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는 의미-겸향 이병한 닭이 울었다고 새벽이 온 것이 아니듯 일월 일일이 되었기에 새해가 된 것은 아닙니다.
새해는 지난해를 옛 것으로 규정하는 자에게만 새해가 됩니다. 옛 것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더 이상 옛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즉 뒤엣것을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는 자에게만 새해인 것입니다
용서 할 것은 용서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끊을 것은 끊고 새로운 정신과 새로운 뜻으로 출발하는 자에게만 새해인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고통을 주고 아픔이 된 이가 있다면 다 용서 하겠습니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잘못 한 일들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과거는 우리가 살아온 흔적이고 역사이기에 그것을 통해서 미래를 전망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흐르는 물처럼 잊어버릴 때 새것을 맞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과거가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역사가 보여준 아름다운 선의 구상을 새로 주어지는 새해의 화판에 그려야겠습니다. 아름다운 미래는 우리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른 얼굴로 올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꿈의 미래를 함께 내다보며 상기된 얼굴로 서로 따듯한 손 맞잡으면 우리 함께 행복으로 갈 수 있습니다.
새해 아침- 송수권 새해 아침은 촛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 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지우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 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첫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서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새해 기도 - 도종환 새해 첫 아침 햇살은 창문 열고 기지개를 켜는 아이의 밝은 얼굴 위에 제일 먼저 비치게 하소서 숲의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햇빛이 골고루 내려앉듯 이 땅의 모든 아이들 빛나는 눈동자 위에 맑게 출렁이는 가슴 위에 빠짐없이 내리게 하소서 골짜기 깊은 곳에도 손잡을 곳 하나 없는 바위 벼랑에도 늪가의 젖은 풀 위에도 아침 햇살이 환하게 번져 가듯 그늘 지고 가파르고 습한 곳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도 새날의 햇볕이 따뜻한 걸음으로 찾아가게 하소서 산과 개울과 숲 어디에나 내리는 햇빛이지만 산은 산대로 개울과 나무는 개울과 나무대로 저마다 저를 위해 햇빛이 와 있다고 믿듯 아이들도 늘 저를 위해 준비된 사랑이 따스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믿게 하소서 그 사랑과 따뜻함으로 아이들 몸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때가 되면 열매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그렇게 자란 튼튼한 뿌리로 무너지는 언덕을 지키고 그렇게 크는 싱그러운 힘으로 막힌 물줄기를 열어 가게 하소서
새해맞이 ..최석우 버리고 버리고 일어섭니다.
태우고 태우고 돌아섭니다.
찬바람 빈 들녘에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그대처럼 큰 사랑 안에서 그대처럼 둥글고 밝은 목숨으로 그대처럼 뜨겁게 '살.아.보.겠.노.라' 가슴속 폐허 부스러기와 찌꺼기들은 모두 버리고, 태우고 정갈한 겨울 하늘 앞에 곧게 서서 싱그럽고, 순결하며, 새붉은 새해의 첫해를 사모하는 그 님처럼 설레는 열림으로 맞이합니다...
새해의 맑은 햇살 하나가 ..- 정호승 해뜨는 곳으로 걸어갑니다. 새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누님같은 소나무가 빙그레 웃는 새해의 아침이 밝아옵니다. 맑은 연꽃대에 앉은 햇살 하나가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당신의 창을 두드리고 아무도 닦아주지 않는 당신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사랑하는 일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라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다시 길을 가게 합니다. 어두운 골목 무서운 쓰레기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 이제 더 이상 당신 혼자 떨지 않게 합니다. 쓸쓸히 세상을 산책하고 돌아와 신발을 벗고 이제 더 이상 당신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합니다.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과 편안함의 괴로움을 스스로 알게 합니다. 때로는 마음의 장독대 위에 함박눈으로 내려 당신을 낮춤으로써 더욱 낮아지게 하고 당신을 낮아지게 함으로써 더욱 고요하게 합니다. 당신이 아직 잠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나무와 숲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람과 바람소리를 구분하지 못할지라도 새해의 맑은 햇살 하나가 천개의 차가운 강물에 물결지며 속삭입니다. 돈을 낙엽처럼 보라고 밥을 적게 먹고 잠을 적게 자라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살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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