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이 말했다.
“형님은 앉으십시오. 아우가 속사정을 자세히 아뢰겠습니다.”
무송이 말했다.
“구구절절 말하지 말고 요점만 간단히 말하시오.”
“아우는 어릴 때부터 강호를 다니면서 사부에게서 창봉술을 배웠습니다. 맹주 일대에서는 저를 금안표라고 부릅니다. 여기 동문 밖에 쾌활림이라는 시장이 있습니다. 산동과 하북의 객상들이 모두 이곳에 와서 매매를 하는데, 백여 개의 큰 객점과 2~30개의 도박장과 전당포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제가 익힌 무예도 있고 영내에 목숨을 내걸 수 있는 죄수도 8~90명 있어서, 그곳에 주점과 정육점을 열고 모든 객점과 도박장·전당포에 독점적으로 공급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온 기녀들도 이곳에 오면 먼저 저에게 인사를 해야만 일을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매일 돈이 들어와 한 달에 2~3백 냥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군영에 장단련이 새로 동로주에서 왔는데, 장충이란 놈을 데리고 왔습니다. 키가 9척 장신이라 강호에서는 장문신(蔣門神)이라고 부릅니다. 그놈은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무예도 뛰어나 창봉·주먹·발차기를 잘하고 특히 씨름은 최고수입니다. 그놈은 항상 자랑하기를 ‘3년 동안 태악에서 대회에 나갔는데 적수가 없었으며, 천하에 나를 이길 자는 없다.’고 합니다. 그놈이 저의 사업을 빼앗으려고 해서 싸우다가, 그놈의 주먹과 발에 맞아 두 달간 침상에서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전에 형님께서 오셨을 때도 머리를 감싸고 팔을 동여매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상처가 다 낫지 않았습니다.
본래는 사람을 시켜 그놈을 패려고 했는데, 그놈에게는 장단련과 그 수하 군병들이 있는데다, 만약 소란이 벌어지면 이치상 군영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궁한 원한이 있어도 보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님께서 대장부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들어 왔습니다. 형님께서 아우를 위해 이 원한을 갚아주신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형님께서 먼 길을 힘들게 오시느라 기력이 쇠하여 힘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3개월 내지 반년 정도 휴식을 취하시고 몸의 기력이 완전히 회복되면 비로소 상의하려고 했습니다. 예기치 않게 미련한 하인 놈이 잘못 입을 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아우가 사실대로 아룁니다.”
무송은 듣고 나서 껄껄껄 웃으며 물었다.
“그 장문신이란 놈은 대가리가 몇 개이고, 팔다리가 몇 개입니까?”
“그야 당연히 머리는 하나고, 팔다리는 각각 두 개지요. 어떻게 많을 수가 있겠습니까?”
무송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삼두육비(三頭六臂)의 나타(哪吒) 같은 귀신인 줄 알고 무서워했네요. 그런데 원래 대가리도 하나이고, 팔다리는 두 개씩이었군요. 그렇다면 나타 같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뭘 그리 무서워합니까?”
“아우가 힘도 약하고 무예도 부족하여 그를 대적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허풍을 떨려는 게 아니라, 내 실력으로 평생 천하의 강한 놈들과 부도덕한 놈들을 패주고 살아왔습니다. 기왕에 얘기했으니, 지금 여기서 뭘 하겠습니까? 남은 술은 갖고 가면서 도중에 마시고, 함께 가서 내가 그놈을 경양강 호랑이 꼴로 만드는 거나 구경하시오. 혹시 너무 세게 쳐서 뒈지더라도 내가 책임지겠소.”
“형님께서는 잠시 앉아 계십시오. 아버지께서 나오시면 만나 뵙고, 가라고 하시면 가야지 급히 서두르면 안 됩니다. 내일 먼저 사람을 보내 정탐해 보고, 만약 그놈이 집에 있다면 그 다음 날 가시지요. 만약 그놈이 집에 없다면 다시 의논하십시다. 헛걸음하게 되면, 괜히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만 하는 격이 됩니다. 되레 그놈이 수작을 부리게 되면, 좋지 않습니다.”
무송이 조급하게 말했다.
“이러니까 그놈에게 맞는 거 아니오! 그런 거는 남자가 하는 짓이 아니오. 가면 가는 것이지, 뭔 오늘 내일을 기다린단 말이오! 가려면 바로 가야지, 아니면 그놈이 준비할 거요!”
시은이 무송을 말리지 못하고 있는데, 병풍 뒤에서 관영이 나오며 말했다.
“의사(義士)! 이 늙은이가 아까 전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오늘 다행히도 의사를 만나게 되어 어리석은 아들놈에게 구름이 걷히고 해가 비치는 것만 같습니다. 후당으로 가서 잠시 얘기를 나누시지요.”
무송이 안으로 따라 들어가자, 관영이 말했다.
“의사! 앉으시죠.”
무송이 말했다.
“소인은 일개 죄수이온데, 어찌 감히 상공과 마주앉겠습니까?”
“의사는 그런 말씀 마시오. 어리석은 아들 녀석이 천만다행으로 족하를 만났는데, 어찌 겸양하시오?”
“그럼, 무례하지만 그리하겠습니다.”
무송은 맞은편에 앉고, 시은은 앞에 서 있었다. 무송이 말했다.
“작은 관영은 왜 서 있습니까?”
시은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계신데, 어찌 감히 앉겠습니까? 형님께서는 편히 앉아 계십시오.”
무송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불편합니다.”
관영이 말했다.
“의사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 또 여기에 다른 사람도 없으니 그렇게 하지요.”
관영은 시은을 앉게 하였다. 하인들이 술과 안주, 과일과 반찬 등을 내왔다. 관영은 친히 무송에게 잔을 건네주며 말했다.
“의사 같은 영웅을 누가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아들은 원래 쾌활림에서 장사하면서 재물을 탐하고 이익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보기에도 장관(壯觀)인 맹주에 호협의 기상을 보탰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하게 장문신이란 놈이 권세를 등에 업고 횡포를 부려 공공연히 이 아이의 사업을 빼앗았습니다. 의사 같은 영웅이 아니면 원수를 갚고 원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 의사께서 이 어리석은 아들놈을 저버리지 않으신다면, 이 술잔을 받으시고 아들의 절을 받으십시오. 아들이 형님으로 받들고 공경하는 마음을 표할 것입니다.”
무송이 대답했다.
“소인이 무슨 재주나 학문이 있다고, 어찌 감히 작은 관영의 예를 받겠습니까? 무송 같은 보잘 것 없는 무관에게 어찌 이러십니까?”
시은이 엎드려 사배를 올리자, 무송은 황망히 답례하고 의형제를 맺었다. 그날 무송은 기분이 좋아 술을 많이 마시고 크게 취하였다. 시은은 하인들을 불러 방으로 부축해 가서 쉬게 하였다.
다음 날, 시은 부자가 상의했다.
“무송이 어제 술이 많이 취해서 필시 아직 술이 깨지 않았을 것이니, 오늘 어찌 가게 할 수 있겠느냐? 사람을 보내 정탐했더니 그놈이 집에 없더라고 핑계 대고, 하루 연기해서 다시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
시은은 무송을 찾아가 말했다.
“오늘은 가실 수 없습니다. 아우가 사람을 보내 정탐해 봤더니 그놈이 집에 없다고 합니다. 내일 가시지요.”
무송이 말했다.
“내일 가도 되지만, 오늘 하루 더 참아야 하잖아!”
아침밥을 먹고 차를 마신 다음, 시은은 무송과 함께 한가하게 거닐면서 시간을 보냈다. 방으로 돌아와 창술에 대해 얘기하고 권법과 봉술을 비교했다. 정오가 되자 무송을 집안으로 청하여 술과 안주를 대접하였는데, 안주의 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무송은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시은이 자꾸 안주만 권해서 기분이 별로였다. 점심을 먹은 다음 무송은 시은을 작별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하인 둘이 무송을 목욕시켜 주었다. 무송이 물었다.
“작은 관영이 오늘 나한테 고기만 자꾸 권하고 술은 별로 권하지 않았는데, 그게 무슨 의도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아침 관영께서 아드님과 의논하시면서, 본래는 오늘 포교님께서 가시도록 하려 했는데 어젯밤에 술을 많이 드셔서 술이 깨지 못해 일을 그르칠까 염려되어 가시지 못하게 한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술을 권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포교님께서 일을 처리하시도록 할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술에 취해서 일을 그칠까 봐 그랬단 것이지?”
“그렇습니다.”
무송은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두건을 썼다. 몸에는 흙색 베적삼을 입고 허리에는 붉은 실로 만든 요대를 찼다. 다리에는 무릎 보호대를 차고 짚신을 신었다. 고약을 붙여 뺨에 있는 문신을 가렸다. 시은이 일찍 와서 집안으로 청하여 아침을 먹었다. 무송이 차를 마시고 나자, 시은이 말했다.
“마구간에 말이 준비되어 있으니 타고 가시지요.”
무송이 말했다.
“내 다리가 짧은 것도 아닌데, 말은 왜 타나? 그보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게.”
“형님이 말씀하시면 아우가 어찌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와 자네가 성을 나가면 ‘무삼불과망(無三不過望)’ 하는 거야.”
“형님! ‘無三不過望’이 무슨 말입니까? 아우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송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설명하지. 자네가 장문신을 때려눕히길 원한다면, 성을 나가서부터 주점을 만날 때마다 내게 술 석 잔을 사주는 거야. 만약 술 석 잔을 사 주지 않으면 주점을 지나치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無三不過望’이지.”
“쾌활림은 동문에서 4~50리나 떨어져 있어, 그 사이에 주점이 12~3개나 됩니다. 만약 주점마다 석 잔을 드시면 35~6잔이 되어, 거기 도착할 때면 형님은 취해 버릴 건대 어떻게 싸우시려고 합니까?”
무송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내가 취해서 실력 발휘를 못할까 봐 염려되나?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되레 실력 발휘를 못해. 술 한 잔이면 한 잔의 실력을 발휘하고, 다섯 잔이면 다섯 잔의 실력을 발휘하지. 열 잔을 마시면 기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나도 몰라. 술에 취해서 대담해지지 않았다면 경양강에서 어떻게 호랑이를 때려잡을 수 있었겠나? 술에 잔뜩 취해야 손도 잘 쓰고 힘도 생겨서 기세가 올라간다고!”
“형님이 그러신 줄 몰랐습니다. 집에 좋은 술이 있는데, 형님이 취해서 실수할까 염려되어 어젯밤에 감히 권하지 못했던 겁니다. 형님이 술을 마셔야 도리어 실력이 나온다면, 하인들을 시켜 집에 있는 좋은 술과 안주를 가지고 미리 앞서 가서 기다리게 하겠습니다. 형님은 천천히 술을 드시면서 가시지요.”
“그러면 더 좋지! 장문신과 싸우러 가는데 나도 담력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술도 마시지 않고 어떻게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겠어? 오늘 내가 그놈을 때려눕힐 테니 한바탕 크게 웃어 보자고!”
* 계속 62회 ~~
첫댓글 무송에게 호의를 베푼
이유가 이제서 알게되네요
제가 첫번째로
흔적을 남기는 날도 있네요 ㅎ
일등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난 이등 입니다
그래도 3등안에 들었스니ㅋ
연재소설 감사드립니다
이등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는 세 가지 귀중한 금이 있다고 합니다.
"황금, 소금, 지금"
이 말을
남편이 아내에게 문자로 보냈답니다.
그랬더니 아내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고 하네요.
"현금, 지금, 입금"
이 문자를 보고
남편이 허걱거리며
다시 문자를 보냈답니다.
"방금, 쬐금, 입금"
도긴개긴 도토리키재기
부창부수라 해야 하나요?
감사합니다
재미있네요
언제나 지금 이 자리서
재담을 적으시는 곡즉전님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남편과 그 아내
서로 말이 잘 통하는 부부 맞네여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공짜가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무송과 장문신의 싸움은 누구의 승리가 될까요?
담편을 기대 합니다.
추천 꾸욱
기대 하십시요 ㅎㅎ
감사합니다
취권으로 장문신을 상대할 무송이 이길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취권? 좋지요
감사합니다
무송이 장문신을 때려 눕힐지
아님 비기게 될지 아리송?
암튼 담편을 기다려 봅니다
추천도 꾸욱~
비기는건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장문신도 무송의 상대가 안되구만.
무송의 실력이
제대로 나올까요?
내일이 궁금합니다..
주권(酒拳 ) 으로 이기겠지요
감사합니다
장문신과 대결
무송 술 먹어야 힘이 쎄진다 일리 있지요
노래방 에서도 한잔 먹어야 목 튀입니다 ㅎ
어쩜 저랑 같으네요
술 한잔해야 노래가 잘 나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