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0 장 천관서생(天冠書生)
후난향은 지극히 처연한 신색으로 탄식을 불어냈다.
"이제보니 당신은…… 미인을 전혀 사랑할 줄 모르는군요?"
그러자 당문우가 그녀의 터질 듯 풍만한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쥐면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후난향! 착각하지 마라."
"……."
"네가 아무리 아름답고 피부에 탄력이 넘쳐 흘러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너는 오백 세가 넘는 늙은 할망구에 불과할 뿐이다!"
"하…… 할망구라고?"
후난향은 수치와 분노로 교구를 바르르 떨었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바로 할머니라는 말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젊음을 간직하기 위해 혈기가 왕성한 청년들을 유혹하여 마음껏 즐긴 다음 그들의 양기(陽氣)를 빼앗았다.
젊은 사내들의 양기만이 그녀의 젊음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할머니라는 말을 듣자 그녀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고 말았다.
당문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 속에서 악독한 광채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죽…… 일…… 놈!"
스르르……
살기가 물씬 풍기는 말과 함께 당문우의 밑에 깔려있던 후난향의 모습이 돌연 안개처럼 희미하게 흩어졌다.
진정 신기(神技)에 가까운 수법이었다.
그러나 당문우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후후후…… 전진도문의 무공 중에 이형환위(移形換位)라는 것이 있다던데…… 후난정, 네가 지금 펼친 그것이 바로 이형환위라는 것이냐?"
"너……"
어디선가 후난향의 경악성이 터졌다.
당문우가 음산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흐흐흐…… 전진파의 무공에 대해서는 아마 너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
"이형환위의 약점 또한 마찬가지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소매자락 속에서 아홉 줄기의 금빛 찬란한 광채가 뿜어졌다.
퍽! 퍽! 퍽!
아홉 개의 광채는 방 안의 한쪽 벽에 수직으로 나란히 박혔다.
순간이었다.
"아악!"
벽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오더니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 속에서 후난향의 고통이 가득한 떨리는 음성이 터져나왔다.
"이제보니 마자령…… 그놈이 네게……"
벽에 꽂혀 있는 것은 바로 무우성승이 남겨준 황금전(黃金錢)들이었다.
금전이 박힌 곳에서 흐르는 핏물을 바라보던 당문우의 입에서 다시 무정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후난향! 너는 처음부터 천랑신마나 천형신마 등은 물론이고 후조문에게도 무공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
"너는 단지 전진파와 배교(拜敎)의 기환술(奇幻術) 같은 속임수 등에 능통해 있었을 뿐이다."
그때였다.
스으으……
핏물이 흐르고 있는 벽면에 여인의 자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난향이었다.
그녀의 가슴에는 위에서 아래로 아홉 개의 황금전이 일직선으로 박혀있었다.
당문우가 펼친 수법은 무우성승이 금전에 남긴 구전여래불망(九錢如來佛網)이라는 암기수법이었다.
강기를 마음대로 꿰뚫고,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이 그야말로 찰나지간에 상대를 격중시키는 불문(佛門) 유일의 암기수법이었다.
"……."
후난향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눈으로 핏물이 흐르고 있는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불신과 경악의 빛을 띠고 있던 그녀의 눈에 점차 불같은 분노의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네놈을…… 죽이겠다!"
'……?'
당문우는 일순 움찔했다.
자신을 악독하게 노려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오호호호호-!"
후난향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한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파파파파팟……!
슈슈슈슛!
머리카락!
그녀의 머리카락들이 돌연 모조리 머리에서 뽑히며 당문우를 향해 소낙비처럼 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헉!"
당문우는 대경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두 손으로 얼굴만 가렸다.
파파파팍!
푹푹푹……!
"우욱!"
참담한 비명이 당문우의 입에서 터졌다.
후난향의 머리카락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당문우의 몸에 박혀버린 것이다.
고슴도치!
그렇다. 후난향의 머리카락이 박혀있는 당문우의 모습은 인간 고슴도치처럼 보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 머리카락을 암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녕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법이었다.
더욱이 갑자기 전신에서 오한이 일고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 머리카락 속에는 분명 극랄한 독(毒)이 묻어있음이 틀림 없었다.
"호호호호……"
비틀거리고 있는 당문우를 바라보던 후난향이 돌연 미친 듯이 웃었다.
"당문우! 이제야말로 네놈은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됐다."
"……."
"나의 머리카락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독이라는 훼심서독( 芯 毒)으로 언제나 손질했기 때문이다."
-훼심서독( 芯 毒)!
후난향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불법십완이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후의 무공이듯, 훼심서독 또한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후의 독이었다.
사천당문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그 독을 만들어 보려고 무진 애를 썼었다.
하지만 끝내 그 독은 만들어내지 못했었다.
그만큼 만들기가 어렵고, 한 번 만들어낸 훼심서독은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해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훼심서독 한 방울만 있으면 동정호의 물을 독수(毒水)로 만들어 버릴 수 있으며, 일거에 수백 만의 생명체를 죽음의 저주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바로 그 말이 훼심서독에 대한 세인들에게 알려진 전부였고 정의(定義)였다.
그런데, 후난향의 수발에 바로 그 훼심서독이 잠재되어 있었다니 어찌 놀랍지 않은가.
"으으……"
당문우는 쉴새없이 비틀거리며 후난향을 쏘아보았다.
머리털이 모조리 빠져나간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기괴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전신에서는 여전히 사악한 염기(艶氣)가 폭발적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황금전에 정통으로 격중을 당해 죽음이 임박해 있었다.
"흐흐흐……"
당문우는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네년이 말한대로…… 머리카락에 훼심서독이 발라 있었다면…… 나의 생명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나겠지……"
"……."
"그러나…… 사갈보다 더 잔인한 네년만큼은 나보다 먼저 황천으로 보내주겠다!"
번-쩍!
한 가닥 섬광이 눈부시게 허공을 갈랐다.
"아악!"
처절무비한 비명과 함께 후난향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녀의 복부가 정확히 열십자로 갈라진 채 오장육부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으……"
후난향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당문우가 물었다.
"예 소저는 이곳에 없었다. 누구냐? 누가 그녀를 어디로 데리고 갔느냐?"
"몰라!"
후난향은 발악하듯 말했다.
"흐흐흐…… 네년이 말해줄 리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당문우가 못찾을 것이라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
"흐흐…… 이미 난 짐작하는 곳이 있다. 소수천마는 그녀를 데리고 가지 않았다."
"……."
"예 낭자를 데리고 간 놈은 틀림없이 후금량의 둘째 아들인 후위종(侯慰種)일 것이다. 맞느냐?"
"……."
후난향의 눈빛이 일순 세차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배시시 웃으며 기어드는 음성으로 말했다.
"영리한 놈……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넌 영원히 그녀를 되찾지 못할 것이다. 훼심서독에 중독되고도…… 하루 이상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쿵!
그 말을 끝으로 후난향의 몸은 바닥에 쓰러졌다.
주르르……
그 바람에 그녀의 베어진 복부에서 오장육부와 핏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죽음치고는 너무나 처참한 죽음이었다.
"……."
당문우는 막연한 눈길로 후난향을 바라보았다.
결과론이 되어버린 것이지만, 그는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것이다.
다만, 개천십마왕 중 두 명을 죽였다는 것과 훼심서독에 중독된 것이 그가 이곳에 와서 얻은 것이었다.
과연 당문우는 훼심서독에 의해 죽고마는 것일까?
* * *
그그긍……
적요에 휩싸여 있던 산중에 그야말로 느닷없이 괴음향이 울려퍼졌다.
한 피투성이 혈인(血人) 하나가 조약한 솜씨로 만든 묵관 하나를 줄에 묶은 채 산중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당문우였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는 한 소녀가 터벅터벅 뒤따르고 있었다.
둥그스럼한 얼굴에 투박하고 힘없이 풀려있는 눈동자의 이 소녀는 바로 상여홍이었다.
관 속에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하상군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그그긍……
당문우는 창백한 안색으로 힘겹게 힘겹게 관을 끌고 있었다.
이미 그는 닷새째 산중을 헤매고 있었다.
평소의 몸이라면 이미 이 산중을 벗어났으련만, 훼심서독에 중독된 그에게는 내공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후난향의 말대로라면 그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문우 본인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그에게 있어 살아있다는 것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아만 있을 수 있다면, 언제고 훼심서독의 해독법을 연구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문우는 지금 망혼독황지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둘째 형인 당수현이라면 충분히 훼심서독의 해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었다.
사실 당수현은 무공분야에서는 그리 뛰어난 편이 못되었다.
하지만 독술만큼은 당문 역사상 가장 탁월한 재능과 솜씨를 보이고 있었다.
당수현은 이미 오래전부터 훼심서독을 연구해오고 있음을 당문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훼심서독의 해독약(解毒藥)를 만드는 것은 사실 훼심서독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당수현은 이미 몇 년 전에 가문의 선조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훼심서독을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해독법까지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토끼 한 마리 잡는 것도 당문우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창자까지 달라붙을 정도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떻하든 산토끼를 잡아야만 했다.
타다닥…… 타닥……
소리내며 타오르는 새빨간 불길 위에서 한 마리의 토끼가 구워지고 있었다.
참으로 구수한 냄새가 산중을 진동시켰다.
그러나 상여홍은 조금도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여전히 흐리멍텅한 눈빛이었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라 그녀는 아예 백치(白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불쌍한 소녀……'
당문우는 그녀의 불행이 마치 자신의 불행처럼 느껴졌다.
'궁유가 좋아하는 눈치던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처지 또한 상여홍에 비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치지직…… 치직……
기름이 튀면서 고기가 구워지는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당문우는 그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고기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허허……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구나. 이런 깊은 산중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게 되다니……"
투박하고 걸쭉한 목소리가 산중을 울리는가 싶더니 막대기처럼 깡마르고 쭈글쭈글한 손 하나가 거의 익어가는 토끼를 통째로 덥석 집어가는 것이 아닌가?
"……."
당문우는 검미를 무섭게 찌푸리며 고개를 치켜 들었다.
언제 나타난 것일까?
한 노인(老人)이 토끼를 움켜쥔 채 히죽 웃고 있었다.
일신에는 때가 잔뜩 끼어 아예 반들반들 빛나는 폐포(廢袍)를 걸치고, 어깨에는 길다란 장대 하나를 메고 있는 그저 평범하기만 한 노인이었다.
그런데, 노인이 매고 있는 장대의 끝에는 하나의 길다란 사각깃발이 매달려 있었고,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수천명철구직단!
거기에 적힌 글자는 글자 그대로 해석을 하자면,
하늘의 명(命)을 받아 모든 것을 정확히 이야기 한다는 뜻이었다.
이런 류의 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인간의 희노애락과 생사문제를 다뤄주는 점쟁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리고 이 노인은 그런 일을 하며 천하를 주유하는 떠돌이 점쟁이가 분명했다.
당문우는 전혀 모르고 있지만, 사실 이 노인은 당문우를 찾고 있던 궁유 앞에 나타났었던 바로 그 점쟁이 노인이었다.
"이놈아! 토끼 한 마리 가지고 그렇듯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지 마라. 이 토끼를 노부가 먹는 대신 네놈에게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지불할테니……"
점쟁이 노인은 당문우가 쏘아보자 오히려 고함을 지른 뒤 허겁지겁 토끼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우적……
와작와작……
'허……!'
당문우는 눈을 부릅떴다.
그는 지금까지 이토록 빨리 음식을 먹어치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제법 큼직한 토끼였음에도 그걸 다 먹어치우는데 걸린 시간은 당문우가 눈을 두어 번 껌벅거린 순간에 불과했다.
"끄어억…… 잘…… 먹었다!"
순식간에 한 마리의 토끼고기를 먹이치운 점쟁이 노인은 때가 기름처럼 자르르 절어있는 소맷자락으로 입을 쓰윽 닦은 뒤 당문우의 옆에 놓여 있던 묵관 위에 벌렁 누웠다.
"흐음…… 먹었으니 잠시 눈을 붙여볼까?"
"……?"
당문우의 검미가 있는대로 찌푸려졌다.
"노인장! 일어나지 못하겠소!"
"아이쿠! 깜짝이야!"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당문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노인을 노려보았다.
"대체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느닷없이 나타나 하루 온종일 굶은 두 사람의 식사를 빼앗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억울하게 죽은 시신이 잠들어 있는 관 위에 벌렁 누워 잠을 자려 하다니……?"
"흐흐흐…… 이놈아, 너무 화내지 마라."
"뭐요?"
"옛말에도 일소일소(一笑一少)라는 말이 있잖으냐?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지는 법이고, 한 번 화를 내면 더 빨리 늙는 법이다.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내다가는 삼 년도 안되서 노부보다 더 폭삭 늙어버릴 것이다."
그리고는 당문우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품 속에서 한 개의 옥병(玉屛)을 꺼내 건네주었다.
"받아라!"
"……?"
"네놈의 식사를 뺏아먹은 대가다!"
"……."
"그 안에 다섯 개의 단환(丹丸)이 있는데…… 모두가 훼심서독을 해독할 수 있는 것이다."
"……?"
당문우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인의 말이 그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궁유는지금 노호령(怒虎嶺) 근처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
"개천십마왕 중의 나머지 네 놈이 그 근처 어딘가에서 어떤 심상치 않은 수작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
"예옥상인가 뭔가 하는 계집은 이미 천음신니가 구해 보타산으로 데리고 갔으니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
거기까지 말한 뒤 노인은 멍청히 앉아있는 상여홍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는 네가 데리고 있으면 네 일에 방해만 된다. 노부가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해줄테니 노호령은 너 혼자 가보도록 해라."
"……."
당문우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노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 네가 죽인 개천십마왕들은 실력보다도 명성이 더 뛰어난 자들이었다. 그러나……"
"……?"
"노호령에 있는 네 놈은 장마천이나 천랑신마보다 백 배는 더 무서운 자들이다. 가급적이면 그들과 정면충돌을 하지 않도록 하고……"
"……."
"그들이 그곳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수상하니 너는 그저 그 이유만 알아내어 소림사에 통보해주도록 해라."
"……."
당문우는 검미를 꿈틀거리며 재빨리 물었다.
"대체 노인장은 뉘십니까?"
점쟁이 노인은 피식 웃더니 반문했다.
"열사단(烈士團)을 아느냐?"
"……."
"노부가 바로 열사단주(烈士團主)다!"
"예?"
당문우가 경악하는 순간, 점쟁이 노인은 어느새 상여홍을 낚아챈 뒤 허공을 날아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노인의 신법은 참으로 빨랐다.
지면을 박차고 상여홍을 낚아챘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몸은 이미 까마득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도무지 인간의 몸에서 그런 신법이 펼쳐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가공하다!'
당문우의 두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그는 넋나간 사람처럼 노인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저 노인의 경공은 지금의 나로서는 아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장마천 등을 죽였다고 난 언제부터인가 자만심에 빠져 있었으니……'
당문우는 두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그래…… 이것은 어쩌면 하늘이 나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도록 깨달음의 기회를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표정이 숨막힐 정도로 엄숙해졌다.
'정진(精進)하자…… 부단히 더 노력하자. 최소한 저 노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몰랐다.
지금 이 순간에 그가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깨달음으로서 그를 새롭게 탄생시키게 되었다는 사실을!
또한 이것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니……
하지만 그것들은 아직 먼 훗날의 일들이었다.
"……."
당문우는 열사단주가 준 옥병의 뚜껑을 열어 한 알의 단환을 꺼냈다.
단환은 연한 암갈색을 띠고 있었다.
당문우는 거침없이 단환을 입에 넣고 삼켰다.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만약 자칭 열사단주라고 말한 노인이 자신을 죽이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 *
소문(所聞)!
하나의 소문이 무림을 진동하기 시작했다.
-천관서생(天冠書生) 당문우!
누가, 언제부터 부르기 시작한 이름인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천관서생 당문우야말로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며, 마전으로부터 무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의 등불이라는 점이었다.
천관서생 당문우!
그는 이제 더 이상 탕아(蕩兒)가 아니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는 천하제일의 영웅이었다.
다만, 본인 자신만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첫댓글 즐독하고 갑니다.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즐감입니다
^^
감사..즐겁게탐독했습니다.
ㅈㄷㄱ~~~~~~~~~`````````````````````````
즐감 ,,,감사 합니다
ㅎㅎ
즐감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ㅈㄷㄳ
오늘도 즐감하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ㅣ
즐독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