의 건물들은 높고 크며 시설이 화려한데 동쪽 끝 모퉁이의 수련장은 작고 낡아보였다.
천주는 다른 수련장에서 보이던 표정과는 달리 무언가 만족한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천주는 끝내 따르던 신명을 시켜 한 권의 책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지정한 페이지를 알려주며 소리 내어 읽으라고 지시했다.
천주의 지시대로 신명이 읽어 내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장차 세상의 끝 날에 동방 끝 모퉁이 해돋는 곳에서 이긴자가 나타나 영원히 망하지 않는 나라를 세우리니, 흰옷 입은 무리들이 그와 함께 하며 천년 동안 왕 노릇을 하리라. 이긴자가 거하는 성으로 세상의 왕들이 재물을 싣고 몰려와 경배를 하리니, 이긴자의 백성을 미혹하던 무리들은 멀리 쫓겨나서 슬피 울고 이를 갈리라. 다만 섬들은 잠잠할 지어다."
그 수련장은 섬의 이름을 가졌으나 물을 메운 땅에 세워져 있었고, 천상계 삼왕(三王)을 모시기로 예정된 땅이더라.
천주는 그 수련장을 뜨면서 이렇게 말했다.
"삼왕신(三神)을 모르는 자는 날마다 주문을 외워도 하늘이 응답하지 않으리라. 삼왕신을 처음으로 모신 이가 천지주인이니 연원이 아니면 아무도 그 이름을 얻지 못하리라. 장차 백마선은 삼왕신을 모신 이를 찾거든 천주의 이름을 의심하지 말라. 천주는 신천지의 주인이요. 무릉도원의 영원한 왕이라."
이런 말을 마치자마자 천주의 모습과 천주를 따르던 신명의 무리들은 안개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잠에서 깨어나 조금 전 꿈속의 장면들을 회상했다. 곁에서 잠들어 있던 샤르비네도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나를 포옹해 주었다.
나는 꿈속의 내용들을 샤르비네에게 설명했고 샤르비네의 좋은 생각을 자문 받지 않을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5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신선 인류들> - 박천수著
첫댓글 어렸을때. 무협지를 좋아했었 는데 그장면같아요. 꿈을 꾸는건 좋지만. 깨치는게 구원입니다~1
네 맞습니다 깨달음요..^^
엄마 자궁 같은 침대라..
엄청 포근하겠다.
역시
난봉꾼
네 정말 푹신한 침대느낌입니다..
헉..^^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지금쯤 샤르앙님은 인성으로 오신 천주님을 만나셨을까요
십여년전에 만나셨고 큰빛 천주님의 말씀을 따라서 계속 신선양성을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니디기오스 신선양성
정말 좋으네요
신선 수업이라
스스로 하는거로만 생각했는데~
지도자가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도고마성 네 신선이 되는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
@니디기오스 인연이 되면 저도 따라해보고 싶으네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세상의 유혹을 뿌리치는데는 많은 힘을 얻을테니까요
@도고마성 넵 때가 되면 만나실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