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매리로 향하는 통통배의 똥구녕에서 허연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
푸다다닥 텅텅텅텅 ... 비막이 천막이 펄렁이고 가슴에 파도가 인다.
쭉쟁이녀석과 나는 고교 동기이자 밴드부원이다.
지난주 토요일, 음악실 주변을 탐색하던 유봉여고 여학생 둘을 꼬셨다.
방과후 합주연습이 끝나고 쭉쟁이와 둘이 남아 유행가를 불고 있었다.
렛잇비미를 나는 트럼펫으로 쭉쟁이는 입나팔로 불고 있을 때였다.
얕으막한 담넘어로 쫄쫄이 부라우스 두명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야! 쭉쟁아! 쟤들 어때?"
"누구?"
"임마 저기 담넘어.."
쭉쟁이는 가요집을 보느라 밖을 볼 수가 없었지만
나는 반복되는 콩나물 대가리를 어렴풋 외우고 있었기에
담넘어의 미군들조차도 얼굴을 훑어보며 나팔을 불고 있었다.
당연히 나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야! 쭉쟁아 니가 한번 꼬셔봐봐!"
"알았어 씨발놈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담넘어 지나가는 여학생들에게 시야까시를 걸다 무안하게도
대꾸조차 않던 일이 있었다.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명예와 자존심은 우리에게 필요치가 않았다.
우리에게 명문고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할 뿐이었다.
"여보세요~~ 저~~"
패기와 깡다구로 일관되던 쭉쟁이를 믿은게 잘못이다.
남자의 세계와 이성에 대한 말붙임이 이렇게 틀리다니..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실례지만 저희들과 잠깐 이야기좀 하실 수 있겠습니까?"
노란색 부라우스와 흰색 부라우스였다.
그중 노란색 부라우스가 뒤를 돌려다본다.
됐다.
뒤를 돌려다 본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흰 이학교 3학년입니다. 학생들은 어느학교죠?
우리 스탠드로 가서 이야기좀 할까요?"
간단한 사복차림이었지만 학생임을 한눈에 알 수가 있었다.
우리는 담을 돌아 대운동장의 스탠드에 앉히는데 성공을 했다.
머뭇거림없이 단호하게 어휘를 구사한 것이 주효했다.
쭉쟁이한테 맡겼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이 생겨났다.
와이와 떠블유는 크흡 크흡거리며 자기들의 얼굴을 마주보더니
한손으론 입을 가리고 한손으론 웬일이니를 외치듯
서로의 등을 가격한다.
분위기가 앵란과 애경이 분위기다.
일사천리라는 말이 이런때에 쓰는 말일 것이다.
"내일 뭐하세요? 나 찔찔이와 쭉쟁이는 서면이나 중도로 놀러갈
생각입니다만...와이와 따블유께서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저희와
같이 중도라도 가심이 어떠하신지요. 강요는 아니니 안심하시고
생각이 있으시면 중도로 가는 선착장에 열시까지 나오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일방적으로 몰아부치곤 다시 음악실로 돌아왔다.
담너머 미군부대 철조망 사이로 반바지 차림의 미군이 구보를 한다.
장교들은 배가 나오면 승진이 안된다고 주말이면 영내를 저렇듯
힘들게 돌며 땀을 빼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우리와 서로 팔뚝질을 해대며 욕지거리를 하곤 하지만
큰 마찰없이 고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쭉쟁아! 내일 늦지 않도록 하고 옷은 청바지에 반팔 티 잊지마라..!"
"알았어 씹쌔야!! 야! 근데 찔찔이 넌 천부적인 소질이 있드라..!?"
"임마..내일이 더 중요하다는거 알지?"
처음보고 사랑을 운운할 처지는 아니지만 와이와 떠블유는
엄지 손가락을 펼쳐보여도 아깝지가 않은 그야말로 에이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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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찔찔아 여기!!"
"몇시냐?"
"오분전 열시!!"
"근데 얘네들은 왜 안보이야?"
"오겠지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구!"
쭉쟁이는 아홉시 반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와이와 떠블유는 보질 않는다.
김이 팍 새버리고 말았다. 열시 반이 다 돼간다.
"할 수 없지 뭐.. 우리끼리 가자 쭉쟁아!.."
"확답을 들었어야했는데..."
신매리로 향하는 통통배가 푸당탕탕 요란을 떨며
몸을 비틀기 시작을 한다.
쭉쟁이와 나는 4인분의 김밥과 빽 깊숙히 숨겨온
4홉들이 소주 두병을 뜰끄르미 바라보며 그래도
혹시나싶어 선착장을 흘끔거린다.
"어!! 왔다 왔어!! 와이와 떠블유다!!"
쭉쟁이가 고함을 치니 배에 탄 선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어!! 정말 왔네!?"
"아저씨!! 선장님!! 일행이 있는데 다시 배를 대면 안되나요?"
통통배의 객실은 아수라장이 되고야 만다.
객실이랄 것도 없지만 어쨋거나 쭉쟁이와 찔찔이의 호들갑에
선장도 별 수가 없나보다.
다음 배로 들어와 만나도 되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배를 돌려 삼십미터는 떨어졌지만 다시 선수를 들이대는 선장님!!
한마디로 구세주요 짱이다.
일시에 신매리행 유명인사가 됐다.
우리는 눈요기에 충분했고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답례가 있을터, 쭉쟁이가 챙겨온 트럼펫이 울려퍼진다.
첫댓글 그시절이 그립겠어여 우린 옛날에 금잔디 불렀는데
돼지감자님! 아련한 학창시절추억!! 춘천이시군요...저두 춘천서 핵교 집은 효자1동이였구요...신매리 엄청 발전"삐까뻔쩍" 얼마전 드라이브시 감자수확 끝나가고있던데....그곳에 "강으로 향하는문" 멋진카페 가볼만...현암미술관집요...언제 만나면 술한잔 하지요....ㅎㅎㅎㅎ
오빠 오늘..커피 잘 마셧더여...담에 또 시간 나면 들릴께요^*^ 오늘은 너무 일찍 자리를 떠나서 아쉬엇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