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유가 있는 아침..
커피대신 시원한 청귤차를 마신다.
이 주전에 청귤을 한 박스 구해서 담아
맛있게 익은 청귤청을
어제 주말직장반 분들에게 시원하게 해서
한 잔씩 주니 너무 좋아하였다.
미시족 한 분은 살짝 가까이 와서
선생님 저 조금 덜어가도 되나요?
신랑주고 싶어요..
냉장고에 있으니 마른 숟가락으로
덜어가세요 하니 무척 좋아한다.
퇴직하고 나니 가끔은 이전 조직생활이 생각이 난다
비가 내리면 햇볕이 찬란한 푸른 창공이 생각나고
폭염이 내릴때는 시원한 소나기가 생각이 나듯
사람의 생각이란 무념무상을 지향하여
공의 상태가 아닌 이상 늘 잡상과 단상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무지개빛을 연출한다.
주말이면 늘 그렇듯이
오전레슨 마치고 고속도로와 국도를
오가며 일을 하고 집으로 그냥 오기는 뭐해서
늘 가는 코스가 가까운 계룡산 동학사가는 길이다.
가끔은 남매탑도 가고 은선폭포도 올라갔지만
무릎과 허리와 이전에 골절했던 발등에서
이상신호가 온 뒤부터는 그냥 보이는 정경으로
시원한 물소리가 몸에 전해오는 것 같은
계곡길을 끼고 동학사 가는길 4키로만 걷는다.
샤방 샤방 길을 걷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샘! 뭐하세여?
혼자 걷고 있는데...
혼자만 잘 걸으면 뭐해여 ...난 집콕인데....
청귤청이 익었는데 좀 갖다 줄깡?
그녀는 요즘 반 백수이다.
코로나로 인해 방송국도 촬영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생방송이 줄어들고 광고수입이 줄고 그러다보니
그냥 그런 재방송을 틀던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사서 돌리던가 하기에 그녀도 일거리가 대폭 줄었다.
캐리커처를 잘 그리던 직원하나가
10여명의 직원들의 특징을 잡아
그려준 것 중에 그녀와 내가 있는
페이지를 꺼내어 물끄러미 바라본다.
참..모두들 해맑았던 때였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는데도
매일 즐겁게 웃으며 일했으니깐...
혼자만 잘 살면 뭐하냐며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외치면서 늘 이웃들을 찾아다니던 상담소장과
당신이 있어 좋은 세상이라며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던 사무국장...
어려운 문제의 사람만 오면 맡으라고 할까봐
도망가던 꽃사슴이던 신입..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 그녀는
24세였고 나는 36세였다. 띠동갑인셈이다.
신출내기 방송작가인 그녀는 피디와 함께
매일 새벽 5시에서
자정까지 보름가까이 나와 함께 다녔다.
50분 다큐를 찍으려면
그렇게 많이 찍어야 했던 것이다
매일 새벽일어나 먹을 갈고 난초를 치다가
시간이 되면 가족들 식사를 챙기고
아이들과 남편을 학교와 회사로 보내고
살림을 하고 서화실에서 일반인들을 지도하거나
오후에 학생과 저녁직장반들을 가르치는 모습들을 찍었다.
피디는 나에게 별로 슬프지 않은 일상도
많이 슬픈것처럼 하기를 요구했고
위기의 관계였던 부부의 관계도 모르는터러
금슬좋고 대화를 많이 하는 모습을 찍기를 요구했다.
피디와 나 사이의 중간에서 그녀는 많이 힘들어했지만
가능하면 피디의 지시대로 가는 것 보다
피디를 설득해서 있는 그대로의 내 생활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노력했었다.
평범한 일상을 찍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
많이 행복해하거나 많이 어렵거나 그런 롤러코스트를
설정해놓는다.
그녀와 보름을 지내다 보니 띠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친해졌다. 그리고 불혹이 되던 날..
조그만 단체를 설립했을때
그녀는 잘나가는 방송국작가를 그만두고
내 단체에 일하러 왔다.
그리고 13년을 일하고 내가 퇴직했을때
그녀는 누구도 권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함께 그만두고
다시 방송국에 복직하여 지금은 특수분야를 담당하는
베테랑 작가이며 방송대상도 수상했다
그런 그녀와 함께 알게 된지가 근 30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다
그녀와 함께 일할때는 그녀가 나의 귀가 되고 입이 되어
서로가 시너지효과를 주면서 하나로 일하는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단체를 퇴직하고
또 다른 조직에 들어갔을때
그녀가 내게 해주었던 소통의 소중함과
배려에 대한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그녀와는 한 달에도 몇 번 안 보면 안되는
사이가 되었고...가끔 특별한 용건이 없는데도
뭐하는지 서로 궁금해지는 것을 보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나 보다.
맛있게 숙성된 청귤청을 병에 옮겨 담으며
오후엔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다.
사랑은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으면 보고 나누고 싶으면 나누고
표현해야 살맛이 나니깐...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 되지는 않더라도
코로나 종식될때까지 안 걸리고
무탈하면 그것만으로도
크게 감사할 것 같아요
우리소나무님
감사드려요
평온한 저녁되세요^^
그분에게 몸에 좋은
청귤청을 드리면 기
뻐하실 것 같아요.
영원히 아름다운 우정
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흐뭇한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고맙습니다
오늘 생일이신데 축하드려요
미역국도 드시고
압구정동 케이트도..
따님과 단란한 행복한 시간되세요^^
@늘 평화 고맙습니다.
계룡산 동학사를 가 본 지가 언제적인지
남매탑 은선폭포.
은선폭포를 바라보고 서 있던 산장의 여주인도 흐르는 세월속에 추억의 사람이 되었겠지요.
청귤청.
늘 평화님표 향긋한 국화향처럼
향긋한 귤향이 느껴집니다.
동학사 가는 길은
걷기에 더 좋아졌는데
동학사는 들어가는 입구가
답답해졌답니다 ㅎ
청풍지기 그 분도 잘 계시겠지요 ㅎ
평온한 시간되세요
붓들고 있는 분이 늘평화님이시겠죠?
특별한 인연에 대한 소회와
잔잔한 삶의 여유로움이
글 읽는 내내 제 마음 안으로
차분한 느낌으로 스며드는데,
왠지 시큼달달한 맛으로 톡 쏠 것 같은
청귤청 감각이 더위를 밀어내는 오후입니다
풍경을 그려서
최근 작품 하나 했는데
닉네임 풍경을 보니 문득 그 작품이
떠오르네요^^
여유로운 하루가 거의 지나가고
있는 한가한 저녁...
평온한 시간 되시고
늘 건강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