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올 초, 스토브 리그에서 이범호의 영입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KIA팬들의 기대감보단 우려감을 먼저 나타냈다. 아무래도 거의 한 시즌을 일본 2군 무대에서 보내 실전감각이 떨어졌고, 국내 무대에 있을 때도 그렇게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이범호의 기량이 WBC를 통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며 ‘이범호 거품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범호는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KIA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타율-장타율-홈런-타점에서 모두 팀내 선두를 달리고 있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7개의 결승타와 세 번째로 높은 .400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찬스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덕분에 KIA 타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푼 8리 높은 .272의 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리그 2위/지난해 같은 기간 리그 7위).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이범호는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그 3루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245.2이닝을 소화했지만, 유일하게 에러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 또한 수비범위를 나타내는 RF9에서도 리그에서 유일하게 3점대를 기록 중이다(3.04/2위 이원석 2.90). 수비 득점 기여도 역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은 3.73을 기록하고 있다(1위 최정 4.07). 이제껏 KIA 마운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범호의 활약이 한몫했다.
이처럼 연일 이범호의 맹활약이 이어지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그가 드디어 올 시즌 폭발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범호는 올해로 데뷔 11년차를 맞는 베테랑 선수이지만, 이제껏 커리어 하이라 부를만한 압도적인 시즌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2004년 .308의 타율에 23홈런을 기록한 것이 최고의 시즌으로 꼽을만한 정도이다. 때문에 올해가 이범호의 커리어 하이시즌이 될 것이란 전망이 상당히 많다. 마침 그의 나이는 타자로서 전성기에 해당하는 30살이다.
지금 그가 보여주는 활약을 보면 충분히 30홈런-100타점 시즌이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아직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구하고, 이범호가 이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는 한화 시절 기복이 심한 모습을 자주 보여줘 왔다.
2006년에는 초반 맹타를 휘두르다가 6월 들어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졌고, 2007년에는 격월로 들쭉날쭉한 타격감을 보여주었다. 2008년에는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후반기 들어 갑자기 살아났고, 가장 최근인 2009년에는 4월에만 9홈런을 쏘아 올리는 엄청난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후반기 들어 타격감이 떨어졌다.
이렇듯 이범호는 이제껏 시즌 내내 페이스를 유지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시즌 초반 잘한다 싶으면 중후반 들어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졌고, 전반기에 극도로 부진하면 후반기 들어 갑자기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선수인 점을 감안할 때, 아무래도 자신의 타격 페이스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이번에도 이범호가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제껏 초반의 좋은 모습을 이어나간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올 시즌 그의 BIPA(페어 지역에 떨어진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는 .347로 통산 수치인 .281보다 무려 6푼이나 높다. 앞으로 페이스가 떨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도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줄까? 최근까지의 모습을 보면 일단 하락세의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5월 들어 타율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범호의 진짜 고비는 6월, 즉 초여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범호는 초반 맹렬한 기세를 뿜다가 초여름만 되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09년에도 4월 한 달 동안 .300 9홈런 27타점으로 올 시즌보다 더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었지만, 초여름이 되자 2할대 중반으로 타율이 떨어졌고, 6할에 육박했던 장타율 역시 3할대로 추락했다. 2008년에도 6월 타율은 .247로 20경기 이상 월간 타율가운데 가장 좋지 않았고, 2006년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이범호가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선 6월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비가 될 6월을 별 탈 없이 순탄하게 넘긴다면 그의 페이스는 시즌 끝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비록 6월에 약하긴 하지만, 7~8월 성적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6월만 잘 넘긴다면 도리어 가을까지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건 KIA 입장에서는 이범호의 활약이 쭉 이어지길 바랄 것이다. 최희섭이 부상으로 인해 2군에 머물러 있고, 김상현이 최악의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이범호까지 침묵한다면 그야말로 지난해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마운드가 탄탄하더라도 타선이 뒷받침 해주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범호의 꾸준한 활약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첫댓글 애증의 범호....이젠 꽃이라고도 안부르지만....몬스터 시즌 하나 찍고 한화로 유턴 안되겠니.ㅠ.ㅠ 마음속에서 지운다 지운다 해도...잘하는거 보면 배아파 죽겠습니다..ㅋㅋㅋ
한화구단 잘못이 더 크다고 하지만 저도 차마 꽃이라 못하겠네요...
애증의 이범호.. 한화에 이범호만 있었어도 싶지만 정작 한화있을때 타선에서의 기대치
는 별로였었기에ㅜ
기아 가서 펄펄 날고 있으니 그러려니 해야죠. 못해서 먹튀소리 듣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잡음 투성이의 이별이었습니다만, 덕분에 영명이도 돌아왔고... 친정사랑만 좀 어떻게 안되겠소 ㅋㅋㅋ
안슨상님 공이 좀 몰렸다고 쳐 홈런치고 그라믄 안돼...
진짜 이범호 보고 최희섭반성하길....4번타자가 무슨 툭하면 삼진에 장타가 안나오는지.....
LG에 유달리 강한 이범호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