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돌이에게는 생크 노이로제가 있다. 그리하여 생크 한 두번쯤은 충분히 용서된다. 백돌이의 사전에서 생크를 제외한다면 당구에서 바킹(Barking)을 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당구의 바킹만큼 자주 생크를 내서는 안된다. 샷의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생크를 두 번 이상 내면 기본기를 의심받는다. 그보다 더 이상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본인은 돈도 잃고 기분도 상하고 동반자들에겐 라운딩의 품격을 떨어뜨린 죄로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그린 앞 칩샷에서 한 번 정도는 크리켓에서 나올법한 땅볼성 홈런 타구를 내줘야 한다. 홀로부터 너무 짧은 거리의 칩샷은 큰 부담이다. 부드럽고 약하게 소프트 스팟을 볼에 접촉시킬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스킬이다. 아무리 약한 샷이라도 헤드의 모서리로 볼을 때리게 되면(탑핑의 성격) 한정없이 굴러가서 다시 그린을 벗어난 러프에 올라서게 된다. 백돌이에게 이러한 샷 한 두번까지는 용납될 수 있다.
10미터 이상 남은 거리에서의 퍼팅은 꽤 많이 쓰리펏을 해줘도 된다. 열에 7회 정도라고 해두자. 두세 번 정도를 투펏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행운이다. 2미터 이내는 나이스 인 성공 확률이 30% 이상 올라간다. 1미터에서 60% 성공율을 보여준다면 백돌이의 자격이 충분하다. 당신은 1미터 이내는 무조건 성공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는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퍼팅의 천재이다.
내리막 퍼팅에서 원금보다 이자가 많이 남는 경우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실수는 1회 이내로 막아내야 한다. 두번은 용서되지 않는다. 반대로 장거리 오르막 퍼팅에서는 목표거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 두번 실패할 수는 있지만 이런 좌절스러운 퍼팅을 너무 자주 하면 백돌이의 위상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파쓰리 홀 4개중 1개쯤은 티샷을 헤저드에 넣어줘야 한다. 2개까지도 큰 문제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실패한 홀에서 더블파를 기록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헤저드티에서 온그린하여 투펏 이내로 더블보기 안에서 관리해줘야 한다. 물론 파쓰리 더블파 1개 정도는 해줘도 백돌이의 위상에는 큰 문제가 없다. 어차피 1타 차이니까.
백돌이에게는 2,3,4,5 법칙이 있다. 앞에서부터 더블파(파4), 트리플보기, 더블보기 및 보기의 개수다. 컨디션 무너진 백돌이의 평균 기록들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법칙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파와 버디이다. 행운의 버디가 나오는 라운딩에서는 당연히 스코어도 100개 안쪽으로 줄어들 것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 파 개수가 늘어나면 또 몇 개는 줄어들 수 있지만 대략 이 정도가 백돌이 기록의 보수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다.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된다면 냉정하게 지난 실제 경기들을 회상해보시라. 일파만파와 멀리건을 제외하고 너무나 우호적인 컨시드 몇 개를 고려한다면 사실에 부합하는 숫자라고 할 만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