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에 거리는 어둠 속에 파묻히고 있었다.
자정이 다가올 무렵에는 버스도 어둠을 가르며 속력을 내면서 달리는 시간이었다.
회원들을 확인하고 신사동을 출발했다.
자정을 조금 넘어서...
거리의 네온사인도 하나 둘씩 꺼져가고 있을 무렵에 우리는 남으로 남으로 속력을
내면서 달리고 또 달려갔다.
차에서는 자기 소개로 시끌벅적했다.
그럴 것이었다.
처음 가보는 회원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설레임. 그리고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기에...
완도 여객터미날에 도착하니 새벽 06:20경, 우리는 조별로 식사를 하였고.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우리에게 손짓하는 듯이 아물거렸다.
캄캄한 밤에.
식사를 맛있게 하는 동안 회장님은 주민번호와 전번을 적기 위해 조별을 확인하며 부지런히 돌고 계셨고,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 여명은 어느덧 사라지고 날이 밝아왔다.
완도항의 모습이 눈에 펼쳐졌다.
나는 눈에 익숙한 완도항 앞 조경을 보면서 재작년 겨울에 이곳 완도 수산회센터에서 회를 사서 오후 3시 배에 몸을 싣고 제주를 향해 갔던 것이다.
잔잔한 바다 위에서 회와 소주를 들이키며 지나치는 청산도를 보면서 한 때 낚시를 했던 추억에 젖어 회 한점 그리고 소주 한모금을 들이켰던 지난날 추억에 잠겼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여러 회원들과 시끌벅적하게 유머와 웃음 속에서 훈훈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게 될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세상은 참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앞일을...
잔잔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배를 우리는 2등객실에서 바라보았다.
구절초님은 열고을 하고 있었으며, 풍운님,아우성님등은 훌라를 하고 있었다.
배는 추자도를 향하여 다가가고 있었고, 나는 쌍안경으로 섬의 경치를 감상하느냐
바뻤다.
천년 세월이 흘렀을까?
이루헤아릴 수 없는 풍우에 시달려 온 섬은 기묘한 형상으로 태고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아, 대자연이여!
영원히 변함이 없는 바다는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파도는 바다에 서있는 무인도를
철썩철썩 때리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 달이 기울어도...
산과 바다를 섭렵하다 보면 대자연의 장엄함과 영원함에 나는 신의 창조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겸손하고, 자유에 감사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생각해본다.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약함.
생명을 영원하고, 자유로히 할 수 없으며,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함에.
늘 뭔가 사고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숙명에.
그래서 나는 주말이면 서울을 떠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제주를 향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우리 인간의 실체를 사고해본다.
그때 푸들이 쭈구미를 익혀야 한다고 제의해왔다.
그래서 나는 선원숙식실로 올라갔다.
신분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고 승낙을 받아 냈다.
우리는 한 두명씩 3층으로 모였다.
누가 떠들지도 않았는데 냄새는 기가막히게 맡고서...
술이 오가고 푸들은 아예 선원실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보쌈고기와 술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우리는 풍운님이 가져온 술을 그들에게 상납?했다.
그리고 초장도 얻어 왔고 쭈꾸미를 익혀서 한 접시 그들에게 또 상납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이 있는걸까?
우리나라 사람 만이 갖고 있는 훈훈한 정이 아닐까 싶다.
추자도를 지나 제주 앞 서부도 항에 배가 들어설 무렵, 박정희 정권에 건축한 KAL 호텔이 성냥갑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사라봉과 별도봉이 보였고 우측에는 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사라봉이 제주의 자랑인 "영주십경" 하나인 사라낙조 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별도봉과 사라봉 사이에 자살바위가 있어 그곳에 가면 이상한 기운이 돌아 자살을 유혹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러자 와하! 하는 웃음소리가 선실을 울렸다.
제주항에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 2대를 타고 우리는 성산일출봉과 "올인" 촬영지인 섭지코지,그리고 신비한 만장굴로 향했고,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
나는 택시를 타고 횟감을 사러 내가 알고 있는 도매시장으로 달려갔다.
대방어 1m짜리 6kg가 넘는 것을 회를 떠가지고 회원들과 파티를 열었다.
우리는 한라산 소주를 마시고 매운탕도 먹었다.
우럭과 광어는 제주에도 있지만 이것들은 다 양식이라, 나는 태평양의 넓은 바다에서 오는 자연산 대방어를 준비했는데, 뮤즈님과 나무님은 숙소에 도착해서 사일님과 함께 별도로 회를 먹겠다고 하여 환불을 요구했다.
아쉬웠다.
제주도에서 5명이 회를 먹으려면 비용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결국 30만원 가까이 들었다고 사일님이 내게 말했다.
노래방으로 가서 맥주와 노래를 부르면서 제주의 첫날밤을 떠들며 보냈다.
이튿날 새벽 4시에 일어나 기상하고 식사를 대충한 후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승차하고 한라산 성판악 코스로 향했다.
버스는 40분 동안 제주의 한라산 기슭 5,16도로를 밝히면서 성판악 매표소에 우리를 안내했다.
준비해온 도시락을 물과 반찬과 함께 하나씩 나누어주었고, 남아서 나는 5개를 배낭에 넣고 산행을 시작했다.
어둠은 우리를 누르고 있었고 우리는 랜턴을 켜서 산행을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1m 내린 눈은 바닥을 덮고 나무는 변함없이 눈 속에서 우리를 맞고 있었다.
완만하고 평탄한 길을 걸으니 어느새 날이 밝아왔다.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09시가 된 것 같았다.
백록담이 저 멀리 눈에 보였다.
출발할 때부터 바람은 세차게 불었지만 해발이 높은 이곳은 더욱 세게 느껴졌다.
파란 하늘에는 눈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듯 날아가고 있었고 그로인해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그 사이로 햇빛은 눈바람 사이로 우리를 비추었으며 백록담으로 향하는 계단에 오를 때는 백록담이 시샘이라도 하듯 세찬 바람으로 우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뒤에 따라오는 수이님은 비틀거려 나는 손을 내밀어 당겨주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분화구를 볼 수가 없게 눈바람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다렸다가 순간 눈바람이 사라지는 순간에 백록담 분화구를 보았다.
둥근 원을 그리고 있는 백록담.
그래프 선같이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백록담 바닥에는 눈바람이 엷게 덮여 있었고, 우리는 세찬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관음사 코스로 방향을 틀었다.
관음사 코스에는 눈이 3m다가 와서 길 안내하는 로프는 눈 속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았고, 앞서간 등산객은 길을 잃은 듯 여기저기 길을 만들어 놓았다.
용암으로 덮여 있는 백록담 화구벽은 검은색과 함께 간간히 흰색을 뿌려놓았으며 바람이 얼마나 드센지 몸의 균형을 잃게 하였다.
파란 하늘에는 흰눈가루가 시속 100km 속도 만큼이나 달려가고 있었다.
매년 올 때마다 느끼지만 제주도 한라산은 육지에서 볼 수 없는 비경을 간직하여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를 오게 만들었다.
용진각 대피소 계곡에 도착하니 몇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으며 까마귀들이 까악! 소리치며 반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도착해서 도시락을 펼쳐 놓고 밥과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그녀석들은 서로 날아서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낚아채서 혼자 먹으려고 밥과 반찬을 물고 날아갔다.
그뒤로 몇놈이 좀 달라고 까악~ 소리를 내면서 따라갔다.
회원중 세명이 도시락을 못받아서 5개를 가져온 것을 꺼내 그들에게 주었다.
도시락은 이미 식어서 차가웠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관음사 하산길을 걷고 또 걸어서 매표소에 도착했다.
일행은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서 쉬고 있었고, 잠시 나는 관음사 매표소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허계장님을 만나러 들어갔다.
악수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귤도 먹으면서 안부를 물으며 잠시 반가운 시간을 가졌다. 아쉬운 이별의 악수를 하고 버스에 와서 회원들과 주상절리,천지연폭포 외돌개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오자마자 나는 다시 회를 뜨러 달려갔다.
2호차 회원들7명이 대방어 조에 가입하여 대방어 2마리 회를 떠가지고 왔다.
산행 후여서 게걸스럽게!~ 먹어대고 있었다.
옆사람이 먹던 말던..ㅋㅋㅋ
8 접시가 동이날 것 같아 1호차 아저씨가 두 접시를 숨겼다가 늦게 내려온 영영팀에게 전달했고 내게 더 가져오라 해서 나는 또 택시를 타고 회사러 달려갔다.
수산시장은 문을 닫고 있었고 가까스로 좀 작은 4kg 한마리를 사서 회를 떠가지고 왔을 때는 이미 매운탕과 공기밥 21개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 회가 맛있게 먹지 않는데도 빽빽하게 담은 회 두 접시가 금새 동이났다.
피곤해서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 잠을 자고 이튿날 항구를 향하여 두대의 버스에 올랐다.
배를 타고 3시간에 걸쳐 완도에 도착하여 대기한 서울버스에 올라 해남 땅끝마을과 전망대를 조망하고 2시 30분에 출발해서 서울에 도착하니 9시였다.
사고 없이 무사히 산행과 관광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협조해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조금 있으면 백두산을 갈 예정인데 또 즐거운 우정의 시간을 나누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甲申年에 회원님들 모두 건강하고 하시는 일 만사형통하길 바라면서...
카페 게시글
일요산행 후기
한라산 산행 후기
고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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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17 20:1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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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부러버라~~~잘 읽었습니다.
고산자님 수고 많이 하셨네요
이틀동안 회 푸짐하게 먹었슴다. 신청안했으면 후회할뻔했어요. 좋은 추억만들어주신 고산자님 감사합니다.
고산자님과 가장 가까이서 산행도 하고 두루두루 참 고마웠습니다. 다니면서 이것저것 코치도 해주시고 재미난 일이 많았습니다. 감사해요^^!
맛있는 회 잘 먹었습니다. 그 맛, 그 기분 오래오래 간직할께요.
정말 부럽네요^^;; 담번에 꼭 겨울 산행에 참가를...
회가 또 생각나는데 삼일절 연휴를 맞아 또 갈까요?
고생하셨구요...후기 잘 읽었습니다^^ 삼일절 연휴는 설악산 일대가 어떨까요?회..온천..무엇보다 감동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데.. 건의 좀 하세요^^
선배님!! 한라산 가실줄은 몰랐어요~읽어보니까 넘넘 재미있네요~ 마치 제가 한라산을 다녀온 기분이랍니다. ^^ 와~~ 넘넘 부럽다.~~저는 요즘 바빠서리 정신이 없는뎅..ㅠ.,ㅠ
고산자님 수고 고생 하셨습니다. 다음산행을 기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