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산조응(捕山沠鷹)
산으로 도망간 매를 산을 잡아들여 해결한다는 말이다.
捕 : 잡을 포(扌/7)
山 : 메 산(山/0)
沠 : 흐를 조(氵/4)
鷹 : 매 응(鳥/13)
포산(捕山)은 산을 잡아들이는 것이고, 조응(沠鷹)은 매를 붙잡는다는 뜻이다. 예로 소가 밭에 자라는 보리 싹을 먹었다면 그 주인을 찾아 해결하듯, 산으로 도망간 매를 산을 잡아들여 해결한다는 '국조인물고'에 전한다.
박문수(朴文秀)는 호가 기은(耆隱)이고 암행어사로 눈부신 행적을 남겼는데, 군정(軍政)과 세정(稅政)에도 밝아 국정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암행어사의 유명한 업적은 그만큼 백성들의 질고를 살피고 방백들의 횡포를 올바로 평정한 공이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붙잡아 꽃피운 일화다. 1730년 도승지로 있다가 왕명을 받아 암행어사로 전라도를 순시할 때 벌어진 일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데 어느 마을의 서당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하루 밤 묵을까 하고 서당에 들렀는데 훈장은 자리를 비우고 글 읽는 학동(學童)들만 있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룻밤 머물 수 있을까하고 찾았는데 어른이 안 계시는구나! 해는 지고 어떡하면 좋을까."
그러자 한 학동이 말했다. "이 공부방 말고 딸린 사랑채도 있는데 주무시고 가시죠?"
기은은 못이긴 척 앉아 있는데 서당 아이들이 여름인지라 문을 열어 놓고 개구리 울듯 어울려 책을 읽었다. 한참 소리내어 읽다가 한 학동이 글을 이만큼 읽었으니 쉬자고 말했다.
그 말에 책을 덮고 썰물 빠지듯 마당으로 나가더니 한 아이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 수령과 감사놀이나 하며 놀자."
그러자 한 아이가 대뜸 짚으로 만든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말했다. "내가 수령이니까 여기에 앉는다."
그러자 한 아이가 수령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며 했다. "저기 하늘에 떼 지어 나는 까마귀 중 어느 놈이 수놈인지 말하시오." "으음, 날아오를 때 먼저 날아오르는 놈이 수놈이요, 뒤따라 날아가는 놈이 암놈이다."
기은은 제법 신통하다고 생각하며 듣고 있으려니 긴한 송사가 있다며 한 아이가 엎드리며 말했다. "제가 매를 잡아서 그 매로 사냥을 하려고 했는데, 매가 갑자기 산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매를 찾아 주시오."
기은은 산으로 날아간 매를 어떻게 찾아줄지 궁금했다. 그러데 원님으로 앉아있던 학동이 명쾌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었다. "오라, 산이 매를 가져간 게로군! 내가 찾아주지. '매는 청산의 소유물(鷹者靑山之物)이니' '청산에서 얻고 청산이 잃었도다(得於靑山 失於靑山)' '어서 가서 청산에 물어보고(問於靑山)' '청산이 대답을 않거든 청산을 잡아오너라(靑山不答捕來)'"
이 말을 듣고 기은은 학동들의 기지에 감탄하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수령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학동이 정색을 하며 호통을 쳤다. "도대체, 어느 놈이 관아에 들어와서 원님을 모욕하느냐! 여봐라! 이 놈을 당장 잡아다가 하옥시켜라."
사또의 명령에 따라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기은을 헛간에 넣고 문을 채워 버렸다. 갑자기 봉변을 당한 기은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가 너무나 진지하여 풀려 나가기만 기다렸다.
잠시 후 헛간의 문이 열리며 원님으로 있던 아이가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다. "저희가 어른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번 놀이에서 내린 판결은 명 판결로 내게 내린 판결도 마땅한 판결이니라."
▶️ 捕(잡을 포)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과 함께 묶는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甫(보, 포)로 이루어졌다. 손으로 꼭 쥐고 놓지 않는 것, 붙잡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형성문자로 捕자는 ‘잡다’나 ‘붙잡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捕자는 手(손 수)자와 甫(클 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甫자는 논밭에 초목이 크게 올라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보, 포’로의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捕자는 ‘붙잡다’라는 뜻을 위해 手자가 의미요소로 쓰인 글자이다. 捕자에서 말하는 ‘붙잡다’의 대상은 도망친 죄수를 뜻한다. 그래서 捕자는 주로 죄수를 사로잡는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捕(포)는 ①잡다, 붙잡다 ②구하다, 찾다 ③사로잡다, 붙잡히다, 사로잡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잡을 집(執), 잡을 액(扼), 잡을 파(把), 잡을 구(拘), 잡을 착(捉), 잡을 조(操), 붙잡을 나/라(拏), 잡을 나(拿), 잡을 지(摯), 잡을 체(逮), 잡을 병(秉)이다. 용례로는 전투에서 사로잡힌 적군을 포로(捕虜), 어떤 기회나 정세를 알아차림을 포착(捕捉), 적병을 사로잡음을 포획(捕獲), 죄인을 잡아 묶는 노끈을 포승(捕繩), 고래잡이를 포경(捕鯨), 죄인을 잡아 바침을 포납(捕納), 죄인을 잡아 넘겨 줌을 포부(捕付), 참새를 잡음을 포착(捕雀), 죄인을 체포하여 관가에 고발함을 포고(捕告), 죄인을 쫓아가서 잡음을 체포(逮捕), 죄인을 붙잡는 일을 나포(拿捕), 사로 잡음으로 산채로 잡음을 생포(生捕), 뒤쫓아서 잡음을 급포(及捕), 해산물을 채취하고 포획함을 채포(採捕), 찾아내어 체포함을 수포(搜捕), 죄를 진 사람을 잡는 일을 집포(緝捕), 토벌하여 잡음을 토포(討捕),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붙든다는 뜻으로 허망한 언행을 이르는 말을 포풍착영(捕風捉影), 배반하고 도망하는 자를 잡아 죄를 다스림을 일컫는 말을 포획반망(捕獲叛亡), 눈을 가리고 새를 잡는다는 뜻으로 일을 건성으로 함을 이르는 말을 엄목포작(掩目捕雀), 죄를 저지른 그때 그 자리에서 곧 잡음을 일컫는 말을 등시포착(登時捕捉) 등에 쓰인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이란 뜻으로 온갖 귀한 재료로 만든 맛이나 좋은 음식을 일컫는 말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산천의구(山川依舊), 산천과 초목 곧 산과 물과 나무와 풀이라는 뜻으로 자연을 일컫는 말을 산천초목(山川草木), 산이 앞을 가로막고 물줄기는 끓어져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뜻으로 막바지에 이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궁수진(山窮水盡), 산의 초목이 자줏빛으로 선명하고 물은 깨끗하다는 뜻으로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려(山紫水麗), 산은 높고 물은 유유히 흐른다는 뜻으로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산의 우뚝 솟음과 큰 냇물의 흐름에 비유한 말을 산고수장(山高水長),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 있는 산 위에서 그리스도 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에 관하여 행한 설교를 일컫는 말을 산상수훈(山上垂訓), 산꿩과 들오리라는 뜻으로 성미가 사납고 제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 다잡을 수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계야목(山鷄野鶩), 벼슬이나 속세를 떠나 산골이나 시골에 파묻혀 글읽기를 즐기며 지내는 선비를 이르는 말을 산림처사(山林處士), 산이 울면 골이 응한다는 뜻으로 메아리가 산에서 골짜기까지 진동한다는 말을 산명곡응(山鳴谷應), 산 밑에 절구공이가 더 귀하다는 뜻으로 물건이 그 생산지에서 도리어 더 품귀함을 이르는 말을 산저귀저(山底貴杵) 등에 쓰인다.
▶️ 沠(흐를 조, 흐를 류/유, 갈래 파)는 流(류)와 派(파)와 泒(파)와 동자(同字)이다.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爪(조)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沠(조, 류/유, 파)는 ①흐르다 그리고 ⓐ흐르다(류) 그리고 ㉠(물)갈래(파) ㉡지류(支流)(파) ㉢유파(流派), 학파(學派), 종파(宗派)(파)㉣보내다, 파견하다(派遣--)(파) ㉤갈라지다(파) ㉥가르다, 나누다(파)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산으로 도망간 매를 산을 잡아들여 해결한다는 말을 포산조응(捕山沠鷹) 등에 쓰인다.
▶️ 鷹(매 응)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새 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鷹(응)은 ①매(맷과의 새) ②송골매(매) ③해동청(海東靑: 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매를 달리 이르는 말을 응자(鷹子), 사냥 때 부리는 매와 개를 응견(鷹犬), 사냥하는 매의 꼬리에 다는 방울을 응령(鷹鈴), 매와 같이 눈을 부릅뜨고 봄을 응시(鷹視), 매가 하늘을 날 듯 위엄이나 무력을 떨침을 응양(鷹揚), 물수리를 달리 이르는 말을 어응(魚鷹), 매로 사냥을 함을 사응(使鷹), 개인이 사사로이 기르는 매를 사응(私鷹), 둥지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매를 소응(巢鷹), 길 들인 매를 진응(陳鷹), 매를 놓아 사냥하던 일을 방응(放鷹), 아직 사냥에 길들어지 않은 매를 신응(新鷹), 매를 가꾸어 기름 또는 그 매를 양응(養鷹), 매처럼 노려 보고 독수리처럼 서 있다는 뜻으로 위엄이 있는 자태를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응린악립(鷹瞵鶚立), 제비턱에 매의 눈이라는 뜻으로 장수의 상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연함응시(燕頷鷹視), 소리개를 매로 보았다는 뜻으로 못 쓸 것을 쓸 것으로 잘못 보았다는 말을 시치유응(視鴟猶鷹), 스산한 가을에 매가 알을 깐다는 뜻으로 매가 가을에 알을 까면 그 새끼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가 어렵다는 것에 비유하여 우매한 것을 비유하는 말을 응부냉추(鷹孵冷秋) 등에 쓰인다.