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3) 설악산, 개발의 탐욕에서 벗어나다 ‘돈’ 때문에 추진된 케이블카 사업 난개발 멀리 하고 생태적 접근해야
발행일2017-02-12 [제3031호, 20면]
‘10명 전원 출석, 부결 10명.’ 지난해 12월 28일,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을 전원 합의로 ‘부결’했다. 양양군의 세 번째 시도가 사실상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UNESCO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보존연맹 엄정자연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전구역,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1호)이다. 겹겹의 보호 장치를 두었지만, 설악산은 끊임없이 개발의 탐욕에 시달려왔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 국립공원 정상부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2011년과 2012년, 양양군은 기다렸다는 듯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사업을 모두 부결했지만, 2015년 양양군은 상부 정류장 위치만 변경해 사업을 재신청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결국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고야 말겠다는 집요함의 뿌리에는 돈이라는 ‘새로운 우상’이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돈에 대한 물신주의’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복음의 기쁨」 55항). 이제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 가격에 따라 그 중요성을 결정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생명과 인권과 안전, 아름다움과 깨끗함과 고요함, 환대와 돌봄, 관심과 배려와 같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다. 핵발전소, 새만금, 4대강, 가리왕산 원시림, 미세먼지,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구의역 참사는 돈으로 환산하면 안되는 것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여준다.
문화재위원회에서 통과됐다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산지 난개발의 신호탄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전국 서른 곳 이상의 산지에 케이블카 사업이 신청됐고, 정부는 ‘산지관광특구법’ 제정으로 산지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가장 엄격한 보호구역인 설악산에 개발의 삽질이 시작되면, 다른 산들은 속수무책이다.
그래서인가. 양양군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환경부는 그런 양양군을 무리하게 지원했다. 양양군의 경제·환경 관련 보고서는 모두 부실·조작된 것으로 드러났고, 두 명의 양양군청 공무원이 불구속 기소됐다. 국책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기상과학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모두 ‘사업불가’ 의견을 냈다. 그러나 환경부는 막무가내로 사업을 밀어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업의 적극 추진을 두 번이나 지시했다. 행정부의 정책 시행 과정이 투명성과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관련 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설악산 케이블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새만금이나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의 무질서는 사람과 자연생태계를 모두 파괴한다.(호세 4,2-3)
설악산 보전의 길은 아직도 멀다. 현 규정상, 케이블카 사업은 언제든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관련 법규를 제대로 개정해 무분별한 산지 개발의 탐욕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 하지만 법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게 마련이다. 자연을 근원적으로 보전하려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좋은 삶’이라는 확신이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또 지역 주민들이 개발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부와 각 지자체는 훼손이 아니라 보전을 통해 주민들이 혜택을 누리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모두 듣고, 생태적 접근에 “가장 취약한 이들의 기본권을 배려하는 사회적 관점”을 포함시켜야 한다.(「찬미받으소서」 49, 93항)
조현철 신부(예수회) 탈핵천주교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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